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 제 15회 서울 인권 영화제 - 내가 바뀌든 세상이 바뀌든 바꿔야 한다
<축제> 제 15회 서울 인권 영화제 - 내가 바뀌든 세상이 바뀌든 바꿔야 한다
  • 김은영 기자
  • 승인 2011.05.24 12:53
  • 호수 13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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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人문화in 36

내가 바뀌든 세상이 바뀌든 바꿔야 한다

 


지난 19일부터 22일까지 서울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서 ‘제15회 서울인권영화제’가 열렸다. 이번 영화제는 ‘나와 당신의 거리’라는 카피 아래 19일 개막식이 열렸다. 4일간 계속 된 영화제에는 인권이 제대로 보장되지 않는 이들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깊이 있는 영화들로 가득 채워졌다.

서울인권영화제는 1996년 처음 열려 지금까지 16년간 지속되고 있는 영화제이다.

이번 영화제의 첫날에는 ‘차별-저항-거리’라는 주제 아래, 자신의 정체성 때문에 차별받는 이들의 인권을 다뤘고, 둘째 날에는 ‘자본-노동-거리’라는 주제로 자본의 힘에 착취당하고 있는 노동자들의 인권에 대해 다뤘다. 그리고 셋째 날에는 ‘핵-평화-거리’라는 주제로 핵으로 죽어가는 사람들과 그들의 인권에 대해, 마지막 날에는 ‘민주-주의-거리’라는 주제로 표현의 자유가 억압된 민주 사회에서의 인권 이야기를 다뤘다. 이번 영화제에서는 해외작, 국내작을 비롯해 총 31편의 영화를 상영했다.

영화제의 첫째 날에는 개막작으로 <종로의 기적>이라는 영화를 상영해 주었다. 이는 실제로 네 명의 게이들을 관찰하며 그들이 살아가는 모습과 커밍아웃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다큐멘터리 영화이다. 영화를 다 본 후, 넘어서는 안 될 선이 있다고 항상 단정짓고 살다가 문득 그들을 보니 기자가 생각하던 기준과 원칙들이 송두리째 흔들리는 느낌이었다. 영화를 보고 한동안 멍하니 움직일 수 없었다. 일종의 컬쳐 쇼크랄까. 그렇다. 기자는 그들을 지금껏 평범한 사람으로 바라보지 못하고 나와는 다른 사람이라며 선을 그어왔던 것이다.

 

 

▲서울 인권 영화제의 개막작 <종로의 기적> 중 한 장면.

 


‘나와 당신의 거리’라는 영화제의 카피가 그저 글자를 넘어서 가슴으로 와 닿는 순간이었다. 게이를 비롯한 성적소수자들은 한 곳에만 모여 있지 않다. 사회 각 계층에서 다양한 일을 하며 다양한 곳에 살고 있었다. 누군가는 스파게티 집 요리사로, 누구는 한의사로, 누구는 회사원으로 각자 저마다의 일을 하며 살고 있었다. 그들은 물리적으로 우리와 아주 가까운 거리에 살고 있는데도 기자는 그들이 먼 곳에만 살 것이라고 생각하고 전혀 별개의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109분의 시간동안 이 영화는 많은 영향을 주었다.  그들의 이야기를 담은 이 다큐멘터리 영화는 그 어떤 인권운동보다도 호소력이 있었다.
‘인권영화는 돈 없는 사람도 볼 수 있고, 어디서든 자유롭게 상영할 수 있어야 한다’는 취지 하에 전편 무료상영을 원칙으로 계속 되어오고 있는 이 영화제는 기업후원도 받지 않고 시민들의 후원과 자원봉사를 통해서만 운영되고 있다. 인권운동은 모든 권력으로부터 독립성을 지켜야 하므로 스스로 재정 자립도를 지킨다는 약속을 계속 지켜오고 있는 인권영화제.

‘내가 바뀌든 세상이 바뀌든 바꿔야한다’고 외치는 인권운동가들의 목소리가 귀에 선연하다.
평소 모른 척하고 있던 사회적 약자들에 대해 생각해보고, 조금이나마 그들과의 거리가 좁아짐을 느낄 수 있던 기회였다. 관심 있는 사람은 매년 열리고 있으니 꼭 한 번쯤 참여해보면 세상을 보는 시야를 넓힐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김은영 기자 keunson@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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