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문화 touch- 일본의 '메이와쿠' 문화
대중문화 touch- 일본의 '메이와쿠' 문화
  • 김예은 기자
  • 승인 2011.03.30 22:28
  • 호수 1297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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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형 대처인가, 지나친 배려인가?
▲ ▲센다이시의 한 초등학교에서 급수를 배급받고 있는 일본인들.
지난 11일 규모 9.0의 지진이 일본을 강타했다. 15m가 넘는 쓰나미의 파도, 여의도의 48배에 이르는 피해지역과 2만 명에 달하는 사망자와 실종자, 그 몇 배가 넘을 이재민들. ‘대재앙’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그야말로 끔찍한 상황이다. 그리고 이런 상황 속에서 일본인의 질서정연 하고 정돈된 모습은 세계인에게 충격과 감동을 줬다.

일본인의 질서정연한 행동 안에는 ‘메이와쿠(迷惑)’라는 문화가 있다. 메이와쿠는 ‘폐, 성가심, 귀찮음, 불쾌함’을 뜻한다. 일본의 부모는 자녀들에게 습관적으로 ‘메이와쿠 카케루나(迷惑を 掛けるな)’라고 말한다. 우리말로 ‘남에게 폐 끼치지 마라.’라는 뜻의 이 말은 그만큼 일본의 가정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말이기도 하다. 부모는 자녀에게 항상 다른 사람에게 폐를 끼치지 말라고, 즉 상대가 자신 때문에 불쾌감을 느끼지 않도록 배려하라고 가르친다.

이번 대지진 사태에서도 일본인은 ‘나보다 남을 먼저’ 배려하는 모습을 보였다. 보통 자연재해가 일어나면 사람들이 서로 살겠다고 하는 탓에 질서가 무시된다. 새치기하거나 언성을 높이거나 물건을 훔치거나 하는 일이 발생한다. 일본에서도 거의 동난 식량과 생필품을 구하기 위해 모든 가게 앞에는 줄이 길게 늘어서 있다. 그러나 긴박한 상황에서도 새치기하거나 소리를 지르는 사람이 없다. 급하다는 이유로 규칙을 어기거나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도 찾아볼 수 없다. 이를 보고 우리나라 언론은 ‘선진국형 국민성’이라 칭하며 본받아야 한다고 말한다. 일본의 메이와쿠 문화를 우리 초·중·고등학교에서도 가르치겠다며 나서고 있다.

반면에 이를 보는 몇몇 나라의 시각은 조금 다르다. 붕괴된 건물 밑에 깔려 생사의 갈림길에서 가까스로 구조된 할머니가 제일 먼저 꺼낸 말은 “신세를 지게 돼서 죄송합니다.”였다. 또, 쓰나미로 한순간에 사랑하는 남편을 잃은 아내는 의연한 모습으로 “어쩔 수 없죠.”라고 말했다. 내가 슬픔을 못 이겨 이성을 잃고 오열하면 다른 사람에게 폐를 끼치게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위기 앞에서 차분한 일본인에 게 찬사를 보내던 서구의 나라들도 이것만큼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부모가 죽고 자식이 실종되는 상황 속에서 담담한 표정과 감정 자제는 너무 억지스럽다는 것이다. 슬픔을 표출하지 않고 속으로 삭이는 것이 ‘지나친 배려’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대지진 사태에 대처하는 일본인의 대처를 어떤 시각으로 바라봐야 할까. 이번 일본의 지진피해가 매우 안타깝긴 하지만, 일본과 우리나라와는 정서적으로 차이가 있다. 우리의 정서는 일본처럼 의식의 절제를 강조하지 않을뿐더러 일본의 것이 꼭 우리 것보다 나은 것은 아니다. 메이와쿠 문화의 영향으로 조직에 순응하고 집착하는 집단주의 문화도 생겨났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본의 의식을 우리가 무조건 따라서 배울 필요까지는 없지 않을까.


김예은 수습기자 eskyen@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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ㅁㅇㄴㄹ 2019-05-30 15:41:11
읔엨읔엨

ㅇㅇ 2018-12-01 22:29:34
멋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