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캠퍼스 학생회관 일일환경미화원 체험기
천안캠퍼스 학생회관 일일환경미화원 체험기
  • 서준석 기자
  • 승인 2011.05.17 12:31
  • 호수 13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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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로비 공용책상 위의 음식물 찌꺼기

 

중앙로비 공용책상 위의 음식물 찌꺼기
나 몰라라 하는 학생들, 내 책상이라면?

 

 

경제학에 아담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이 있다면 우리 대학 내의 구석구석에도 청소를 하기 위해 건물의 이곳저곳을 누비는 ‘보이지 않는 손’, 환경미화원들이 있다. 때론 4년 동안 학교를 다닌 학생들보다 학교 사정을 더 잘 알고 있는 환경미화 아주머니들. 그들의 일과를 쫓으며 천안캠퍼스의 청결상태를 점검해 보았다.

환경미화원들의 일과는 오전 7시 30분에 시작된다. 미화원 휴게실의 문을 두드리자 학생회관 미화원 반장 이숙현(65) 씨가 반갑게 맞아주었다. 이 씨는 미화원의 스케줄과 하는 일, 그리고 기자가 체험하게 될 하루치의 일거리들에 대해  차근차근 설명해주었다. 덧붙여서 쉬운 하루가 되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당부했다. 기자도 이 씨의 걱정 어린 충고에 보답하기 위해 예비역의 위력을 보여주리라는 ‘불굴의 각오’를 다졌다.

기자가 이 씨로부터 처음 하달 받은 미션은 기름 대걸레로 바닥을 닦는 일이었다. 일반 마대걸레와는 달리 좌우가 긴 마대를 이용해서 바닥을 쭉 훔치면 되는 간단한 일이어서 별로 힘들이지 않고 끝낼 수 있었다.

대걸레질이 끝난 후에는 경력 2년 6개월의 김길례(60) 씨와 함께 학생회관 1층의 화장실을 청소했다. 김 씨는 고무장갑을 기자에게 건네고 몇 가지 도구를 챙긴 뒤 화장실로 향했다. 김 씨는 휴지통 비우기, 수세미로 소변기와 대변기 닦기, 거울 닦기, 바닥 닦기의 순서로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며 청소를 했다. 기자가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멀뚱거리자 김 씨는 소변기에 물을 뿌려달라고 주문했다. 화장실 청소가 끝날 무렵 어느새 김 씨의 이마에는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혔다.

남녀 화장실 청소를 모두 마친 후에는 김 씨와 함께 동아리들이 공동으로 사용하는 중앙로비 책상들을 닦았다. 김 씨는 뜨거운 물과 함께 걸레 2개를 대야에 챙겼다. 김 씨와 함께 책상을 닦기 위해 간 곳은 104호 중앙로비였다. 그곳의 책상 위를 보고 기자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언제 먹은 것인지 모를 음식물의 잔해들이 책상위에 그대로 방치된 채 들러붙어 있었다. 굳이 물어보지 않아도 이곳의 학생들이 치킨을 선호한다는 것을 책상위의 파편들만 보고도 쉽게 알 수 있었다. 종교분과 동아리들이 모여 있는 108호의 중앙로비를 제외한 대부분의 중앙로비들이 같은 상황이었다. 김 씨는 “항상 이렇게 더럽다. 한 번도 먹고 치운 적이 없다”며 얼굴을 찌푸렸다.

김 씨는 능숙하게 걸레에 뜨거운 물을 묻힌 뒤 책상을 훔쳤다. 그리곤 앞치마 주머니에서 자연스럽게 이발소용 면도날을 꺼냈다. 김 씨는 면도날로 책상의 음식찌꺼기들을 때어내면서 “이렇게 하지 않으면 절대 떨어지지 않는다. 아침에 깨끗이 닦아 놓아도 저녁이 되면 다시 이렇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책상 닦기를 마치고 나니 어느새 점심시간이었다.

점심 식사를 마친 후인 오후 1시부터 다시 일과가 시작된다. 오후일과의 시작은 식당의 쓰레기를 수거하는 일이었다. 그런데 기자는 쓰레기통을 비우다 특이한 것을 발견했다. 쓰레기통 바닥마다 모두 신문지가 깔려 있는 것이었다. 학생들이 라면이나 음료수 등을 먹고 나서 남은 국물을 그대로 쓰레기통에 버려 새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한 환경미화원 아주머니가 설명했다. 실제로 기자가 쓰레기를 비우다가 흥건하게 젖어있는 신문지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다음으로 한 일은 매점과 학생식당 사이에 벤치가 있는 공터 청소였다. 빗자루와 쓰레받기를 들고 벤치로 가서 떨어져있는 담배꽁초들을 쓸어 담았다. 쓰레기통이 3개씩이나 있는데도 바닥에 버려진 꽁초가 많았다. 하지만 꽁초보다도 청소를 더 어렵게 만드는 것은 곳곳에 뱉어놓은 가래침이었다. 바닥은 기본이고 담뱃재를 터는 쓰레기통의 뚜껑에까지 누런 가래침들이 거미줄을 치고 있었다. 심지어 식당입구 쓰레기통 주변은 침들 때문에 벽과 바닥이 새까맣게 변해있었다. 때문에 일주일에 한 번씩 물청소를 하지만 검은 재와 침은 쉽게 떨어지지 않는다고 아주머니들은 입을 모았다.

 

 

 

 


기자는 이어서 매점과 크라운베이커리 사이에 있는 휴게실 바닥을 쓸고 닦은 뒤 이어서 안경점 뒤편의 화장실을 청소했다. 점심시간에는 휴지통 비우기와 바닥 쓸고 닦기, 휴지 채워놓기만 하면 된다.

오후 2시 50분, 월요일 이 시간은 항상 학군단을 청소한다. 웅무관은 일주일에 한번 청소하는 것 치고는 깨끗한 편이었다. 학군단 청소를 마치고는 바로 식당 청소다. 평소에는 3시부터 30분간 휴식시간이 주어지지만 월요일만은 이마저도 없다.

학생식당과 교직원식당 청소는 다 같이 쓸기와 닦기를 나누어 한다. 다함께 하기 때문에 힘든 것은 없지만 마치고 나니 등에 땀이 났다.

식당청소를 마치고 기자가 기지개를 펴려던 순간 아주머니들은 마지막으로 맡은 구역을 한 번 더 돌아보아야 한다며 흩어졌다. 기자는 아침에 청소했던 1층을 김 씨와 함께 돌았다. 김 씨의 말대로 중앙로비 책상들은 아침보다 더 가관이었고 심지어 배달음식을 정리도 하지 않은 채 책상위에 그대로 놓고 사라진 염치없는 학생들도 있었다. 또 분명 건물 안에는 배포 할 수 없도록 규정했던 음식점 팜플렛들이 로비 책상위에 널려 있었다.

 

 

 

 

 


이제는 정말 모든 업무를 마치고 환경미화원들은 퇴근 준비를 서둘렀다. 기자도 아주머니들과 인사를 나누고 미화원 휴게실을 떠난 시간은 오후 5시였다.

서준석 기자 seojs05@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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