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만드는 우직한 열정, 그게 나만의 스펙
로봇 만드는 우직한 열정, 그게 나만의 스펙
  • 이승제 기자
  • 승인 2011.05.11 12:14
  • 호수 130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관태(전자전기공학·11졸) 동문 -삼성장비사업센터 연구원

 

▲김관태(전자전기공학·11졸) 동문
“대학 생활은 동아리 방에서 로봇 만든 것 밖에 기억나지 않아요.”밝게 웃는 김관태 동문은 삼성 장비 사업센터 개발 1그룹의 연구원이다. 삼성이라는 직함에 기자는 그의 말을 의심했다. 삼성에 다니는 사람이라면 더 많은 재주가 있지 않을까 싶은 생각에서다. 처음에는 4.5에 달하는 평점과 유창한 외국어 실력이 기본 바탕으로 깔려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김 동문은 그런 기자의 생각을 읽었는지 자신의 면접 때 얘기를 해주었다. “임원면접을 볼 때였어요. 면접관께서‘이 학점으로 어딜 지원 할 수 있겠냐’고 혼이 났죠.”당시 그의 학점은 2점 후반대. 학점 3.0이상이 자격기준이었던 삼성 면접에서 떨어져도 할 말이 없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김 동문은 당당히 삼성맨이 되었다. “면접관께서 제게 이 학점에 견주어서 가치 있는 일을 한 게 무엇이냐고 물으셨어요. 그 질문에 로봇 전시회, 각종 공모전 활동 등 4년 동안 동아리에서 했던 경험들을 말씀드렸습니다. 면접관들께서도 많이 공감해 주셨고요.”김 동문은 자신은 내세울 거리가 없다고 말한다. 실제로 김 동문의 학점이나 외국어 실력 모두 다른 사람들에 비해 비교적 부족했다. 그럼에도 그가 어엿한 직장인이 된 것은 4년 동안 로봇을 만들어왔던‘우직한 열정’때문이었다.

대학 시절, 그는‘피곤해 보인다’는 소리를 줄곧 듣곤 했다. 로봇을 만들겠다는 순수한 열정을 가지고 들어간 동아리‘Maze’에서의 생활은 고달팠다. 로봇을 만들며 밤을 새는 일이 부지기수였다. 동아리 일과 좋은 학점을 병행하기가 벅찼다. 그래도 그는 아무런 걱정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로봇을 만들다 보면 누군가는 인정해 주리라 믿었다”며 김 동문은 다시 밝은 웃음을 지었다.

그의 말대로 기회는 찾아왔다. 삼성 기술 면접 특채 시험에서 그가 만든 큐브로봇이 좋은 평가를 받은 것이다. 면접관들의 깊이 있는 질문에도 당황하지 않고 말했다. 김 동문은“입사를 위해 특별한 준비를 하진 않았다.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새로운 정보를 공유하고, 모르는 문제를 같이 해결하다 보니 로봇에 대한 전문성을 갖추고, 자연스레 입사에도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래도 정말 아무런 스펙이 없었냐는 기자의 질문에“굳이 스펙을 말하자면 서울권에 있는 구청에서 IT축제나 아이들을 위한 로봇 전시회에 지원을 요청하는 곳을 찾아 봉사활동 했던 게 스펙이 되지 않았을까 한다”며“동아리에서 실습을 한 경험을 살려 4학년 때 대학 연구실에 들어가 연구원 활동을 한 것도 일종의 스펙으로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김 동문은 말했다. 그가 말하는 모든 스펙은 로봇과 관련되어 있었다.

미친듯이 하나에만 열중하는 사람들이 있다. 주위에서는 미래를 계획하지 않는 바보라고 놀려댈지 모른다. 그럴때 김 동문의 말을 기억하면 좋을 것 같다.“ 한 길만 걸어온 노력을 인정해 줄 겁니다.”

 

이승제 기자
이승제 기자

 redhands@dankook.ac.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