찾아가는 용인문화 ⑬마가미술관과 <천국의 우편배달부>
찾아가는 용인문화 ⑬마가미술관과 <천국의 우편배달부>
  • 장두식(동양학연구소 연구교수)
  • 승인 2011.03.15 17:26
  • 호수 129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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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유일의 타피스트리 전문 미술관

⑬마가미술관과 <천국의 우편배달부>


국내 유일의 타피스트리 전문 미술관


용인에는 미술관도 많다.
포은 정몽수 선생 묘역을 지나 등잔박물관 부근에서 우회전을 하면 터널이 나오고 이를 통과하면 가구공장 등 소규모 공장지대가 나온다. 공장들 사이에 나 있는 좁은 골목길을 이리저리 지나다 보면 주위 환경과 동 떨어진 싱그럽고 깔끔한 미술관을 만나게 된다. 경기도 용인시 1998년에 개관한 섬유미술(Fiber Art) 및 판화(Print Making) 전문 미술관이다. 1984년 송번수 작가의 개인 스튜디오로 출발한 미술관은 1층 판화·도예 전시실과 2층 타피스트리실로 확대되어 현재에 이르고 있다. 스튜디오는 타피스트리실과 작업실로 판화 및 다양한 조형 작업을 할 수 있는 공간이다.
마가미술관은 국내 유일의 타피스트리(Tapestry) 전문 미술관으로 유명하다. 타피스트리는 여러 가지 색실로 작가가 표현하고자 하는 주제를 짜는 공예품이자 미술작품인데 유럽에서는 오랜 전통을 가지고 있다. 팩션 작가인 트레이시 슈발리에의 작품인 <여인과 일각수>를 읽으면서 유럽문화에서 타피스트리의 가치를 막연히 느껴보았는데 마가 미술관에서는 실지로 작품들을 보니 감동적이었다.
전시실을 나오면 두 개의 넓은 야외전시시설을 갖추고 있고 설치된 조형작품을 바라볼 수 있는 곳에 야외탁자와 의자들이 설치되어 있어 고즈넉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편안한 휴식처였다. 아이들과 함께 나온 부부들의 모습이 눈에 띄는 것은 이 때문이었다.   
그런데 요즘은 젊은이들도 많이 찾아온다고 한다. JYJ의 영웅재중과 한효주가 주연한 영화 <천국의 우편배달부>의 배경으로 마가 미술관의 아름다운 풍광이 출연(?)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죽은 이들에게 편지를 전해주는 사내와 죽은 애인을 잊지 못하는 여인의 14일간의 사랑을 그리고 있는 영화는 흥행에는 크게 성공을 하지 못했지만 젊은이들의 가슴을 애틋하게 만들었나 보다. 많은 아베크족들이 미술관을 찾아 영화 속에 등장하는 공간을 확인하며 사진을 찍는다고 한다. 영화 속 인물들이 앉았던 자리, 커피향이 퍼지던 테이블, 끌고 가던 아담한 손수레 등등 판타지의 공간을 만나는 즐거움을 무엇에 비길 수 있을까?
춘천의 남이섬이나 제주도의 섭지코지와 같이 영화나 드라마의 배경이 되는 공간들이 문화콘텐츠이자 문화상품이 되고 있는 시대 속에서 갑자기 마가 미술관도 그러한 공간으로 변질되면 어떻게 하나 걱정이 들었다. 시대가 변하면 문화도 따라서 변하는 것이지만 미술관이 영화의 배경이 되는 것은 우울한 일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1층 전시실 바깥벽에 새겨놓은 “그의 열매로 그들을 알지니 가시나무에서 포도를 또는 엉겅퀴에서 무화과를 따겠느냐”라는 마태복음(7:16)의 구절이 새삼스럽게 느껴진다.


장두식(동양학연구소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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