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을 찾아서 ① 고명환(연극영화·98졸) 연예인동문회장
행복을 찾아서 ① 고명환(연극영화·98졸) 연예인동문회장
  • 박윤조 기자
  • 승인 2011.03.22 16:59
  • 호수 129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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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미디로 삶을 이야기 하다

행복을 찾아서 ① 고명환(연극영화·98졸)   연예인동문회장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유래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가장 빨리 성장한 나라다. 모든 국민들이 더 많은 돈, 더 많은 권력, 더 많은 성취를 위해 앞만 보고 달려온 끝에 다른 어떤 나라도 해내지 못한 고도성장을 단기간에 이룩했다. 그러는 사이 GDP 지수는 올랐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행복지수는 여전히 바닥이다. 지금도 대한민국 국민들은 치열한 경쟁 사회 속에서 정신없이 살아가고 있다. 이렇게 사는 삶, 그대는 지금 행복한가? 단대신문이 진정한 행복을 찾아서 긴 여정을 떠난다.  <편집자 주>

① 고명환(연극영화·98졸)   연예인동문회장

 

 


코미디로 삶을 이야기 하다
웃음을 만드는 일의 행복


"대학생활이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
일년에 창작 뮤지컬 한 편씩 올리는게 목표"


여기 개그맨이 아닌 코미디언으로 기억되길 원하는 사람이 있다. 혹자는 개그맨과 코미디언이 뭐가 다르냐고 반문 할 것이다. 개그맨은 그저 익살꾼에 불과하지만 코미디언은 어디에 갔다 놓아도 코미디를 하는 사람이다. 고명환 동문은 가늘고 길게 가는 ‘코미디언’이다. 코미디를 한지 어느덧 15년이 됐다. 드라마, 영화, 뮤지컬 등 여러 장르를 종횡무진하면서도 항상 코미디연기를 해왔다. 정통 코미디 프로그램이 추락하고, 코미디언으로서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는 상황에서도 꾸준히 브라운관에 모습을 보이고 있다. 최근에는 정통 코미디 프로그램인 mbc <웃고 또 웃고>를 통해 대중들에게 다가가고 있다. 지난 18일 찾아간 mbc 일산 드림센터 개그맨 대기실 복도에서 고명환 동문과 파트너인 김지선 씨가 녹화 전 연습에 열중하는 모습은 프로다웠다. 개그맨 대기실에는 이처럼 대사 연습하는 소리와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대한민국에서 코미디언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어떤 느낌일까. 남을 즐겁게 해주는 사람들은 정말로 행복할까. 행복하다면 언제 가장 행복할까. ‘행복을 찾아서’ 그 첫 항해를 시작해본다.

 

▲어떻게 개그맨이 됐나.
연극영화과를 졸업하고서 원래는 정극연기를 하려고 했다. 그런데 군대에서 내가 코미디를 잘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내가 뭐만 하면 사람들이 웃는 거다. ‘아, 그러면 내가 잘 하는걸 하자.’ 이렇게 마음먹고 개그맨 시험을 봐서 mbc개그맨 8기로 들어오게 됐다.
▲코미디언은 때로 자신이 슬플 때도 남을 웃겨야 한다.
그런 상황이 종종 있었다. 코미디언들은 스스로를 ‘삐에로’라고 한다. 슬플 때도 막상 연기에 들어가면 다 잊고 연기에 집중하게 된다. 그러나 연기가 끝나면 곧바로 다시 우울해지곤 한다.
▲코미디 프로그램들이 많이 없어졌다. 정통 코미디 프로그램인 <웃고 또 웃고>를 새로 시작하는 기분은.
(한숨 쉬며) 사실은 희망적이진 않다. 제대로 된 방송사의 경제적 뒷받침이 없으니, 아무래도 시청자들이 볼 때 뭐가 많이 부족한 느낌이 들 것이다. 힘들지만 그래도 잘 해보려고 한다.


▲코미디 프로그램들이 다시 살아나려면.
mbc, sbs 코미디언들의 기가 많이 죽어있다. 코미디프로그램은 자리 잡으려면 꽤 시간이 걸린다. 시청률 잘 안 나와도 믿고 밀어줬으면, 꿋꿋하게 지켜봐줬으면, 너무 단기간에 프로그램을 폐지하지 말았으면 한다.
▲코미디언으로서 가장 행복할 때는.
코미디언은 가수로 치면 싱어송라이터이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사람들이다.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코너를 짜고 무대에 올렸는데, 사람들이 자지러지게 웃어줄 때! 그 순간의 기쁨은 그 어떤 것보다도 크다. 그걸 한 번 맛 본 사람들이기에 우리들이 무대를 못 떠나는 것이다. 돈, 유명세를 다 떠나 개그맨으로서 가장 순수한 행복의 순간이다.


▲정말 돈을 떠나서도 행복한가.
돈까지 생각하면 안 되더라. ‘돈을 따라오게 하라’ 는 말을 이제야 조금 알겠다. 진심으로 즐기며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해야지, 돈을 쫓다보면 잘 안 되는 것 같다. 내가 하는 일 자체에 의미를 둬야지 가치를 생각하면 이도저도 안되더라.


