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컨트롤러 - 운명적인 사랑을 믿으세요?
<영화> 컨트롤러 - 운명적인 사랑을 믿으세요?
  • 박수지
  • 승인 2011.03.17 23:18
  • 호수 129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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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人문화in 26

 

기자도 운명적인 사랑을, 운명적인 만남을 꿈꿔왔던 적이 있다. 무심코 거리를 걸을 때 우연히 마주하는 그런 사랑, 그런 만남. 운명적인 사랑이야 말로 진정한 사랑이며 나는 하나뿐인 나의 운명이 나를 찾아올 때까지 묵묵히 기다려야 한다고 스스로에게 강요했던 적도 있었다. 운명이란 단어가 그랬다. 언제나 달콤했고 나를 설레게 했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운명이란 단어만큼 무책임한 단어도 없다. 이미 내가 태어나기도 전부터 정해져있기 때문에 수동적으로 받아들이기만 하거나 손을 놓고 하염없이 기다려야만 하는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이런 운명에 대해 깔끔하게 강렬한 한마디로 정의해주는 영화가 개봉했다. 바로 <컨트롤러> 다.

전도유망한 정치인인 '데이빗' (맷 데이먼 분)은 우연히 '앨리스' (에밀리 블런트 분)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 그러나 이미 그의 미래는 조정국에 의해 설계되어 있고 모든 만남과 상황이 조작되고 있음을 깨달은 데이빗은 앨리스와의 진정한 사랑을 지키기 위해 운명을 바꾸기로 결심한다.

SF소설의 거장 필립 K.딕의 단편소설 <어저스먼트 팀>을 원작으로 만들어진 이 영화는 필립 K.딕의 다른 원작을 바탕으로 한 영화들이 주로 어둡고 침울한 미래상을 그려낸 것과 달리 기발하고 철학적인 상상력에 달콤한 로맨스를 버무려 영화에 가벼움을 실었다. 또한 본 시리즈의 마지막인 <본 얼티메이텀>(2007)과 <오션스 트웰브>(2004)의 각본가였던 조지 놀피가 메가폰을 잡아 땀을 쥐는 긴장감과 더불어 소소한 디테일로 관객을 즐겁게 만든다.

<컨트롤러>의 다양한 볼거리는 크게 배우와 영화의 풍경으로 나눌 수 있는데 <본 시리즈>의 냉철한 암살요원 '제이슨 본'과는 달리 첫 로맨스 작품에 도전하는 로맨틱한 맷 데이먼의 매력을 엿볼 수 있다. 매력적인 무용수 역할을 맡은 에밀리 블런트도 주목할 만하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에서 보여줬던 까칠한 연기에서 벗어나 당당하고도 관능적인 앨리스를 제대로 표현한다. 보석 같은 조연들도 빼놓을 수 없다. 조정국 요원으로 <허트 로커>의 앤서니 마키, <매드 맨>의 존 슬래터리 등이 출연하면서 영화를 더욱 실감나게 즐길 수 있다.

두 번째로 <컨트롤러>의 매력은 바로 풍경이다. 록펠러센터의 전망대, 자유의 여신상 등 뉴욕의 명소들이 그대로 등장하면서 뉴욕의 매력을 한껏 발산한다. 또한 뉴욕거리에서의 촬영 도중 수많은 사람들이 맷 데이먼을 알아보고 사진을 찍어댔는데 극중 역할인 정치인과 실제 맷 데이먼의 유명세가 비슷하기 때문에 그런 장면들이 고스란히 영화 속으로 스며들어가 리얼리티를 높였다.

<컨트롤러>는 <인셉션>, <매트릭스>와 같은 SF를 다루고 있지만 굳이 분류한다면 로맨스 영화로 보는 것이 옳다. 액션과 철학적인 물음은 영화의 스토리를 구성하는 바탕이 될 뿐, 실제 영화의 초점은 데이빗과 앨리스의 운명적인 사랑에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관객들은 머리 아픈 고민보다는 그들의 달콤한 로맨스를 한껏 만끽하면 된다. 또한 운명적인 사랑을 쟁취하는 건 수동적인 기다림이 아니라 적극적인 의지임을 온몸으로 보여주는 데이빗을 보며 '나 또한 운명적인 사랑을 쟁취하리라'는 가벼운 마음가짐을 가져보는 것도 즐거운 일임이 분명하다. 운명적인 사랑을 꿈꾼다면, 또한 운명을 믿는다면 오늘 밤 <컨트롤러>와 만나보는 건 어떨까?


박수지 수습기자 sjee007kr@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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