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축제를 만들어 보자
일상의 축제를 만들어 보자
  • 이승제 기자
  • 승인 2011.05.31 18:46
  • 호수 13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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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 늦봄 축제의 막이 내렸다. 취업과 학업 걱정에 그리고 그 외 개인 사정으로 밝게 웃을 수 없던 일상에서 조금이나마 벗어나 아무런 걱정 없이 축제를 보냈기 바란다. 축제 때 새로이 즐거운 추억거리를 만들었다면, 그 기억도 소중히 했으면 한다.

흔히 사람들은 시련을 겪게 되면 즐거웠던 때를 회상하곤 한다. 그저 사진으로만 남을 것 같던 추억의 순간들이 힘든 시기를 견딜 수 있게 할 버팀목이 돼준다. 일상이 지겹고 답답할 때가 숱하지만 행복했던 과거를 떠올리거나 혹은 앞으로 즐거울 때를 바라면서 우리는 살아간다.

무의미하게만 느껴지던 대학생활에서의 그 많던 술자리와 MT도 지나고 나면 곧 즐거운 추억으로 다가온다. 지금 느끼진 못하더라도 힘든 시기가 닥치게 된다면 그 시간들을 기억하게 될 것이다. 그때 그 시절을 더 소중히 생각하면서 말이다.

올해 축제도 많은 학생들이 즐거운 추억거리를 만들 수 있었던 기회였다고 본다. 동아리나 과 선후배와 축제를 준비하며 밤새 기획하고 연습했던 기억. 물 풍선도 맞고 별점도 보며 친구들과 이야기할 거리를 만든 시간. 축제를 즐기며 우리는 기쁨을 얻고 모두가 하나된 행복한 시간을 가졌다.

그러나 우리는 축제의 향수에 머물러서는 안 될 것이다. 축제는 끝이 났다. 우리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야 한다. 생활비를 벌기 위해 고된 노동을 하거나 취업 전선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현실이다. 추억이 일상을 버티는 힘이 되는 건 맞지만 정작 일상이 바뀌지 않는다면 우리는 향수에 머무르는 사람이 되고 만다. 행복했던 향수에 젖어 과거만을 곱씹는 사람은 현실을 망각한 채 도태된 삶을 살아가게 된다.

추억을 기억하되 향수에 젖지 않는 마음. 그 마음을 갖기 위해서 우리는 ‘일상의 축제’를 만들어가야 한다. 축제만이 즐거운 추억거리가 아닌 우리의 현실 자체가 행복한 나날로 기억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일상의 축제’를 준비하는 첫 시작은 비판적 이성을 가지는 것으로 시작한다. 대학 등록금이 높을 수밖에 없는 까닭과 생활비를 벌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아르바이트를 해야 하는 현실, 취업이 안 되는 현 상황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해서는 안 된다. 현재 학업에 몰두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축제의 공간을 마련하지 못하는 사회에 대한 비판 없이는 ‘일상의 축제’는 없다.

그 다음은 현실적 대안을 마련하는 일이다. 비판을 통해 일상을 고되게 하는 원인을 찾아냈다면 이를 고쳐나가기 위한 현실적 대안을 생각해 내야 한다. 대안 없는 비판은 대중을 설득시킬 수 없고 투정으로만 끝나기 일쑤다. 현실적 대안을 마련하지 못한 채 변화를 시도한 사람들이 마지막에 꼬리를 내리는 게 일반적인 경우다.

가끔 듣기에 거북한 소리가 있다. 대학생이 사회에 대해 무비판적 자세를 취하고 있다는 말이다. 다음 학기에는 이런 말 보다 대학생들이 세상을 변화시키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싶다.

이승제 기자
이승제 기자

 redhands@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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