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씨앗 나누기 10. 여행력 편
여행 씨앗 나누기 10. 여행력 편
  • 길지혜 동우
  • 승인 2011.05.31 18:11
  • 호수 13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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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하라, 반짝반짝 빛나는 삶을 위해
▲인도 결혼식엔 모든 사람들이 이렇듯 즐겁게 춤을 준다. 이방인도 여행자도 친척들도 모두 모여 축하한다. 신명나는 춤한 판, 여행을 통해 느끼는 또다른 희열이다.

필자는 스무 살 때부터, 그러니까 교복을 벗고 지난 10년간 치마를 입은 일이 손에 꼽힌다. 다리가 달랑무 같아서다. 108번뇌라 부르는 계단부터 산 중턱을 오르락 거리던 여고시절 탓만은 아닐 테고, 태생이 그렇다. 엄마말론 비쩍 마른 것보다 통통한 게 예쁘다며 치마를 입으라 하셨는데 결코 그렇지 않다. 아마 치마입기를 꺼려하는 여학생은 100% 동감할거다. 겨울엔 그나마 괜찮은데 무더운 여름이면 아무리 시원한 바지를 입어도 땀이 찬다. 아무렴 밑이 트인 치마만 하겠는가. 그걸 알면서도 사람들이 힐끗 보는 시선보단 더운 게 낫다는 고집을 10년간 피워댔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 미련스럽다. 자기 틀을 깨는 것,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는 것, 내가 생각하는 것만큼 다른 사람은 내 다리에 관심이 없다는 것을 이제야 겨우 깨달았다. 그 후 치마를 입고 다니는데, 세상에 그렇게 편할 수가 없다. 시원한데다, 바지를 입을 때보다 훨씬 여성스럽다. 원피스를 입으면 아래위 코디에 신경을 안 써도 되서 너무 간편하다. 이 좋은 것을 왜 몰랐을까. 

치마 예찬론이 아니다. 너무 자유분방해 보여 야생마나 김삿갓 같다는 별명을 지닌 필자도 세상의 시선과 타인의 시선에 자유롭지 못했다는 과오를 지금에야 밝힌다. 남들과 다른 조금 특별한 삶을 원하면서도 보통사람들의 범주에 벗어나지 않으려는 이중생활 말이다. 보통사람들이 정해놓은 기준에 조금이라도 어긋나면 숨어버리는 용기 없는 모습일 때가 있었다. 그래서 역설적으로 “떠나라, 여행하라, 자기안의 틀을 깨라”고 열을 올렸는지도 모른다.

그 틀을 깬 계기가 바로 ‘여행’으로 부터다. 여행은 투자대비 고수익을 주는 꽤 괜찮은 투자 상품이다. 세상의 시선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워지는 값진 ‘이자’를 준다. 특히 이자는 복리로 계산되어 시간이 지날수록 층층이 갑절로 쌓여 새로운 시너지를 낸다. 더욱 신나는 것은 이자가 한군데서만 나오는 것이 아니라 내가 세상에 마음을 연만큼 무한정으로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필자는 지금도 브라질 친구 샐리로부터 이자를 받고 있다. 

생애 처음 비키니를 입은 순간을 함께한 샐리는, 멋쩍어 비치에만 앉아 있겠다던 필자를 바다로 이끌었다. 비치타월로 돌돌 쌓인 내 몸을 세상에 드러내는 순간, 두려울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온몸을 감싸던 벗어던지던, 그 누구도 의식하지 않은 것이다. 스스로를 감싸고 있던 온갖 ‘걱정’을 날렸다. 그날 이후 필자는 한걸음 세상을 향해 나아갔다. 솔직하고 거침없으며 매력적이었던 샐리는 “걱정하지마! 너의 인생은 너만의 것이야. 아무도 막을 수 없어. 그냥 해보는 거야. 난 너의 생애 첫 순간을 함께 할 수 있어서 진심으로 기뻐” 란 말을 건넸다. 만약 그 친구를 만나지 못했다면 아마 ‘치마’를 입는 시기도 아주 오래 미뤄졌을지 모른다. 이런 것이 여행을 통해 세상을 깨닫고 자기의 경쟁력을 키우는, ‘여행력’이다. 이 ‘여행력’은 자신의 내공으로 차곡차곡 쌓여 살아가는 어느 순간에 빛을 발하게 된다.

다시 말해 여행력은 여행을 통해 계발되는 능력이다. 누구에 의해서건, 스스로 계발하건 관계없다. 자아발견, 호기심, 통찰, 창의성, 기획력, 자기주도, 자기애, 자신감, 열정, 감성, 공감, 글로벌 마인드, 커뮤니케이션, 친화력, 적응력, 독립심, 끈기, 혁신, 스토리, 용기 등 살아가는데 필요한 모든 능력들을 여행을 통해 얻을 수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업의 인재상에 빠지지 않을 법한 이 긍정적인 ‘능력’ 들을 여행하나로 키울 수 있다니 젊은 우리들에겐 참 매력적이지 않은가. 그것도 건강한 우리들에게 말이다.   

17년 전 지붕 위 TV 안테나를 떼어내다가 2만 볼트 전기에 감전돼 팔다리를 모두 절단한 필립 크루아종은 이달부터 오는 8월까지 세계 5개 대륙 사이에 있는 해협들을 모두 헤엄쳐 건널 계획이란다. 지난 해에는 도버해협 34km 구간을 오리발을 부착한 의족에 의지한 채 13시간 동안 횡단해 세계인들에게 진한 감동을 전했다. 그는 불행을 겪은 모든 사람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 싶어서 이런 무모한 여행을 떠났다고. 그렇지만 결코 무모한 도전이 아닌 무한한 도전으로 지금 이시간도 뜨거운 바다를 품고 있을 거다. 그에게 있어 여행력은 ‘용기’를 바탕으로 한 ‘열정’과 ‘끈기’ 모두이며 삶 자체다.

위대한 인물들도 알려지지 않은 ‘여행력’을 가지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여행’이라는 것 자체가 삶을 위대함으로 이끌 수 있는 원동력이기에 그렇다. 체 게바라는  8개월간 모터사이클을 타고 라틴아메리카를 일주하는 여행을 통해 민중을 돕는 혁명가가 되었다. 의사라는 안정된 직업을 버리고 쿠바혁명에 뛰어들었고, 피델 카스트로와 함께 혁명을 성공적으로 이끈다. 그는 세상을 바꾸기 위해 자신이 가진 것을 버리는 ‘용기’와 사람들의 ‘공감’을 이룬 훌륭한 여행력의 소유자다. 멋지지 않은가. 세상을 변화시킬 짜릿한 여행이란 것.

여행의 마지막 씨앗을 심는다. 이제는 글이 아닌 여행지에서 직접 여러분과 볼 차례다. 가끔 사람들은 필자에게 무엇 때문에 여행에 목숨을 거느냐고 묻는다. 아직은 그저 ‘좋아서’라고 답하지만 조금 더 나이가 들면 이런 이유쯤은 들 수 있겠다. 살아보니 그것만큼 좋은 게 없더라고.    

길지혜(언론홍보·05졸) 동우
미스트레블(Misstravel.co.kr)

길지혜 동우
길지혜 동우

 dkdds@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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