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 일본의 아픔 극복 위해 힘 보태자
이웃 일본의 아픔 극복 위해 힘 보태자
  • 권예은 기자
  • 승인 2011.03.22 20:46
  • 호수 129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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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 교과서적인 대답이지만 그래도 우리나라와 일본과의 관계를 가장 잘 나타내주는 말이 아닌가 싶다. 바다 하나를 사이에 두고 가깝게 위치했지만 이러저러한 역사 속의 크고 작은 일들로 일본과의 관계가 마냥 좋지만은 않았다. 그렇게 한국과 일본은 언제나 서로의 라이벌로 여기며 경쟁의식 속에서 지금까지 함께가 아니면서도 함께 걸어왔다.


  일본과 부딪힌 문제는 한 두 가지가 아니다. 깨끗이 청산하지 못한 과거의 역사가 그 첫 번째다. 독도의 영토 분쟁부터 일제식민치하 사과 받지 못한 여러 가지 사실들까지. 그리고 지금에 와서는 각종 분야에서도 서로가 경쟁을 벌이고 있다. 경제 발전적인 면도 포함되고 특히 스포츠 분야에서는 경쟁 심리가 국민성으로 뻗친 지 오래다. 피겨스케이터 김연아와 아사다 마오의 대결이 양국의 가장 큰 관심을 불러일으키지 않는가. 또 한일전 축구 경기는 축구에 관심 없는 사람도 텔레비전 앞으로 끌어들이게 만든다.


  한국과 일본을 보면 다툼이 잦은 연년생 형제를 보는 것 같다. 어쩔 때는 앙숙 관계이다가도 서로가 느끼고 공유하는 비슷한 문화를 통해 어느새 하나로 연결되기도 한다. 새롭게 일어난 문화 바람으로 한류는 일본과 한국의 관계를 다시금 인식시켜주는 계기가 됐다. 배용준, 최지우 등 한류 스타가 등장하며 한국드라마가 큰 인기를 얻은 데 이어 최근에는 소녀시대, 카라 등 걸그룹들도 일본을 점령했다. 이러한 문화 교류와 소통은 불편한 과거에 대한 인식을 변화시켜주기도 했다. 그러나 독도와 위안부 등 역사적인 논쟁들도 끊임없이 문제가 제기되어왔다. 이렇게 한국과 일본은 복닥복닥 싸우면서 또는 같이 문화를 즐기면서 살아왔다.


  그런데 그렇게 같이 걸어가던 일본에 대재앙이 덮쳤다. 3.11 동일본대지진은 실로 우리나라에게도 엄청난 충격이었다. 지정학적으로 가까운 일본의 자연재해가 우리나라에 여파가 미칠 수 있다는 점도 큰 관심거리가 됐지만 수많은 인명 피해에 대한 안타까움이 컸다.


  이는 그동안 논쟁을 벌여 왔던 일본과의 문제는 별개로 생각해야 할 대참사다. 형제간에 생기는 심리와 비슷하다. 오빠랑 치고받으며 크게 싸우고 나서 분위기는 냉랭하다. 그런데 오빠가 감기에 걸려 많이 아파한다. 괜히 미안하고 싸우면서 생겼던 미움은 잠시 잊어버리고 걱정되는 마음이 앞서는 것이다.


  과거의 일로 일본이 미운 사람은 계속 미울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나중 문제이고 지금은 그런 걸 모두 잊어야 할 때다. 엄마, 아빠, 동생, 가족 모두가 오빠의 건강을 챙기며 간호하듯 전 세계가 일단은 일본을 돌봐야 할 시점이다.


  현재 일본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한류 스타들의 기부와 더불어 우리나라의 열성적인 모금 활동이 이어지고 있다. 21일까지 집계된 사망, 실종자가 무려 2만 1천여명에 이른다고 한다. 눈앞의 참혹함에도 꿋꿋이 참고 덤덤히 이 위기를 헤쳐 나가는 일본인들을 응원한다. 과거에 풀지 못한 일들은 잠시 잊고 그들이 다시 일어나길 바랄 뿐이다. 두 나라의 끊을래야 끊을 수 없는 숙명적 관계가 과연 어떻게 끝날 것인지 마지막까지 가봐야 하지 않겠는가.

권예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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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ilver122@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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