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색볼펜]헤어짐
[백색볼펜]헤어짐
  • 권예은 기자
  • 승인 2011.08.30 16:39
  • 호수 130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쿨하지 못해 미안해’

 

◇ 정말 예쁘게 아름답게 헤어져놓고 드럽게 달라붙어서 너무 미안해/합의하에 헤어져놓고 전화해서 미안해/합의하에 헤어져놓고 문자해서 미안해/답장도 없고 문자 받지도 않는 전화/그래 이제 난 더 이상 안 할게/ 하지만 난 쿨하지 못해 … / No cool, I’m sorry 쿨하지 못해 미안해.
  한때 유행했던 UV의 노래 ‘쿨하지 못해 미안해’. 이 노래가 인기 있었던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 중에서도 대중들에게 가장 어필한 요소는 폭소를 불러일으키는 솔직한 가사가 아닐까 싶다. 말로는 표현 못했지만 실제로는 한번쯤 다 해봤던, 숨기고 싶었던 헤어지고 난 뒤의 모습들을 노래하는 가사가 무언가 들킨 것 같으면서 재미를 주기 때문이다. 실로 많은 연인들이 노래 가사처럼 헤어짐에 쿨하지 못하면서 쿨한 척을 하지 않는가.


◇ ‘헤어짐’에 쿨할 수 있을까? 아니다. 그런데 쿨해져야 한다. 헤어지는 순간은 어김없이 너무 많이 찾아오기 때문이다. 내 나이 스물둘, 그리 오래 살진 않았지만 살아오면서 하나 배운 게 있다면 헤어짐에 익숙해져야 한다는 것이다. 대학교 진학하면서는 고등학교 친구들과 헤어지고, 학년이 올라가면서 휴학하는 친구들과 헤어지고, 군대 가는 친구들과도 헤어지고 그리고 아예 이 세상을 떠나는 친구도 생기고 말이다. 결국 살아가는 일은, 반이 사람을 만나는 일이고 반이 헤어지는 일이었다.


◇ 대학 와서 1학년 때부터 정붙이고 징하게 지냈던 친구가 휴학도 모자라서 다음 주에 한국을 떠난다고 한다. 비싼 비행기 삯 때문에 적어도 2년 동안은 한국에 들어올 일이 없다고 한다. 평생 못 보는 것도 아니고, 요즘처럼 좋은 세상에 태어난 복으로 인터넷으로 안부 연락도 쉽게 할 수 있지만… 괜스레 울컥해지는 마음은 어쩔 수가 없다. 이처럼 소중하고 정들었던 지인들과 헤어질 때마다 슬픈 건 너무 슬프다. 그러면서도 어느새 반복된 헤어짐에 대한 아쉬움과 슬픈 감정은 익숙해져 가는 것 같다.


◇ 개강을 앞두고서 이번 학기에도 신문사 기자 수가 줄었다. 학기가 끝나고 나면 퇴임하는 선배도 생기고, 버티지 못하고 떠나는 동기, 후배들이 늘 있기 마련이었다. 매학기 초마다 늘어나는 신문사의 빈자리가 어색하지 않은 건 그만큼 헤어짐에 원숙해졌다는 것 아닐까.
 상당히 뻔한 말이지만, 헤어짐이 있어야 만남이 있고,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이 있다고 했다. 헤어짐과 만남을 다른 말로 표현한다면 마무리와 시작이라고도 할 수 있다. 떠난 이는 가슴 속에 묻어두고 새 학기를 맞이하는 우리에게는 또 새로운 만남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그래도 친한 친구의 이별 소식에 괜히 내 곁을 떠난 다른 사람들 여럿이 생각난다. 아, 쿨하지 못해 미안하다. 여름도 지나가는데 쿨해지자.  <藝>

권예은 기자
권예은 기자 다른기사 보기

 silver122@dankook.ac.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