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터치 ⑧ 끊이지 않는 20대 자살
시사터치 ⑧ 끊이지 않는 20대 자살
  • 박윤조 기자
  • 승인 2011.05.24 18:04
  • 호수 13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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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자살, 우리 사회가 풀어야 할 숙제

시사터치 ⑧ 끊이지 않는 20대 자살

대학생 자살, 우리 사회가 풀어야 할 숙제


우리나라는 2008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자살 증가율 5년 연속 1위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요즘 특히 젊은 사람들의 자살률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2010년에는 20대의 사망원인 중 ‘자살’이 40.7%로 가장 높았다. 2명 중 1명이 제일 혈기왕성한 시기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이다.
올해 초 대한민국은 카이스트 자살사건으로 떠들썩했다. 지난 1월 8일 카이스트에서 전문계고 출신 1학년 조모 씨가 저조한 성적 등을 비관, 교내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어 지난 4월 7일 휴학생 박모 씨가 아파트에서 투신해 숨진 것까지 올해에만 모두 4명의 카이스트 학생이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또한 지난 2월 9일에는 강원 강릉에서 3학년에 재학 중이던 대학생 유모(22) 씨가 경제적 어려움을 비관해 자살했다. 당시 방 안에는 복권과 학자금 대출 서류 등이 함께 발견됐다.
이제 우리들의 젊음과 청춘을 대표하는 대학생들이 자살로 수면 위로 떠올랐다. 경찰청에 따르면 대학(원)생 자살자 수는 2007년 232명, 2008명 332명, 2009년 268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 해 평균 230명에 달하는 대학생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이었다.
경찰청에서 대학(원)생의 자살 사유를 조사한 결과 정신적 문제와 이성·취업·경제 문제 등 다양했지만 우울증 등 정신적 고통을 호소한 경우가 많았다. 실제로 2009년의 경우 정신적·정신과적 문제가 78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이성문제 53건, 가정문제 30건, 취업문제 28건, 경제 문제 16건 등이었다.
또한 취업 포털 사이트 설문조사에 의하면 ‘대학생 자살충동’은 심각한 상태에 처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생 621명 가운데 373명(60%)이 ‘자살 충동을 느낀 적이 있다’고 답한 것이다. 이들 가운데 52.92%는 성적, 금전적 이유, 취업난 때문이라고 답했다.
이제 자살을 개개인의 삶의 수단, 선택일 뿐이라고 순순히 넘어갈 때가 아니다. 높아지는 20대 자살률을 잠자코 지켜보고만 있을 때가 아닌 시점이 온 것이다. 우리 사회가 풀어야할 숙제가 된 20대 자살문제에 대해 전문가에게 근본적인 대책 등을 들어보고, 우리 대학 재학생들은 자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아보자.   

 

■ 전문가 의견  - 허진경 ((사)밝은미소운동본부)  사무국장

카이스트 사태 이후에도 계속되는 20대의 자살

 

