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색볼펜]거짓말
[백색볼펜]거짓말
  • 권예은 기자
  • 승인 2011.04.05 15:41
  • 호수 129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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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키고 싶은 사람에게 하는 거짓말


◇ 에쿠니 가오리의 소설 『달콤한 작은 거짓말』에서 주인공 루리코가 말했다. “사람은 지키고 싶은 사람에게 거짓말을 해. 혹은 지키려는 사람에게.” 남편만을 사랑하고 싶지만 연하의 애인이 생겨버린 루리코. 답답한 생활에 귀엽고 활발한 여자 후배를 만나 결혼생활의 윤활유로 여기는 사토시. 결혼 3년차인 그들은 비밀과 거짓말로 결혼생활을 유지한다. 둘이 함께 있어도 외롭지만, 그럼에도 둘이 있고 싶은 것. 소설은 가장 지키고 싶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거짓말을 하고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그리고 있다. 이 소설을 읽으며 필자는 주로 다루고 있는 결혼 생활의 심리보다도 앞의 저 한 구절이 가슴 속에 박혔다. 지키고 싶은 사람에게 하는 거짓말. 어디 안 해 본 사람이 있을까.

 

◇ 지방에서 혼자 올라와 대학 생활을 하고 있는  필자는 엄마와 전화를 자주 하는 편이다. 그래서 요 근래 갑자기 매일매일 오는 엄마의 전화도 별로 대수롭지 않게 받았다. 늘 하는 통화였으니까. ‘날씨가 따뜻해지니 더 보고 싶으신가?’ 생각했다. 그러나 나중에 전화가 잦았던 이유를 알았을 때는 흘러나오는 눈물을 멈출 수가 없었다. 엄마는 다리를 다쳐 일주일 째 입원중이셨다. 엄마의 마음을 몰라준 게 너무 죄송스러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사실에 너무 화가 나서 더 울었다. 언제나처럼 “엄마도 잘 지내지? 별일 없지?” “잘 지내지, 별일 없어. 딸~ 밥 잘 챙겨 먹구.”로 끝낸 통화였지만 그것은 통상적인 거짓말이었다. 서로가 서로를 걱정하며 하는 거짓말.

 

◇ 한 심리학자가 말하기를, 상대방의 거짓말을 알아내기 위해서는 그 사람을 알아야 한다고 했다. 그 사람의 행동을 관찰하여 기본 정보를 구축하고 그리고 나서 다른 행동, 감정의 변화, 상황, 차이점 등을 발견해서 알아내라는 것이다. 엄마를 몰랐던 게 아니다. 관심이 부족했던 것이다. 일에 치여서, 하는 일이 바쁘다며 여느 때처럼 대충 통화하고 끊었다. 돌이켜 생각해보니 “새로 시작한 일이 많이 힘들지 않냐”며 “너무 힘들면 내려와서 좀 쉬어라”고 평소 안하던 말씀을 하셨다. 그 땐 왜 몰랐을까.

 

◇ 『달콤한 작은 거짓말』에서 루리코는 사토시와 한 집이라는 같은 공간에 있으면서도, 이야기를 나누면서도 가끔씩 공허함과 외로움을 느낀다. 어느새 습관처럼 굳어버린 규칙적인 결혼 생활 속에서 그들은 거짓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한다. 그리고 그 거짓말을 서로가, 아무런 눈치조차 채지 못한다. 루리코와 사토시는 서로 눈을 맞추고 귀를 기울여 서로의 마음에 자리한 생각이 무엇인지 들여다보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래야 진정한 결혼 생활의 사랑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루리코에게 한 마디 전하고 싶다. “사람은 지키고 싶은 사람에게 거짓말을 해. 그리고 지키고 싶은 사람이라면 그 거짓말이 무엇인지도 알아야 해.”


<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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