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으로 행복을 잃어버린 사람들
재난으로 행복을 잃어버린 사람들
  • 이승제 기자
  • 승인 2011.03.29 13:27
  • 호수 129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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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다시 행복해 지기 위한 방법을 찾다

② 안무업- 한국국제보건의료재단 구호팀장(한림대학교 응급의료학과 교수)

▲연세대 원주의과대학 의학과 87년 졸▲(現)한림대학교 춘천성심병원 응급의학과장▲(現)한림대학교 원격진료 연구소장▲(現)한국국제보건의료재단 구호팀장▲(現)대한 응급의학회 교과서편찬 이사
온지구가 한 마을이 되었다. 지구 사람들은 UN이나 WHO와 같은 공동 기구를 세워 세계의 여러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이제 행복에 대한 생각도 온 지구사람들과 함께 해야 할 때다.

그런데 요즘 들어 불행이 지구 사람들에게 연달아 일어나고 있다. 아이티와 뉴질랜드에 이어 일본 대지진 참사가 일어났다. 언론에 드러나지 않은 재난들이 지구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이번 인터뷰를 기획한 것은 이런 재난에 처한 사람들의 행복을 같이 고민해 보기 위해서다.

단대신문이 만난 안무업 교수는 우리나라와 아이티, 버마 등지를 돌며 구호활동을 벌여왔다. 현재 한국국제보건의료재단의 구호팀장이며 한림대학교 응급의료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현장에서 사람들을 돌봐왔던 그에게 재난을 당한 사람들의 생활상과 함께 그들이 행복해지기 위해서 우리가 무얼 해야 하는지 들어봤다.

 


▲의료팀에서 말하는 재난이란.
의료팀에게 재난이란 국가가 환자를 돌볼 수 없게 된 상황을 말한다. 국가의 보건 체계가 무너져있는 경우도 있고, 갑작스런 재난으로 환자가 늘어나 이를 치료할 여력이 되지 않을 때를 재난이라 한다.

▲기아도 재난인가.
기아 자체가 재난이다. 기아는 다른 질병의 시작이 되기 때문이다.

▲재난 당한 사람들의 생활은 어떤가.
사람들이 오해하는 부분이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재난 당한 사람들이 좌절에 빠져 아무 것도 못할 거라고 생각하는 데 그렇지 않다. 물론 그들도 슬프다. 그러나 그들은 재난 당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래서 더 단결하고 함께 하려고 한다. 또한 약탈과 같은 일이 일어날 거라고 생각하는 것도 오해다. 오히려 사람들이 더 선해지며 함께 하려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들이 가장 힘들 때는 언젠가.
우리는 대부분 뉴스에 보도가 되지 않으면 재난이 끝났다고 생각한다. 아이티를 생각해 보자. 우리는 아이티가 재난에서 벗어났다고 생각하고 있지는 않나. 재난에 관한 소식이 언론에 보도 될 때 그들을 도와주려는 손길이 많다. 하지만 그들이 기억 속에서 잊혀지면 그들은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한다. 그들에게 힘든 시점은 재난을 당했을 때 보다 잊혀져 가는 때다.

▲그들에게 제일 필요한 건 무엇인가.
돈이다. 극단적으로 그들을 구호하러 가지 말고 돈을 지원하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그만큼 그들에게 돈이 절실하다. 아무리 가난한 나라에도 의사와 약은 있다. 그럼에도 돈이 없어 치료를 못 받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그럼 돈을 주면 되지 않나.
실은 돈을 주는 게 가장 좋다. 하지만 우리가 구호하러 가는 나라들의 사정을 보면 그럴 수 없다. 정치, 경제적으로 불안한 나라에서 우리가 구호금을 전달한다고 해서 그게 필요한 사람에게 제대로 전달될 수 있을까. 장담할 수 없다. 때문에 여러 봉사 단체가 직접 구호 활동을 하고 있다.



▲재난을 당한 사람들은 언제 웃는가.
그 사람들도 우리와 같은 사람이다. 재밌는 얘기를 듣거나 웃긴 상황에서는 그들도 웃는다. 그러나 그들에게는 상실의 아픔이 있다. 가족이 죽었거나 재산을 잃었든 혹은 자신의 팔 다리를 잃었든. 겉으로 웃는 웃음 안에 슬픔이 있다는 사실을 잊으면 안 된다.

