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방세가언행록󰡕(帶方世家言行錄)󰡕
󰡔대방세가언행록󰡕(帶方世家言行錄)󰡕
  • 김철웅 연구원
  • 승인 2011.08.31 11:20
  • 호수 13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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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대방세가언행록󰡕(帶方世家言行錄)󰡕

-조상의 덕을 잇지 못할까 하는 마음이 얇은 얼음을 밟는 것 같다-

사람들은 처음 만나면 으레 이름이나 명함을 주고 받는다. 그리고 성씨가 같을 경우 대부분 본관을 묻는다. 이러한 일이 벌어지는 것은 성씨와 본관을 통해 일종의 친밀감을 드러내려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이면에는 가문과 조상에 대한 자부심이 깔려 있다. 이러한 ‘명문가’ 의식은 오래 전부터 형성되었는데, 그것은 족보의 탄생으로 귀결되었다. 고려의 귀족들은 ‘가승(家乘)’, ‘가첩(家牒)’이라 하여 일가 직계의 계보를 기록하고 보존하였다. 이후 족보라고 하여 동일 씨족을 세계표(世系表)로 기록하였다. 이렇게 하여 1476년(성종 7)에 안동 권씨의 족보가, 1562년(명종 17)에는 문화 유씨의 족보가 간행되었다. 이렇게 하여 족보는 같은 혈통임을 강조하여 가문의 단결을 이루고 후손으로 하여금 조상을 존경하도록 하였다. 특히 대대로 고관을 배출한 가문에서는 이를 기록하고 강조함으로써 문벌과 가풍을 존중하는 의식이 더욱 굳어져 갔다. 즉 자기 조상 중에 충, 효, 절의(節義)의 인물을 따로 모아 기록하여 가문 의식을 높이는 경우가 있었다. 우리 대학에 소장되어 있는 󰡔대방세가언행록󰡕도 이 같은 경우이다.

󰡔대방세가언행록󰡕에서 ‘대방세가’는 ‘남원 윤씨 가문’을 말한다. 남원 지역에는 신라 때 대방국이라는 소국이 있었기 때문에 이후 남원의 별칭 내지 아명(雅名)을 ‘대방’이라 하였다. 제목에서 드러나듯 이 책은 남원 윤씨 출신 중에서 절의와 지조가 높고 명망이 있었던 인물의 행적과 언행을 기록한 것이다. 1789년(정조 13)에 윤행임(1762~1801)은 자기 조상인 남원 윤씨 중에서 후손으로서 본받을 만한 조상 49명에 대한 사적(事蹟)을 모아 엮었다. 윤행임은 병자호란 때 주전론을 주장하다가 청나라에 잡혀가 순절한 윤집(尹集)의 후손으로서 자신의 가문에 대한 자부심이 강하였다. 책의 첫머리에 있는 윤행임의 서문에 의하면, “우리 선대는 일찍이 고려 때부터 벼슬을 하여 큰 이름을 날렸으며, 본조(조선)에서는 여러 대에 거쳐 훌륭한 덕(德)으로 우리 가문과 나라를 빛내어 명망이 높은 집안이 되었다. 선대의 덕을 이어가지 못할까 하는 두려운 마음이 깊은 물에 임하고 얇은 얼음을 밟는 것 같아 이 언행록을 모았다”고 하여 선대의 사적을 기념하고 알리고자 한 의도를 숨기지 않았다. 이 책은 6권 3책으로 되어 있는데, 항목에 올라 있는 인물은 모두 51명이고, 함께 부전(附傳)해 놓은 인물은 17명이다. 본문은 윤림으로 시작된다. 윤림은 태종 때 함길도관찰사로서 북방의 국경을 개척하고 야인을 몰아내는 등 큰 업적을 세웠다. 윤혜는 이조좌랑으로 있을 때 세조가 단종을 쫓아내고 왕위를 찬탈하자 벼슬을 버리고 절의를 지켰다. 윤효손은 좌참찬으로서 󰡔경국대전󰡕과 󰡔국조오례의󰡕의 편찬에 참여하였다. 윤자신은 임진왜란 때 의주까지 선조를 호종한 공으로 호조판서에 이르렀다. 윤여익은 임진왜란 때 의병을 이끌고 적과 싸워 많은 공적을 세웠고 의병장 조헌과 함께 금산에서 왜적을 맞아 싸우다가 전사하였다. 윤계는 호남지방의 암행어사로 활약하여 민폐를 근절하였고 척화(斥和)를 주장하다가 병자호란 때 의절하였다. 윤집은 이른바 삼학사(三學士)의 한 사람으로 병자호란 때 남한산성까지 인조를 호종하였고, 끝까지 척화를 주장하다가 결국 청나라에 끌려가 죽음을 당하였다.

윤행임은 서문에서 “소홀하다는 잘못을 저지를지언정 번거롭게 않게 하였다”고 하여 자화자찬에 흐르지 않고 어디까지나 객관성에 의해 기록하였음을 강조하였다. 이를 위해 윤행임은 행장, 비문과 함께 역사서와 문집 등을 참고하여 엮고 각 기사의 말미에는 그 전거를 반드시 밝혀 놓았다. 󰡔대방세가언행록󰡕은 윤행임이 자기 가문의 긍지를 높이기 위해 편찬하여 비록 특정 가문에 대한 기록이 되고 말았지만, 자료의 엄정함으로 본다면 객관적인 조선의 인물사라고 평가할 만하다. 김철웅(동양학연구소)

김철웅 연구원
김철웅 연구원

 kim9963@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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