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칼럼 - 내 생애 최고의 알바
학생칼럼 - 내 생애 최고의 알바
  • 이현중(중어중문·3)
  • 승인 2011.05.31 11:53
  • 호수 13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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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활을 하면서 여름방학을 보내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 평소 가고 싶었던 곳을 친구들과 여행하거나, 도서관 에어컨 아래에서 전공서적을 보거나 외국어 실력을 쌓기 위한 공부를 한다. 영화를 감상하거나 악기를 다루는 취미활동에 전념하거나 평소 만나고 싶었지만 시간이 나지 않아서 보지 못했던 친척들과 친구를 만나는 일도 좋다. 하지만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해서가 아닌 경험을 위해 아르바이트를 해보는 것은 분명 도전할 만한 일이다.

마음속에 깊게 남아 있는 알바는 오히려 3년 전, 유난히도 뜨거웠던 태양 아래서 친구들과 함께 흔히 ‘노가다’라고 부르는 건설현장에서 일하게 된 것이다. 돈에 대한 욕심보다 단순히 해보고 싶다는 욕심 때문에 친구들을 꾀여낸 나는 리모델링이 진행 중이었던 건물에서 벽돌을 나르기도 했고 매미처럼 창문에 매달려 페인트칠을 하면서 실리콘을 뜯어냈다. 온 몸에 땀이 흐르는 여름에 마스크를 쓰면서 일을 하는 것이 숨이 막힐 정도로 답답했고 건설 현장에서 나오는 먼지와 페인트를 온몸에 뒤집어쓰기도 했다. 고소공포증이 있는 나로선 높은 건물에 올라가는 자체가 고역이었고 일하는 도중에 같이 일하던 친구가 큰 사고를 낼 뻔한  적도 있었지만 다행히도 일하는 동안 아무 사고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고의 알바로 기억하는 이유가 있다면 아무리 힘든 일이라고 해도 내가 노력한 만큼의 대가를 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일하면서 차곡차곡 쌓여가는 벽돌과 매일 매일 새롭게 거듭나는 건물을 보면서 묘한 감정을 느끼게 되었다. 매일매일 건물이 더 높아지며 더 아름다워지는 모습이 눈에 보일수록 마치 커나가는 어린 아이에게 매일매일 밥을 먹이는 것처럼 건물에 쏟는 나의 정성도 그만큼 커졌고 알바가 끝날 무렵인 새 학기가 시작될 즈음 건물이 완성되는 것을 지켜볼 수 있었다. 그 때의 뿌듯함은 아직도 잊지 못한다.

물론 아르바이트라는 것은 애당초 목적 자체가 돈을 벌기 위한 일이 주된 목적이다. 하지만 돈만을 얻기 위해 일을 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일을 통해서 돈만이 아닌 많은 것을 생각하고 배울 수 있다. 아르바이트를 통해 자기 적성을 찾아서 자신의 삶의 목적과 진로를 결정한 경우도 있고, 아르바이트를 통해 좋은 친구를 얻거나 일을 하는 과정에서 쌓인 경험이 취업에 도움이 되는 경우도 많이 찾아 볼 수 있다.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돈에 의해 부려지는 사람이 아닌 돈을 이용할 수 있는 지혜를 가진 사람이 되는 것이 우선이라 말하고 싶다. 돈을 이용하는 지혜는 말처럼 어려운 것이 아니다. 다만 얼마나 돈의 가치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합리적으로 사용할 줄 아느냐인 것이다. 나는 돈을 버는 일이 어려웠다는 것만을 배웠다는 것과 내 손에 의해 건물 하나가 완성되는 것을 눈앞에서 지켜본 사실 만으로도 이것이 내 생애 최고의 알바였다. 지금 이 순간 학교에 다닐 수 있도록 해주는 내 눈 앞에 주어진 너무나 사소한 것이라도 당연하게 여기는 것에 대해서도 생각이 바뀌었다. 우리가 혜택을 받는 모든 것이 피와 땀의 대가로 손에 쥐어지는 것이고 내가 땀을 흘리지 않는 동안 그 대가를 치르는 사람이 부모님을 비롯한 우리 주변의 사람들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누구라도 매 순간마다 소홀하게 행동할 수 없을 것이다. 일하는 순간은 힘들고 어렵지만, 그 순간이 지나게 된다면 그 경험은 소중한 추억으로 남게 될 것이다.

이현중(중어중문·3)

이현중(중어중문·3)
이현중(중어중문·3)

 dkdds@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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