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씨앗 나누기]2. 공짜여행편
[여행 씨앗 나누기]2. 공짜여행편
  • 길지혜 동우
  • 승인 2011.03.22 20:57
  • 호수 129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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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돗토리현으로 공짜여행을 가다

 

2. 공짜여행 편

  여행을 다니면서 가장 짜릿한 순간이었다. “길지혜님. 일본 돗토리현 여행에 당첨되셨어요.”

  200대 1의 경쟁률이었던 건 나중에 알았지만 내가 그 주인공이 될 것이라는 건 이벤트를 보면서 직감적으로 알았다. 놓칠 수 없는 공짜여행의 기회. 응모조건은 쉽게 풀 수 있는 퀴즈를 맞히고 사연을 보내는 것이 전부였다. 전국 각지 글 좀 쓴다는 사람들이 얼마나 구구절절한 사연으로 담당자의 마음을 움직일까. 조급증이 났지만 A4 반장의 정해진 분량을 훌쩍 넘겨 A4 5장으로 사연을 마무리했다. 주제는 ‘남자친구에게 보여주고 싶은 기적’이었다.

  남자친구는 태어나서 비행기를 단 한 번도 못타봤고, 반대로 나는 역마살 단단히 낀 여행추종자였다. 말 그대로 제주도 한번 못 가본 남자친구를 ‘해외여행’으로 손잡아 끌기까지는 꼬박 1년이 걸렸다. “눈 딱 감고 한번만 가보자”라는 내 말에 못 가는 이유를 100가지는 더 드는 동안 우리는 천 번이고 더 싸웠는지 모른다. 사실 오래전 내 첫 해외여행의 경험을 비춰보며 해외여행이 두려울 수 있다는 것을 왜 몰랐으랴. 그런데 한번 다녀오니 두 번은 쉽고, 두 번 다녀오니 세 번째 부터는 여행이 삶의 원동력이 되었기에 설득하지 않을 수 없었다. 결국 남자친구는 못이긴 척 ‘그래. 이렇게까지 하는데 한번 가주자’는 식의 자의반 타의 반으로 첫 여행지 일본 오사카에 가게 됐다. 해외에 한 번 가본 사람들은 이후 반응이 어땠을지 짐작할 수 있을 거다.

  사실 오사카 여행은 내 인생의 여행지리스트에도 올랐다. 여행지가 좋아서가 아니라 ‘인생의 첫 경험을 함께 하는 기쁨’이 내게도 전이됐기 때문일 것이다. 이렇게 해서 남자친구는 생각보다 빨리 여행의 싹을 틔웠다. 그렇지만 여행은 최소한의 경비와 시간이 필요한 법. 특히 해외여행은 국내여행에 비해 ‘비행기 삯’이 더 들어 유리지갑의 봉급생활자에겐 언감생심일 수도, 용돈을 타 쓰는 대학생들에겐 방학 내내 아르바이트의 결과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공짜여행’의 기회는 누구에게나 짜릿하며, 이번 여행의 기회가 남자친구에겐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될 수 있음을 피력했다. 여행을 떠나기 전 나는 “비행기 타면 티켓을 꼭 챙겨야해. 좌석번호로 추첨하거든”이라며 웃자고 한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인 남자친구를 보면서 박장대소 했다는 사연을 빼놓지 않았다.


  응모를 하고 기다리는 2주 동안 돗토리현 공식 블로그를 마우스가 닳도록 드나들었다. 당시 ‘지성이면 감천’이라는 말을 온전히 실감했다. 응모사연을 메일로 전송했는데 ‘수신확인’이 안 되자, 담당자 연락처를 물어물어 전화를 한 것이다. 전화하고 확인하고, 전화하고 또 확인하고, ‘참 가고 싶은 사람인가보다’라는 절실함을 알렸다. 그렇게 해서 받은 짜릿한 전화가 그것이다. 당첨되셨으니 여권사본을 준비해달라고. 남자친구에게 보여줄 기적이 실제로 일어났고, 스스로도 간절히 바라면 이루어진다는 기적을 만들어냈다. 지난 2월 그렇게 ‘진짜 공짜여행’을 다녀왔다. 보통 제세공과금 명목으로 상품금액의 22%를 내야하는데 그것 또한 없었다. 더불어 넉넉한 경비가 제공되어, 2박3일 리얼 돗토리현 탐방을 마칠 수 있었다. 또 하나의 기쁨은 이번 달 KTX 매거진에 여행기가 게재되면서 연락이 끊겼던 친구의 전화를 받은 것이다. 이것 또한 여행이 주는 색다른 선물일터.

▲ KTX 잡지에 게재된 길지혜 동우의 기사.

‘믿을만한 오피니언’이 주는 기회
  그렇다고 ‘나는 아무리 해도 이벤트에 당첨되는 일이 없어’라며 ‘지지리 운 없는 놈’이라 자책할 필요 없다. ‘공짜여행’의 기회가 얼마나 많아졌는지 알게 되면 당장이라도 소셜 네트워크에 관심 가지게 될 테니 말이다. 또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주커버그에 뒤늦은 감사 인사를 전할지도 모른다. 흔히 페이스북, 트위터, 싸이월드 등으로 대표되는 소셜 네트워크는 공짜여행의 기회를 대폭 늘렸다. 어떻게? 기업은 상품과 서비스를 알릴 ‘믿을만한 사람’이 필요하다. 기업에서 하는 광고보다 내 친구가 말해주는 정보가 더 신뢰할 만하다고 소비자는 믿는 것이다. 그래서 기업입장에서는 ‘믿을 만한 사람’을 확보해 소비자에게 믿음을 주는 것이 주요 관심사가 됐다. 즉 ‘선의(善意)의 오피니언’이 필요한 것이다.

  초기 입소문 마케팅과 더불어 소셜네트워크 서비스의 확장으로 소셜네트워크 마케팅이 폭발적으로 인기를 얻게 되는 것이다. 그에 대한 보상으로 주는 것이 ‘해외여행’이다. 왜냐하면 누구에게나 짜릿한 경험이 될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소셜미디어, 소셜네트워크만 잘 활용해 지인에게 ‘이런 상품이 있다’는 것만 알려도 해외여행의 기회를 마련하게 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KLM 네덜란드 항공 홍보대사 Flyer 1기’를 모집 중인데, 자기소개와 함께 KLM Flyer가 되어야 하는 이유를 본인 블로그에 올리면 유럽왕복 항공권 수혜의 대상자가 된다. 또 여행사들은 여행 필진을 대상으로 공짜여행을 보내주는 홍보마케팅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알리기만 하면 주어지는 기회, 매력적이지 않은가? 안될 것 같다고? 해보고 다시 얘기하자. 
 

▲ 돗토리현의 사구.

미스트레블(Misstravel.co.kr)
 길지혜(언론홍보·05졸) 동우

길지혜 동우
길지혜 동우

 dkdds@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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