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빛으로 주는 상처
눈빛으로 주는 상처
  • 이샤론
  • 승인 2011.04.08 07:26
  • 호수 129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나는 인종차별을 할까?’ 이 질문에 대한 답변은 제각기 다를 것이다. 기자는 지금껏 스스로 인종차별주의자가 아니라고 생각해왔다. 하지만 지난 1297호에 실린 ‘좋은 사람 있으면 소개시켜줘’ 코너를 취재하면서 외국인 교도소 수감자들이 “한국에 와서 교도소에서 처음으로 인간다운 대우를 받았다”고 말하는 것을 듣게 됐다. 그 후 지하철이나 학교에서 보는 외국인을 보며 기자는 그 사람의 피부색이나 겉모습으로 사람에 대한 판단을 내리고 있는지에 대한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정답은 부끄럽게도 ‘그렇다’였다. 지하철에서 백인을 볼 때면 ‘Where are you from?’하고 괜히 말 한 번 더 걸고 싶은 반면 학교에서 자주 마주치는 중국인 유학생을 보면서는 그런 생각이 들지 않았다. 동남아시아 계통 외국인을 보면 돈을 벌기 위해 온 가난한 사람이라는 인식이, 백인들을 보면 놀러온 사람, 공부하러 온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곤 한다. 실제로 그 사람에 대해 아는 것은 하나도 없는데 말이다. 한국 사람들은 백인이나 흑인보다 오히려 황인종인 동남아시아 계통 사람들을 더 얕잡아 보곤 한다. 같은 흑인이라도 미국계 흑인인지 아시아계 흑인인지에 따라 대우가 달라진다. 실제로 외국인에 대한 심각한 인종차별의 사례를 우리는 종종 뉴스에서 접할 수 있다.
우리는 차별에 대해 예민하다. 조그만 일에도 차별 당한다고 느끼면 기분이 상하곤 한다. 중고등학교 시절 가장 인기 없는 선생님은 공부 잘하는 학생만 예뻐하여 차별하는 선생님이었다. 상대방의 눈빛만으로도 그 사람이 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어느 정도 읽을 수 있다. 눈빛으로 주는 상처에 마음이 더 아프기도 한 법이다. 사람은 원래 이기적이기 때문인지 자신이 싫어하는 행동도 무의식 속에서 서슴없이 하곤 한다. 실제로 통계청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외국인에 대한 차별 인식’이 ‘별로 없다’가 11.9% ‘전혀 없다’는 3.6%에 그쳤다. 없는 편에 속하는 인원은 약 16%가 채 되지 않았다. 사실 ‘별로 없다’는 말에도 미약하지만 내면에 외국인을 차별하는 인식이 어느 정도는 있다는 말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자신이 차별당하는 것을 싫어하면서 행동으로든 마음속으로든 차별을 하는 우리 모습은 다시 깊게 반성해야 할 필요가 있다.
세계화의 물결 속에 다문화가정도 엄청난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이제 ‘단일민족’이란 개념조차도 사라져가는 추세이다. 혹시 나도 알게 모르게 인종차별의 가해자의 위치에 서 있지는 않았었는지 한 번 돌이켜보자. 기자도 이 글을 쓰기 위해 스스로를 되돌아보며 반성의 시간을 가졌다. 우리는 지금 겉모습으로 사람을 판단하기보다는 내면을 바라보는 연습이 필요하다.
혹시라도 이 글을 읽게 되는 외국인이 기자의 글로 인해 한 번 더 상처를 받거나 마음이 상하지 않기를 바란다.

이샤론 기자 sksms93@dankook.ac.kr

이샤론
이샤론 다른기사 보기

 sksms93@dankook.ac.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