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 축제의 본질은 즐기는 것이다
사설 - 축제의 본질은 즐기는 것이다
  • 단대신문
  • 승인 2011.05.31 18:00
  • 호수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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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에 언론사들은 학보를 펼친다. 이맘때 어김없이 등장하는 기사는 술에 취해 비틀대는 비생산적인 대학축제를 꼬집는 내용이다. 저항문화 성격을 띠던 과거의 대학축제와 달리, 최근 대학축제는 스트레스를 풀고 순수하게 ‘노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러다보니 대학축제가 연예인과 주점이라는 두 단어로 어느 정도 압축이 가능한 게 사실이다.

그러나 대학축제에 대한 언론의 비난은 과장된 측면이 있다. 축제(Carnival)의 본질은 억눌렸던 스트레스의 해방과 일탈을 통한 치유력에 있다. 80년대와 지금은 전혀 다른 세상이 되었다. 80년대 대학생의 축제와 요즘 세대 대학생의 축제를 비교하는 것은 그래서 비교대상의 오류일 수 있다. 대학생들이 축제기간 쳇바퀴에서 잠시 내려와 한껏 스트레스를 풀고자 함은 무한경쟁과 취업압박의 스트레스에 억눌린 요즘 시대 대학의 어두운 배경을 반영하는 모습이다. 80년대에 대학생들의 축제가 저항과 운동으로 대변되던 당시 시대상의 반영이었던 것과 다르지 않다. ‘자살’이라는 단어를 섬뜩할 정도로 자주 접하는 시대에서 대학생들도 어깨의 짐을 내리고 쉬어갈 공간은 반드시 필요하다. 카이스트 사태로 더 분명해졌다.

그런 관점에서 이번 단국축제에 아쉬운 대로 일단 합격점을 주면 어떨까한다. ‘동Go동樂’이라는 슬로건에 걸맞게 올해 축제에서는 재학생들뿐만 아니라 학내 근로자, 지역 주민과 초·중·고등학생, 인근 거주 소외계층까지 함께 어우러져 어느 해보다 신명나게 즐기던 모습이 인상 깊었다. 밤 늦게까지 단과대 주점에서 학생들과 이야기 꽃을 피우며 술잔을 기울이던 교수도 여럿 볼 수 있었다. 학생자치기구와 단과대에서 우산, 바람개비, 스트릿페인팅 등으로 캠퍼스를 꾸민 것이나 인기 연예인을 대거 섭외해 축제분위기를 고조시킨 것도 이번엔 제대로 즐겨보자는 메시지였던 것으로 보인다. 다소 과한 부담을 짊어진 요즘의 대학생들이 축제를 통해 어느 정도 휴식을 취했길 바란다.

연예인 섭외 명목으로 학생들 돈을 너무 많이 쓴 것은 그러나 아쉽다. 일부 연예인의 출연료는 발전기금으로 돌려받기로 해 사실상 무료공연인 것도 있었다는 점을 감안해도 이번 축제에서 연예인 섭외에 쓴 비용은 확실히 과했다. 서울의 한 대학은 작년 3,000만원에 달했던 섭외비용을 올해 300만원정도로 줄이고 그 돈을 학생지원금으로 쓰기로 했다. 우리 대학 학생들 사이에도 과도한 연예인 섭외비용에 대한 논란이 있었다. 연예인 섭외에 쓰는 비용을 줄여야 한다.

매년 지적되던 주점의 위생과 뒤처리 문제 역시 아직도 개선되지 않았다. 학내 근로자들을 진정으로 생각한다면 보여주기 이벤트가 아니라 즐긴 후 뒤처리에 신경 써야 한다. 학생들이 아무렇게나 쏟아버려 바닥에 눌러 붙은 기름때를 이른 새벽부터 닦는 학내 근로자들의 모습은 하루 빨리 사라져야 한다. 자유롭게 즐기는 만큼 그에 따른 책임까지 다해야 진짜 대학축제가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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