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기자석] - 기자를 바라보는 시선
[주간기자석] - 기자를 바라보는 시선
  • 서준석 기자
  • 승인 2011.03.23 12:52
  • 호수 129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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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연합MT관련 취재를 하면서 ‘기자의 정체성’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기자란 무엇인가?’에 대해 나름대로 정의내리고 있던 것들이 많이 무너지고 다시 쌓아지게 된 일주일이었다.
사람들은 ‘기자’라는 직업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할까? 어느 영화에서 기자의 모습이 참 비열하고 추잡스럽게 그려진 것을 본적이 있다. 영화 속 기자는 소히 말하는 ‘건수’를 올리기 위해 이쪽저쪽 쑤시고 다니며 주인공들을 당황스럽게 하거나 위험에 빠뜨리는 비열한역으로 그려졌다. 동물로 비유하자면 마치 하이에나나 박쥐처럼 말이다. 이러한 모습은 비단 영화 속의 모습만은 아니리라.

모 연예인의 자살소식으로 취재를 하기위해 몰려든 기자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자살한 연예인의 가족이 상실의 아픔을 채 받아들이기도 전에 기자들에게 모진 질문들을 받으며 눈물을 흘리던 모습. 아마도 이런 냉혈한 같은 기자의 모습이 사람들로 하여금 기자를 거리끼게 만드는 역할을 하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취재를 하기위해 가는 곳마다 일단 기자라는 신분을 밝히면 뭔가 경계하는 듯 하는 눈빛으로 바뀌는 것을 느낄 수가 있다. 그리고는 묻는다. “무슨 일로 오셨는데요?” 물론 순수하게 ‘궁금해서 물어보겠지’ 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들의 억양 속에는 ‘뭐 또 냄새 맡고 온 것 아니야?’하는 심리상태가 묻어있음을 알 수가 있다. 이러한 취재원들의 행동 때문에 오히려 기자가 더 염려할 것 없다고 설명해야 하는 경우가 많았고 한편으로는 기자 안에 꿈틀대는 취재본능을 더 자극하기도 했다. 그들은 뭐가 그렇게 두려워서 기자들을 경계할까.

전화를 몇 통이나 해봤지만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계속 미루다가 취재를 못한 취재원도 있고 찾아가기도 하고 전화로 설득도 해보았지만 결국 취재를 거부한 경우도 있었다. 특히 총학생회의 벽은 그 중 제일 높았다. 학기 초라서 많이 바쁘다는 것은 알지만 인터뷰를 하기위해서 미리 예약까지 해야 하는 상황은 기자를 조금 황당하게 했다. 결국 인터뷰를 할 수 있게 되었다고 허락을 받았을 때의 기분은 마치 산타로부터 크리스마스 선물은 받았을 때처럼 설레기까지 했다.

기사를 사실적으로, 다양한 시각으로, 또 형평성에 맞게 쓰고자 하는 기자의 마음을 도통 아무도 알아주지 않으니 답답한 심정은 깊어져만 갔다. ‘왜 아무도 기자의 순수함을 알아주지 않는가?’ 게다가 이런 애환을 알 리 없는 시간은 어느새 기사마감일을 코앞으로 당겨놓고 기자를 재촉했다.

기자가 처음 단대신문에 지원했을 때, 또 장래희망을 기자로 정했을 때는 솔직하고 사실적인 보도를 통해 독자와 소통하는 멋진 기자가 되어야겠다는 나름의 다짐과 결의가 있었다. 하지만 단대신문 기자생활을 하면서, 특히 이번 기사를 준비하면서 기자를 아름답게만 바라봐주지 않는 세상이 원망스럽고 지금의 처지가 조금 불쌍하기도 했다. 세상이 ‘기자’를 ‘기자’로 바라봐주는 그날까지 슬픔은 잠시 뒤로 감춰두고 오늘도 좋은 기사를 쓰기위해 펜을 든다.

서준석 기자 seojs05@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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