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에세이 - 철이는 왜 은하철도를 타야만했나
포토에세이 - 철이는 왜 은하철도를 타야만했나
  • 이상만(컴퓨터공·11졸) 동우
  • 승인 2011.03.22 18:06
  • 호수 129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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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철도 999>는 주인공 철이의 모험, 성장을 다룬 만화다. 그런데 애들 만화로 치부하기엔 이 작품의 여운이 너무 강렬하다. 특히 기억의 잔상에서 메텔은 너무나도 아름답다. 어린이 만화에서 이렇게 아름다운 여성이 등장해도 되는 걸까. 왜 자꾸 이 만화 속에 빠져들게 될까. 그건 바로 <은하철도 999>가 금기시되었던 프로이트의 <토템과 터부>의 영역에 발을 들여놓았기 때문이다.

먼저 철이가 엄마와 생이별하는 장면을 보자. 인간 사냥꾼들은 철이를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씨족이 다른 여성인 엄마만을 노릴 뿐이다. 결국 철이는 엄마를 뺏기는데, 이 때 죽어가는 엄마가 철이에게 주는 목걸이는 토템이다. 토템을 공유하는 씨족간의 근친상간은 사회적 뿐만 아니라 미신적으로도 금지되어 있다. 이것이 인간사냥꾼들이 철이 엄마를 노리는 이유이자, 철이가 엄마를 떠나야하는 이유다. 철이가 드디어 토템을 공유하지 않는, 다른 씨족의 여자를 얻을 때가 된 것이다.

엄마와 이별한지 얼마나 됐다고 철이는 엄마를 쏙 빼닮은 미녀 메텔을 얻는다. 생판 남남인 메텔은 아무 이유도 없이 모성애를 팍팍 쏟아내는데, 이는 그야말로 남자가 꿈꾸는 최고의 이상형이다. 같은 토템을 공유하는 씨족도 아니니 거리낄 것도 없다. 근데 이렇게 일이 잘 풀려도 되는 걸까? 물론 아니다. 린 타로 감독은 마지막 회에서 메텔의 입을 빌려 꽁꽁 숨겨왔던 애틋하고 슬픈, 게다가 쓰라리기까지 한 진실을 고백한다.
“안녕, 나는 너의 소년 시절의 꿈에 있는 청춘의 환영일 뿐이야….”

이상만(컴퓨터공·11졸) 동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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