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만의 문화 만들기
우리만의 문화 만들기
  • <박석류>
  • 승인 2003.09.25 00:20
  • 호수 110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웅성웅성
학내공연


어느 덧 3년이다. 19년 간 성장의 토대가 되었던 고향을 등지고 처음 캠퍼스 정문 안으로 들어섰을 때 학교 구조물 곳곳에 낯선 정겨움을 느꼈던 기억이 새롭다. 담장을 따라 한참을 걸어도 손을 흔들어 인사 나눌 사람 하나 없었지만 그래도 그때는 지금보다 덜 외로웠다. 시간이 흐르면 흐른 시간의 곱절만큼 많은 친구들과 지내게 될 것이라는 엉터리 확률공식을 신봉했기 때문이다.
나는 지금 태평양 한 가운데 서 있다. 노력한 만큼 바닷물을 얻을 수 있다. 두 손을 표주박 모양으로 오므려 한 가득 물을 떠올린다. 방심한 마음 같이 엉성하게 모은 두 손의 틈을 따라 물이 새어나간다. 남은 것은 표면의 물기뿐이다. 노력하지 않는다면 이 조차도 금새 말라버릴 것이다. 물초를 따서 그릇을 삼은 뒤 마셔버려야겠다고 생각했다.
첫 시도는 연극영화과 내 뮤지컬 학회에서 주최하는 ''''지하철 1호선'''' 관람이다. 9월 4일 7시 30분, 신관 지하 소극장으로 통하는 계단에는 예상보다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 있다. 배우들은 느끼지 못하는 또 다른 긴장감이 관객에게는 있다. 지연되는 공연시간이 긴장감을 배가시킨다.
소극장이라는 이름이 썩 잘 어울리는 공간이다. 길다란 판을 켜켜로 쌓아 놓은 곳이 관객석이고 가장 낮은 곳에 앉은 관객의 발끝부터가 무대다. 몰려오는 관객에게 배우들은 기꺼이 자신들의 활동공간 일부를 양보한다.
더운 날이라 한껏 짧아진 옷소매로 나란히 앉은 사람들의 피부가 맞닿는다. 장내 사람들의 감정선은 하나다. 사람들은 모두 같은 시점에서 웃고, 동시에 갈채를 보낸다. 이 작은 계기로 인해 모두는 하나가 된다.
이 날 함께 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다시 만나게 되더라도 오늘처럼 스쳐지나갈 것이다. 그러나 처음과 같은 막연한 낯설음은 없다. 이들은 모두 나의 깊은 문화이기 때문이다. 학우들의 땀이 베인 공연이 많다. 모두의 문화 찾기의 기회가 될 수 있길 바란다.
<박석류>
<박석류>

 <언론홍보·3>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