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유직기(兪直基)의 『대동가언선행(大東嘉言善行)』
(27)유직기(兪直基)의 『대동가언선행(大東嘉言善行)』
  • 김철웅 연구원
  • 승인 2011.03.29 14:02
  • 호수 129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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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 어진 사람을 구하지 않고 도리어 꽃을 찾는가


  정조가 총애했던 실학자 이덕무는, “율곡이 지은 『격몽요결』은 『소학(小學)』의 사다리요, 유직기가 편집한 『대동가언선행』은 『소학』의 날개이다. 그 말이 모두 깊고 알기 쉬우니, 『소학』을 읽을 때 항상 참고하면 그 효과가 매우 클 것이다”라고 하여 『대동가언선행』을 높이 평가하였다. 『대동가언선행』의 저자 유직기(1694~1768)는 자(子)가 청보(淸甫)이고 한성부 우윤(종2품)을 지냈다. 1746년에 이재(李縡)가 쓴 책의 발문에 의하면, 유직기는 지식이 깊고 넓었다고 한다. 『대동가언선행』은 제목 그대로 우리나라(大東) 선현들의 아름다운 말(嘉言)과 착한 행실(善行)을 기록한 것이다. 따라서 책은 「가언」과 「선행」의 두 편으로 되어 있다. 그 내용은 아동 교육에서 모범이 되는 구절을 『격몽요결』·『성학집요』·『퇴계언행록』 등에서 뽑아 정리하였다. 유직기가 책을 엮으면서 우리나라 인물들의 언행과 덕행을 채택한 것은 중국과 차별되는 독자적인 문화적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가언」의 내용은 아이가 지켜야 할 몸가짐·효도·우애, 학문과 독서에 대한 것들이다. 먼저 율곡의 말을 인용하여, “부모의 말을 시행하지 않는 것, 형과 어른을 공경하지 않는 것, 남을 업신여기고 다투는 것” 등 아이들이 조심해야할 17개의 사항을 나열하고 이를 경계(警戒)하도록 하였다. 그리고 상촌 신흠의 말을 인용하여, “통달한 친구는 사물에 얽매이는 것을 깨쳐주고, 박학한 친구는 고루한 것을 열어주며, 담백한 친구는 농염한 것을 제어해준다”고 하였다. 성혼이 율곡과 친교를 맺고 경서를 토론하는데 이치를 분석함에는 율곡이 더 뛰어나고 실천함에는 성혼이 더 나았으나 항상 “율곡은 나의 벗이 아니라 나의 스승이다”라고 하여 친구를 높이고 자신은 낮추었다고 한다. 이처럼 이상적인 친구 관계에 대한 것을 소개하여 모범으로 삼도록 하였다.

  또한 “사람들이 벼슬을 하기 전에는 오직 벼슬 구하기에 급급하다가 벼슬한 뒤에는 그 벼슬을 잃을까 두려워한다. 벼슬이 높은 이는 도를 행할 수 없으면 물러날 것이요, 비록 낮은 벼슬을 한다고 하더라도 청렴하고 부지런하게 직무를 다해야 할 것이다”라고 하여 나아갈 때와 물러서야 할 때를 알아야 하는 것, 직책을 잘 수행하는 것이 신하의 도리임을 말하였다. 정승 이상의는 “어릴 때 매우 경솔하여 오래 앉아 있지 못하고 말도 함부로 하였다. 아버지께서 이를 근심하여 작은 방울을 차고 다니게 하여 방울 소리를 듣고 항상 조심하도록 하였다. 이상의는 아버지의 말에 따라 항상 방울을 차고 다니며 오늘 조금 조심하고 내일 또 조금 더 조심하였다. 드디어 중년에 이르러서는 남들이 너무 너그럽고 느리다고 말할 정도였으나 그의 행동은 조금도 억지스럽지 않고 자연스러웠다. 경박한 아이들을 경계하려는 사람들은 그의 실례를 모범으로 삼았다”고 한다.

▲이재가 쓴 『대동가언선행(大東嘉言善行)』의 발문.

  「선행」편에는 훌륭한 신하, 효자와 열부(烈婦)의 사례를 소개하였다. “병자호란 때에 남한산성에 피난간 인조가 아름다운 작약을 보고 캐어오도록 했다. 이시백은 나라가 큰 수치를 당하고 있는데도 어찌 어진 사람을 구하지 않고 도리어 꽃을 찾는가라고 한탄하였다. 그러면서 도끼로 그 뿌리를 잘라버렸다”고 한다. 신하는 임금이 바른 길로 가도록 해야 함을 직접 보여준 것이다. 그리고 “김안국과 성세창이 함께 숙직을 하는데 성세창은 부자라서 이부자리가 화려하고 사치하였으나 김안국은 곤궁하고 성품이 사치를 좋아하지 않아 무명 이불과 나무 베개로 지냈다. 성세창이 이를 보고 부끄러워 편안히 잠을 자지 못했다”라는 일화를 소개하며 사치를 경계하도록 하였다. 이처럼 『대동가언선행』은 아동 교육서이긴 하지만 우리 모두가 본받았을 만한 훌륭한 일들을 소개하고 있다. 김평묵(1819~1891)은 이 책을 『대동소학』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펴내면서, “중국 사람으로 이 책을 사가는 사람이 있다면 중국 선현의 반열에 두더라도 부끄럽지 않을 것이다”라고 자부심을 나타내었다. 우리 대학에는 『대동가언선행』, 『대동가언선행록』 등 두 종의 필사본이 소장되어 있다.


  김철웅(동양학연구소) 연구원

김철웅 연구원
김철웅 연구원

 dkdds@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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