▲재난 당한 사람들은 행복할까.
당연히 그럴 수 없다. 특히 방글라데시와 같은 저개발 국가의 경우 재난 이전의 생활 자체가 힘들다. 거기에 재난이 닥치면 그들의 생활이 더 피폐해 진다. 행복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런 사람들을 보며 행복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글쎄, 개인의 행복이야 자기의 욕심을 조절하면 된다고 본다. 내가 지금 가진 것에 만족하면 행복한 것이고, 그렇지 못 한다면 불행할 것 같다. 그러나 집단의 행복은 다른 문제다. 어느 집단이든 일정 수준의 생활이 보장되어야 한다. 최소한의 보건 환경을 갖추고 삶의 기본적인 질을 갖춰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나라가 많다. 그런 걸 보면서 정치를 하는 사람이나 지역 지도자들이 정말 잘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구호팀은 재난 당한 사람들을 위해 무엇을 하나.
아이티 아이들이 콜레라가 유행해서 고생하고 있다. 그들을 치료하는 것도 우리의 몫이지만 그들이 병에 걸리지 않도록 하는 것도 우리의 역할이다. 콜레라의 경우 상하수도 구분이 잘 되지 않아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것들을 지역 사람들에게 교육시키는 일이나 예방접종을 하는 등 치료 뿐만아니라 병에 걸리지 않도록 돕는 일도 함께 하고 있다.

▲기억에 남는 봉사활동은.
딱히 기억에 남는 활동은 없다. 다만 구호활동을 하며 느낀점이 있다. 누구를 치료하는 건 단기간에 할 수 있지만 병에 걸리지 않도록 보건 의료 체계를 세우는 일은 오랜 시간을 해야 이룰 수 있다. 아쉬운 것은 이런 장기간 동안 지원하는 체계가 우리나라에서 잡히지 않았다는 거다. 그들이 다시 병에 걸리지 않도록  오랜 시간 도우는 일이 필요하다.

▲그 밖에 구호 활동을 하며 느낀 점이 있나.
이제 식량이 부족하거나 약이 부족해서 먹지 못하거나 치료 받지 못하는 경우는 없다. 그런데 한 쪽에서는 비만에 걸리고 한 쪽에서는 못 먹어 기아에 시달린다. 돈이 없어 치료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 걸 볼 때 인류가 많은 발전을 이뤄왔지만 아직 최소한의 것을 나누는 체계가 제대로 자리 잡지 못한 것 같다. 이건 식량이나 약이 없어서 생기는 문제가 아니라 분배의 문제다.

▲지금의 체계가 바뀌어야 한다는 건가.
그렇다. 내가 구호 활동을 가서 짧은 시간 동안 백 사람, 이백 사람을 치료한다고 하자. 그러나 이런 일들로 몇 사람이나 구제 할 수 있을까. 또 재난으로 집안이 완전히 무너진 사람들을 생각해 보자. 우리가 그 사람들에게 한 끼의 저녁을 사준다고 해서 그들의 생활이 나아지겠는가. 잠깐 도와준다는 건 의미가 없다. 그들이 재기할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져야 한다.


▲구호 활동이 힘들지는 않은가.
아무리 좋은 마음으로 간다고 하더라도 환경 자체가 열악하니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천막치고, 컨테이너 같은 곳에서 활동하며 제한된 인력과 약품을 가지고 활동하니까 힘이 든다. 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별로 한 일이 없다는 데에서 오는 심리적 스트레스도 많다.

▲그들을 도우면서 행복한가.
행복하다는 것보다 내 도리를 다한다는 생각이 더 강하다. 재난 의학을 공부한 사람으로서, 더 배운 만큼 돕는 것이다. 그렇게 남을 도우면서 보람을 얻을 수 있으면 그에 만족한다. 그들을 도움으로써 내가 행복하다고 느끼는지는 잘 모르겠다.
 
▲재난 당한 사람들을 우리가 왜 도와야 할까.
인간으로서 기본이 아닐까. 절대 진리라는 게 있다. 질문이 필요 없고 답이 필요 없는 거다. 그 중에 하나가 사랑이다. 우리가 왜 사랑하느냐에 대해 질문을 하거나 답할 필요가 없다. 그러니까 절대 선(善)이라 하고, 진리라고 말한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마음 안에 사랑이 있고, 그것이 필요한 사람에게 갈 때 가치가 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구호를 위해서는 의료팀 뿐만 아니라 엔지니어도 있어야 하고, 행정 일을 보는 사람도 있어야 한다. 사회의 모든 사람들이 참여해야 구호가 이뤄질 수 있다. 그런 참여를 바라는 수 많은 기구가 있다. 또 학생들답게 현재 구조적인 문제에서 재난을 보고 이를 해결하는 데 힘쓰는 사람이 되었으면 한다.

이승제 기자
이승제 기자

 redhands@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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