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 탐구생활 ⑦ 스페인어 동시통역사 한원덕 교수
직업 탐구생활 ⑦ 스페인어 동시통역사 한원덕 교수
  • 김예은 기자
  • 승인 2011.05.17 17:32
  • 호수 13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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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역은 제 2의 창조입니다"

직업 탐구생활 ⑦ 스페인어 동시통역사

‘외국어 능력’이 큰 자산인 국제화 시대. 여기 국제회의에서 통역 부스와 대통령 옆을 종횡무진 하는 한 사람이 있다. 스페인어가 필요한 곳에 어김없이 등장하는 그는 바로 최고의 스페인어 통역사, 한국외대 통번역대학원의 한원덕 교수이다. 2005년 한국-중미8개국 정상회의 동시통역부터 2006년 한-도미니카공화국 정상회담 통역, 2010년 G20 정상회의 동시통역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스페인어 통역이 그의 입을 통해 이루어졌다. 그와 함께 통역의 세계에 대해 알아보자.  <편집자 주>

"통역은 제 2의 창조입니다"

2010 G20 정상회의. 한국에 모인 세계 정상들이 일제히 귀에 무언가를 꼽고 있는 것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동시통역사가 부스 안에서 하는 통역이 이 리시버를 통해 정상들에게 전달된다. ‘동시통역사’의 업무는 외국인의 대화나 발표를 우리말로 전하거나, 우리말을 외국어로 전달하는 일이다. 국제화 시대인 만큼 중앙고용정보원은 동시통역사를 10대 유망 직종으로 꼽기도 했다.

동시통역사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동시통역 교육을 제공하는 기관에 들어가야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한국외국어대학교 통번역대학원, 이화여자대학교 국제대학원 등에서 동시통역사를 양성하고 있다.

대학원에서는 국제회의에서 자주 사용되는 표현이나 회의 진행 방법 등을 익히게 된다. 고급수준의 외국어 학습은 물론 기관명과 직책, 외국 주요인사의 의전과 Note Taking 기술 등을 배운다. 때로는 학생들 스스로가 연설자가 되어보기도 하고, 질문이나 토론을 시도해 보기도 한다.

한 교수가 통역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참석자의 이름이나 직책이다. 아무리 정확한 통역을 해도 이것을 틀리면 중대한 실수를 저지르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는 통역 전에 숫자나 고유명사 등도 미리 익혀둔다며 회의에 대해 알려주지 않아도 회의의 목적을 빨리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통역의 어려움을 묻자 “외국 발표자가 출신국의 특수한 국내사정을 언급하면 통역의 난이도가 예측 못 할 정도로 높아진다”고 답했다. 가장 어려웠던 통역으로는 ‘세계시인대회’를 꼽았다. 그는 “한 나라의 정서를 압축적이면서도 미적으로 표현하는 시를 마치 공장에서 제품을 찍어내듯 통역한다는 것은 통역사에게 죄의식마저 갖게 했다”고 덧붙였다.

반면, 가장 보람 있을 때는 정상들이 통역을 듣고 상대방의 의견에 동의를 표할 때라며 ‘내 통역이 제대로 되고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들어 즐겁다고 말했다. 한국과 중남미 국가 정상들이 최초로 만나는 회의에서 통역했을 때도 쉽게 올 수 없는 기회이기에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밝혔다.

동시통역사의 가장 큰 장점으로는 ‘은퇴가 없다’는 점을 꼽았다. 능력만 있다면 나이가 들수록 더욱 경험이 풍부한 통역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거의 국제회의장이나 대기업 등에서 활동하는 만큼 근무 환경도 좋다. 특히 국제회의 통역은 세계의 흐름을 누구보다 빨리 접할 수 있으며, 세계의 리더들과 함께할 수 있다는 것 또한 빼놓을 수 없는 동시통역사만의 매력이라고 덧붙였다.

한 교수가 보는 이 직업의 미래는 매우 긍정적이다. “요즘 통역기계가 생겨나고 있지만, 인간의 언어를 기계가 대체할 수 있는 시대는 가까운 장래에 도래하기 어렵다. 언어마다 다르지만, 영어와 스페인어의 경우 수요가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특히, 한국어-스페인어 관련 회의는 양 지역이 최근 급속히 가까워지면서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동시통역사에게 뛰어난 외국어 실력 외에 필요한 점은 무엇일까. 한 교수는 “국제환경의 맥락을 이해할 수 있는 교양을 갖추기 위해 시사정보 학습과 독서가 중요하다”며 “실수를 대처하는 순발력, 유연성이 필요하며 파트너와 호흡을 맞춰 일할 때가 잦으므로 배려도 갖춰야 한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그는 우리 대학 재학생들에게 “직업을 선택하기에 앞서 이 일이 평생 해도 질리지 않을 만큼 즐거운 일인지 적성에는 맞는지 고려해 봐야 한다. 나는 학점은 좋은 편이 아니었지만, 스페인어 통·번역만큼은 쉬지 않고 연습했다. 좋아하는 일에 열정을 가지고 임하면 남들이 도저히 따라올 수 없는 단계에 이를 수 있다”며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꿋꿋이, 그리고 즐겁게 자신의 길을 찾는 것 또한 중요하다. 무엇보다 그 분야에서 인정받는 분을 직접 찾아가 면담 받는 것을 추천한다” 고 조언했다.

김예은 수습기자 eskyen@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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