▲다재다능해보인다. 코미디뿐만 아니라 드라마, 영화, 뮤지컬에도 출연한 걸로 알고 있다. 그러면서도 코미디를 고집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나는 개그맨보다는 코미디언이라는 말을 좋아한다. 개그맨은 언젠가부터 생긴 신조어이다. 코미디언의 뜻은 코미디 연기를 하는 사람이다. 사실 드라마에서도 진지한 연기보다 코미디 연기를 많이 했다. 그러니까 나에게는 뮤지컬, 드라마가 다 따로따로가 아니라 하나의 맥락인거다. 코미디언이 뮤지컬을 하는 거고 코미디언이 드라마를 하는 거다. 코미디는 내가 코미디언이니까 당연히 하고 있는 거고.


▲그렇다면 사람들한테 코미디가 왜 필요하다고 생각하나.
‘말 한마디가 천 냥 빚을 갚는다’는 속담이 있다. 여기서 말 한마디란 굉장히 유머 감각 있는 한마디일 거라 생각한다. 현대사회에서 유머는 돈 주고 살 수도 없고, 만들어 낼 수도 없는 것이다. 공기와 마찬가지로 없으면 살기가 힘들다. 웃음이 없다면 서로 싸우고 전쟁이 더 많이 나지 않을까. 우리들은 전쟁을 막아주는 사람들이다. (웃음)


▲대한민국에서 코미디언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요즘 더욱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이 많아지는 것 같다. 코미디언이 내 직업이라는 것이 좋다.  코미디든 뮤지컬이든 연극이든 어쨌거나 웃음이 없으면 작품이 안 되는 시대이다. 이 사회에서 웃음을 만들 수 있는 능력있는 인물로 여겨지는 것 같아 굉장히 행복하다.

 


▲“이런 것이 내 코미디다”라고 소개한다면.
코미디에서 삶을 얘기하고 싶다. 삶을 얘기하고 싶다는 것은 관객들이 웃음을 통해서 삶의 고통을 잊게 만드는 것이다. 코미디 속에 삶이 녹아있는 연기를 하고 싶다.


▲고명환 동문에게 행복이란.
‘나를 구원하는 길이 곧 남을 구원하는 길이다’ 라는 말이 있다.
나를 구하려면 남을 구해라. 문화예술 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가져야 할 마인드이다. 내가 남을 구한다는 것. 내가 관객들에게 웃음과 즐거움을 준다는 것. 그 자체가 남을 구함으로써 나를 진정으로 구하게 되는 것 같다. 그게 바로 행복인 것 같다.


▲앞으로의 계획은.
창작뮤지컬을 만들어서 공연하는 것. 지금 뮤지컬 창작소 ‘불과 얼음’ 단원 소속인데 작품을 1년에 하나씩은 꼭 내려고 한다. 10년 후에는 실패하는 작품도 여럿 있겠지만 노래가 오랜 세월이 지나도 계속 불리듯이 내 뮤지컬이 시간이 지나도 계속 공연되는 것. ‘맘마미아’처럼. 그것이 내 꿈이다.


▲대학생들이 행복해지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
내 대학생활은 정말 행복했다. 개그맨 시험에 합격하고 학교를 떠나야 할 때 정말 많이 울었다. 기뻐서 운 것이 아니라 슬퍼서. 이 좋은 곳을 떠나서 사회생활을 하러 나가야 하니까 말이다.
1학년 마치고 군대 갔다 와서 사회생활 1년 경험하고 복학하니 학교가 정말로 좋았다. 연극영화과 공연을 다 참가하면서 수업도 다 들은 사람은 내가 유일무이하다. 장학금도 놓치지 않았다. 훗날 학교에서 전설처럼 회자됐다.
대학생활 누가 잘했나 대보면 난 정말 자신 있다. 낭만이면 낭만, 공부면 공부. 그래서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대학생활이다. 그런 걸 모르고 지나가는 후배들이 너무 안타깝다. 그러니 잠시 학교를 떠나보고 대학생활의 소중함을 느끼는 것도 나쁘지 않다.


▲마지막으로 단국대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말.
이제 나이 마흔이다. 돌이켜보면 지금 얘기한 것들을 그때는 몰랐다. 당연히 20대 초반 때는 잘 모른다. 그래도 자신의 행복을 위해서라도 빨리 자신의 길을 찾아야 한다. 내가 이 일을 해서 즐거운 것을 빨리 찾아야 한다. ‘취직이 잘 된다더라, 연봉이 얼마더라’ 가 아니다.
한 때 옥션에 공채로 합격해서 회사원생활을 했었다. 그 때 같이 지낸 분들을 지금 보면 결국은 그 일이 좋아서 그 자리에 계속 남아있던 사람이 지금 모습도 좋더라. 이처럼 내가 해서 즐거운 일, 내가 동기부여 할 수 있는 일을 얼른 찾아야 한다.
요즘 드는 생각이 하나 있다. 처음엔 내가 어떻게든 성공해서 1000회 공연하고 저작권료 많이 받는 것을 생각했었는데 요즘엔 그냥 무료공연을 하고 다니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무료공연을 하면 마음도 편하고, 그러고 다녀도 먹고 살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럼 그게 가장 행복한 것이네요?
그렇다. 그러면 가장 행복한 거다. 재능기부라는 말을 좋아한다. 연말에 ‘와서 같이 놀아 주세요’ 라고 요청하는 곳들이 많다. 코미디언들이 도울 수 있는 일. 내가 정말 돈을 떠나서 그런 일을 할 수 있다면 정말 행복한 사람인 것이다.

 

인터뷰가 약속된 시간보다 길어져 그는 허둥지둥 동료와 대기실을 나가며 끝으로 진심의 한마디를 남겼다. “빨리 자신의 길을 찾으세요. 후배 여러분들.”


박윤조 기자 shynjo03@dankook.ac.kr
사진 : 이승제 기자 redhands@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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