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색볼펜]반값은 바라지도 않는다
[백색볼펜]반값은 바라지도 않는다
  • 박윤조 기자
  • 승인 2011.05.31 22:15
  • 호수 13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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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색볼펜]반값등록금

반값은 바라지도 않는다

◇반값이 유행이다. 한 대형마트에서 치킨을 시중가의 반값도 안 되는 파격적인 가격에 판매해 논란을 일으켰던 ‘통큰치킨’ 이후 뭐든지 반값할인이 인기다. 소셜커머스 사이트의 등장으로 물건을 제값주고 사면 바보인 세상이 됐다. 이제는 정말 등록금에도 반값이 적용되는 것일까. ‘반값등록금’ 정책을 민주당에 이어 이젠 거대 여당인 한나라당에서도 논의해 이슈가 되고 있다.


◇발단은 이렇다. 지난 4·27 재보선에서 ‘천당 아래 분당’이라고 여겨졌던 분당에서 여당이 패해 충격을 금치 못했다. 여당의 지도부는 4·27재보선 패배에 대한 책임을 지고 모두 물러났다. 한나라당이 분석한 패인은 젊은 층의 민심 이반이다. 이번에 한나라당이 젊은 층들의 표심을 얻기 위해 내놓은 정책이 바로 ‘반값등록금’이다. 물론 ‘반값등록금’ 정책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한나라당 2006년 지방선거 공약에서부터 2007년 대선 이명박 후보의 ‘반값아파트’와 함께 내놓았던 공약이었다. 그러나 이 대통령은 올 초 TV에 나와 “반값등록금 공약은 금액이 아니라 심정적인 부담을 완화하겠다는 취지”라고 발뺌해 국민들에게 큰 실망감을 안겨줬다.


◇이번에 재등장한 ‘반값등록금’은 어떨까. 막상 뚜껑을 열어보면 등록금 고지서에 찍힌 등록금이 반값이 되는 것이 아니라 등록금 부담을 완화해주는 정책에 불과하다. 물론 등록금 액수의 반값이 아니라, 심적 부담을 반으로 줄이는 것일지라도 정치계에서 등록금에 대한 논의를 활발하게 하고 있는 것은 환영할만하다. 하지만 그들은 과연 누구를 위해서 등록금 문제를 논의하고 있는 것일까. 우리 20대들의 청춘과 미래를 위해? 그랬다면 등록금이 천정부지로 오르기 전에 이미 조치를 취했을 터. 그들은 아마 정치적 입지를 넓히기 위한 우리 젊은 층들의 표가 절실했던 것이 아닐까. 20·30대 투표율이 나날이 상승하고 있는 것을 미리 읽고 나선 것이 아닐까. 반값이라는 달콤한 말로 유혹해 표심을 얻은 다음, 대선에서 승리하면 현 정권처럼 또 나몰라라하고 오리발을 내밀지는 않을까. 물론 등록금 문제는 여러 이해관계가 얽혀있어 쉽게 해결될 일은 아니다. 하지만 열악한 교육환경에 비해 터무니없이 비싼 등록금을 인하시키는 것이 급선무이다.


◇올해 우리 대학은 3.3%나 등록금을 인상했고 그 결과 교비예산을 많이 늘렸다. 그러나 학생들이 체감하는 교육환경은 지난해와 전혀 다를 바 없었다. 아니 수강신청 전쟁에서 살아남기는 더욱 어려워졌고, 여전히 강의실에선 교수님과 눈 한 번 마주치기 힘들다. 이렇게 대학에서조차 등록금문제와 결부된 교육의 질, 교육환경에 관련되어 학생들과 전혀 소통하려 하지 않는데 정치권에서 등록금 부담 완화 어쩌고저쩌고하니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힐 뿐이다. 반값? 반값은 바라지도 않는다. 이제 그만 올라가지나 않았으면! 

<潤>

박윤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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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hynjo03@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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