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로 가는 길 - 유연한 사고
자유로 가는 길 - 유연한 사고
  • 김은실(특수교육)강사
  • 승인 2011.05.31 15:22
  • 호수 13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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틀을 깨고 나와야 세상이 제대로 보인다

자유로 가는 길 - 유연한 사고

틀을 깨고 나와야 세상이 제대로 보인다

새벽 2시에 누군가 당신의 집 대문을 두드린다고 생각해보세요. 그 사람은 값비싼 모피와 명품으로 온몸을 치장하고 당신에게 가로 90센티와 세로 210센티의 나무판을 구해주면 천만원을 주겠다고 합니다. 자, 당신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이 상황은 미국의 하버드대 교수인 랭어가 했던 심리학 실험입니다. 연구에 참여한 대부분 사람들은 새벽 2시에 나무판 하나를 구하고 천만원을 준다는 요구가 너무 상식적이지 않아서 “저 사람 미친 것 아닐까”라고 하였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새벽 2시에 어디서 나무판을 구할까 고심하다가 “미안합니다. 할 수 없네요”라고 말했습니다. 맞습니다. 새벽 2시에 가로 90센티와 세로 210센티 나무판을 구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당신의 주위를 조금만 둘러본다면 당신은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될 것입니다. 바로 당신이 서 있는 문이나 식탁들을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 실험은 사람들의 ‘유연한 사고(mindfulness)’를 알아보는 것이었습니다. 사람들은 문이라는 틀에 갇히면 문을 다른 용도로 생각하지 않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런 경향들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현상입니다. ‘여자가 얼굴이 예쁘면 인물값 한다’, ‘뚱뚱한 사람은 미련하다’, ‘외동은 자기중심적이다’ ‘장애인은 항상 남의 도움이 필요하다’ 등 선입견, 고정관념, 편견들도 이런 경향의 한 현상입니다.

틀은 우리가 수많은 정보를 신속하게 처리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스피드를 요구하는 현대를 살아가는 데 매우 유용한 심리적 기제입니다. 하지만 틀은 현상이나 사물을 한 가지 관점으로만 생각하도록 만들기 때문에 다양한 경험의 기회를 앗아갑니다. 가령, 처음 낯선 사람들의 모임에 참석했다고 가정해 봅시다. 좀 뚱뚱하고 인상 좋은 사람이 좋은 사람이라는 틀이 있는 사람은 많은 사람들 중에서 뚱뚱하고 인상 좋은 사람과 만나서 이야기를 나눌 것입니다. 반면에 자신의 틀과 맞지 않는 사람들과는 어울리지 않을 것이며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기회를 잃을 것입니다. 필자의 경우도 박사과정 시절에 같이 공부하던 일본인 친구가 있었습니다. 필자에게는 ‘일본인은 속 다르고 겉 다르다’라는 일본인에 대한 잘못된 선입견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 일본인 친구와 함께 프로젝트수업을 할 기회가 있었는데, 만남을 주저하고 그 친구의 행동을 믿지 못하여 큰 실수를 한 적이 있습니다. 이 처럼, 우리의 틀은 삶의 다양한 경험을 빼앗아가며, 자신도 모르게 실수로 이끌어 갑니다.

틀은 우리의 마음뿐 아니라 신체에도 영향을 줍니다. 랭어라는 학자는 마음의 시계를 거꾸로 돌린다면 육체의 시간도 되돌릴 수 있다는 사실을 실험을 통하여 밝혀냈습니다. 70세에 가까운 노인 8명에게 20년 전의 모습을 한 마을에서 20년 젊게 행동하도록 하였습니다. 그러자 이들의 신체리듬이 실제로 20년 젊은 상태로 돌아갔다고 합니다. 이것은 우리의 신체도 시간과 나이라는 틀에 갇혀서 기능한다는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틀은 우리의 삶을 한 곳에 정체하도록 만듭니다. 그리고 우리에게서 자유를 앗아갑니다. 반면에 유연한 사고는 우리를 넓은 세상으로 인도하며 우리의 삶을 윤택하게 합니다.

김은실(특수교육) 강사

김은실(특수교육)강사
김은실(특수교육)강사

 dkdds@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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