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박재형(朴在馨), 『해동속고경중마경』
(26)박재형(朴在馨), 『해동속고경중마경』
  • 김철웅 연구원
  • 승인 2011.03.22 20:54
  • 호수 129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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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성을 보전하는 자는 창성하고 백성을 괴롭히는 자는 망한다”


  박재형(1838~1900)은 퇴계의 학맥을 이은 영남의 유학자였다. 과거에 응시해 진사가 되었지만 벼슬길에는 나가지 않았다. 훌륭한 인품과 뛰어난 학문으로 유명했던 그는 평생을  후진 양성과 저술 활동에 전념하였다. 그의 저술 중에서 널리 알려져 있는 것은 『해동속소학(海東續小學)』과 『해동속고경중마방(海東續古鏡重磨方)』이다. 『해동속소학』은 주자의 『소학』을 본떠 만들었는데, 책의 발문에서 우리나라에도 현자들이 무수히 배출되었으나, 주자 같은 분이 없어서 훌륭한 언행이 기록되지 못했음을 안타깝게 여겨 우리나라 현인들의 글을 뽑아 이 책을 만들게 되었다고 밝히고 있다. 이와 같은 그의 생각은 『해동속고경중마방』에도 그대로 이어졌다.

  일찍이 퇴계는 중국의 성현들이 지은 70편의 잠·명·찬을 모아 『고경중마방』을 편찬한 바 있다. 이를 본받아 박재형은 우리나라의 어진 선비들이 지은 잠·명을 모아 『해동속고경중마방』을 편찬하였다. 이 책의 발문에서 박재형은, 우리나라는 중국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만큼 훌륭한데 기존의 책들은 대부분 중국 성현들의 언행에 관한 것만을 모아 놓아 이를 안타깝게 여겨 책을 편찬하게 되었다고 하였다. 이처럼 우리 것에 대한 애정과 자긍심이 강했던 박재형은 조선을 대표하는 학자들의 훌륭한 글을 모아 이 책을 편찬했다. 그리고 그는 퇴계를 계승한 영남학파의 일원이었음으로 퇴계의 책 『고경중마방』을 모방하여 책 이름을 『해동속고경중마경』이라 하였던 것이다. 이 글의 말미에는 “신유(甲申) 유두(流頭)”라는 간기가 있는데, 그의 생존 시기로 볼 때 1884년 6월경에 간행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때 간행한 책이 우리 대학에 소장되어 있다.

▲ 숙종이 세자에게 준 십잠. 아래에 박재형 편집이라고 되어 있다.

  이 책에는 우리나라 사람 24명이 지은 잠·명 37편을 수록하여 심신 수양의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24명은 숙종을 비롯하여 조광조, 주세붕, 유성룡, 이황, 조식, 이이, 이항복, 채제공 등 조선을 대표하는 학자들이다. 숙종의 글을 수록한 것이 특이한데, 아마도 『고경중마방』이 영조 때부터 왕실의 수양서로서 주목받고 있었던 사실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책의 내용은 먼저 숙종이 직접 지어 세자에게 준 「십잠(十箴)」에서 시작한다. 숙종은 「십잠」에서 현명한 사람을 가까이 둘 것, 학문에 힘쓸 것, 홀로 있어도 몸가짐을 조심할 것, 충언을 잘 받아들인 것, 근검 절약할 것 등의 열 가지 사항을 세자에게 당부하였다. 그 다음으로는 학자들의 잠·명을 이들의 생존 순서에 따라 수록하였다.

  노수신은  「시습잠」에서, “도의 대요는 지(知)와 행(行)에 있으니 배우고 때때로 익혀야 하며, 항상 경(敬)으로써 자신을 속이지 말아야 한다”고 하였다. 이수광은 「자신잠」에서, “나이는 다시 젊어질 수 없어도 덕은 고쳐서 새롭게 할 수 있다”고 하였다. 이항복은 「계조잠」에서, “사람들은 힘쓰는 바에 따라 성인과 도둑이 되고, 의리와 길흉은 행동에 따라 생기니 성심을 다하면 어긋남은 없을 것이다”고 하였다. 그리고 권필은 「소명(梳銘)」에서, “마음은 다스리지 않으면 바르지 않고, 머리털은 빗지 않으면 단정하지 않은 법이다. 머리털을 빗는 것은 응당 빗으로 해야 하고 마음을 다스리는 것은 응당 경으로 해야 한다”고 하였다. 한편 정조는, “『고경중마방』이 채록한 범위가 넓지 않고, 정치에 요긴하고 절실한 작품들을 수록하지 않았다”고 아쉬움을 나타낸 적이 있다. 그런 이유 때문인지 박재형은 치도(治道)에 관한 글도 많이 수록하였다.

  숙종은 「명상벌잠」에서, “착한 일을 권장하고 악한 일을 징계하는 것은 다만 상주고 벌주는 것뿐이다. 이 두 가지를 분명히 하려면 한쪽에 치우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공평한 마음으로 처리해야만 백성을 복종시킬 수 있을 것이다”라고 하였다. 그리고 허목은 「옥궤명」에서, “백성은 오로지 어진 이만을 생각하니, 백성을 보전하는 자는 창성하고 백성을 괴롭히는 자는 망합니다. 천명(天命)은 정해짐이 없는 것이니 언제나 덕 있는 이에게 가는 것이요, 정치를 잘하면 백성이 복종하고 잘못하면 흩어집니다”라고 하여 효종에게 간언하였다.


김철웅(동양학연구소) 연구원

김철웅 연구원
김철웅 연구원

 dkdds@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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