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색볼펜] <127시간>
[백색볼펜] <127시간>
  • 권예은 기자
  • 승인 2011.03.22 20:51
  • 호수 129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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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에 대처하는 자세


◇ 2003년 4월 25일 미국 국립공원 캐넌랜드. 산악자전거를 타고 신나게 질주하는 한 남자가 있었으니 바로 아론 랠스톤(제임스 프랑코)이다. 지나가던 여자들과 같이 다이빙도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 그는 본격적으로 험난한 캐넌의 코스에 접어들었다. 그런데 바위를 딛고 지나가려던 찰나 아론은 추락하고 만다. 그리고 그 때 같이 떨어진 바위가 아론의 오른팔을 누르고 그는 옴짝달싹도 못하게 됐다. 아무리 팔을 잡아당겨도, 밀어보아도 꿈쩍도 하지 않는 바위. 사태의 심각성을 느낀 그는 가방에서 자기가 가진 물품을 전부 꺼내본다. 남은 건 오직 로프, 칼, 캠코더, 손전등 그리고 500ml 물 한 병 뿐….


◇ 아론은 과연 어떻게 됐을까? 앞의 이야기는 지난달에 개봉한 영화 <127시간>의 스토리다. 실화를 다룬 이 영화에서 주인공은 절체절명의 순간 속에서 127시간동안 사투를 벌인다. 생사의 갈림길에 놓인 그는 침착하게 등산용품을 이용해 바위를 움직여 보려고도 하고 무딘 칼로 바위 조각을 깨트려보기도 한다. 그리고 최후에는 살아남기 위해 자신의 팔을 자르는 선택을 한다. 그리고는 목숨을 건졌다. 그가 살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정신력이었다. 위험이 닥친 순간 본능적으로 당황하기 마련인데, 강인한 정신력으로 침착하게 대처했기에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호랑이 굴에 들어가도 정신만 똑바로 차리면 산다’는 속담에 딱 맞는 사례라 하겠다.


◇ 인간이 지진의 강도를 측정한 이래로 4번째로 강력하다고 분석된 동일본대지진의 악몽으로 인해 세계가 충격 속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 이번 대지진으로 일본 열도가 동쪽으로 약 2.4m 움직이고, 지구의 자전축도 변화시켜 하루의 길이가 1,000만분의 16초 줄어들었다고 하니 가히 놀라울 뿐이다. 그러나 지진과 더불어 쓰나미, 원전 방사능 누출사고까지 겹친 국가적 위난 상황에서도 일본 국민들은 침착했다. 시신이 무더기로 발견되고 마을이 초토화된 생지옥에서 충격과 공포를 느끼는 것은 인지상정일 터. 이런 상황 속에서도 그들이 보여준 침착성과 질서 의식은 지진의 위력만큼이나 대단했다.


◇ 지진과 같은 천재지변이 일어나면 아비규환 속에서 무법천지가 되는 경우가 많다. 지난해 1월 터진 아이티 대지진 때는 “지진보다 무법천지의 약탈과 폭력이 더 무섭다”는 말이 많았다. 지진 이후 계속되는 약탈과 폭동 속에서 아이티는 혼란의 시간을 보내야만 했다. 물론 일찍이 자연재해에 대처하는 교육과 훈련을 꾸준히 해왔던 일본과 아이티를 비교하는 게 어불성설이긴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인들의 시민의식에 격찬을 보내지 않을 수 없다. 아무리 어려운 상황이라도 침착성을 유지할 수만 있다면 그 상황을 극복할 희망은 반드시 있다고 생각한다. 일본인들이여, 부디 지금과 같은 인내심과 침착성을 잊지 말고 이 위기 상황을 잘 이겨내길 바란다.

<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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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ilver122@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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