청년실업, 물질 만능 중심의 사회 인식구조, 감당할 수 없는 스트레스, 경제적인 어려움, 생활상 충격적 사건, 생활의 큰 변화, 자아 강건성의 부족 및 결함, 문제해결에 있어서 능력이 부족하거나, 좌절에 대한 감내력의 부재, 인내심의 부재와 분노 조절력의 결함 등 심리적 요인 또한 이 시대 젊은이들이 자살로 표출될 수 밖에 없는 요인이 있다. 경쟁적이며 다른 어느 나라 못지않게 강한 성공지향적 사회풍토가 조성되어 있다.
힘든 문제에 놓여져 있을 때 쉽게 생각하고 말할 수 있는 것은 ‘죽고 싶다’ 이다. 자살을 유일한 해결책으로 생각한다. 죽으면 안고 있는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 믿는다.  죽음에 대한 올바른 개념의 부재로 인해 자살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있다. 자살을 함으로써 자기애적 상처를 부각시키고. 마음에 내재된 분노와 죄책감 등의 감정에 억눌려 자살을 통해서만이 이런 감정들을 해소할 수 있다는 잘못된 사고를 가지게 되는 것이다. 충분히 대화할 수 있는 대상의 부재. 개인주의 적 성향들이 짙어진 이유이다.
인스턴트 음식을 만들듯 뭔가 즉석에서 만들어야 한다는 인스턴트적 성공학에 물들어져 있으며, 과정보다는 결과에 집착하는 사회가 되어가고 있다.  
‘자살하고 싶다’ 라고 말하는 이에게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다. 관련단체에 상담을 신청하고, 경찰서에 신고하라는 기술적인 부분들을 말하고 싶지는 않다. 자신의 정신을 회복할 수 없는 단계라면 결국 죽음에 이르는 길에 들어선 것이다.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Keating선생처럼 목마른 젊은이들에게 영감을 줄 수 있는 이 시대 평범한 영웅, 멘토들이 부재하다는 것이다.
여유를 잃은 한국사회여 대화하라
상대의 말을 들어주는 것과 대화를 진심으로 나누기에는 현재의 한국사회는 여유를 많이 잃었다. 제도적으로 불합리함으로 인해 겪는 불편함과 고통 속에 있는 것은 사실이다. 물질세계를 향해 달음질치기 전에 보이지 않는 사람의 마음의 세계에 문을 두드리고 열어야 할 것이다.
친구가 되어주세요
현재 어려운 일이 무엇인지 이야기를 하고 대화의 70% 들어주고, 30%는 상대가 했던 내용에 대해 공감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내용이 전개될 수 있도록 대화를 끌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사건이나 생활사의 내용전개보다는 신뢰관계 형성에 초점을 맞출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생각의 가지치기를 하고 명상적 사고(slow thinking)를 하게 도와줘라. 긍정적이었던 마음상태가 스트레스를 받게 되면 부정적으로 바뀌기 쉽다. 이런 마음의 상태를 명상적 사고를 통해 스트레스를 받아도 감정의 기복이 심하지 않도록 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충동적이며 순간적 결정이 문제를 해결해 줄 수는 없을 것이다. 자신과 주변에 대해 천천히 생각하고 결정할 수 있도록 명상은 자살 충동이나 우울증과 같은 심리적인 증상을 완화해 줄 수 있을 것이다. 가면 갈수록 디지털화되어 가는 세상에서 조금 쉬어갈 수 있는 여유와 아날로그적인 생활방식은 쉴 새 없이 기계처럼 움직이는 우리 젊은이들에게 작은 행복을 가져다 줄 수 있을 것이다. 필자는 조금 쉬어가기를 청하고 싶다. 복잡한 사고, 필요 없는 생각들로 가득 차고, 이루기에는 현실이 너무 황폐하기만 일들로 젊은 뇌가 시들어가고 있다. 그 공간에 뿌리내리고 있는 ‘생각’이란 나무의 가지를 과감하게 쳐버리자.  
쓰라린 경험에서 교훈을 얻고 나를 제대로 발견하자. 불행 속 행복은 더 가치있고 소중하게 여겨지는 것이다. 이것은 아픔 속에서 교훈을 얻고 이겨낸 자만이 가질 수 있는 축복일 것이다. 키에르케고르는 ‘인생은 풀어야 할 숙제가 아니라 경험해야 할 현실’이라고 했다. 풀지 못했다고해서 인생의 낙제점수를 받는 것이 아니라, 인생은 경험을 통해 배우고 성장하며 살아가야 할 우리의 성장판인 것이다. 성경의 3가지 축복 중 첫째가 “생육하라(be fruitful)”다. 이 때 생육은 정신의 성숙을 의미하는 것이다. 인생의 열매를 맺기까지 들판에 농부처럼 해야 할 일이 많고, 할 일이 많은 만큼 고민도 뒤따를 것이다. 인생이란 들판에 때마다 거두어야할 곡식이 있음을 잊지 말기 바란다. 눈비가 온다고 해서 농부가 해야 할 일을 하지 않는다면 농부는 인생의 터전을 잃어버리지 않겠는가. 열매를 거둬들이고 추수를 하기까지 어떤  거름을 주었는지 잘 알고 가자. 때가 되면 언젠가 열매 맺는 날, 뿌리내리는 날이 올 것을 믿어야 한다. 자신이 무엇이 부족하고 무엇을 잘하는지를 충분히 깨달아가자.
긍정의 생각을 하라. 나의 부족함을 긍정적으로 인정하자. 절망적인 상황일 때 우리는 절망만 바라보게 된다. 나에게 한없이 미소 짓고 웃어보라. 회의적일 수 밖에 없는 마음의 환경에 ‘미소’라는 씨를 뿌려보자. 독한 놈은 웃는다. 온 마음을 다해 웃는 놈은 이겨낼 수 있다.  
자살을 생각하는 젊은이들에 대한 이해가 먼저 필요하다. 이들에게는 정신적이며, 정서적인 지지체계가 필요하며, 그런 체계가 가까운 지인들의 노력과 이해에서 발단하며 대화를 통해서 그들의 심리적 불안 요인을 파악해야 하는 것이다. 자살은 해결책이 아니다. 자살 후 더 많은 고통과 아픔이 남겨지고, 살아서 할 일을 남겨놓은 채 떠나는 것이기 때문이다. 나고 죽는 것은 내 마음대로 할 수 없지만, 사는 것은 자기 뜻대로 할 수 있다. 인생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우리의 정신적인 환경을 변화시켜보자.

박윤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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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hynjo03@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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