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터치 ⑨ 대학 구조조정
시사터치 ⑨ 대학 구조조정
  • 김상천 기자
  • 승인 2011.09.06 20:48
  • 호수 13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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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

 


한국 대학들이 새판을 짜고 있다. 대학 통합, 본·분교 통폐합, 유사 학부 통합으로 학과 축소 등 분주하다. ‘라이트급’에서 ‘헤비급’으로 거듭나고자 힘을 집중하는 형국이다. 2005년부터 지금까지 대학 간 통합에 안착한 국립대학은 부산대(부산대+밀양대), 한국교통대(충주대+한국철도대) 등 총 11곳이다. 가천대(경원대+가천의과대) 등 사립대학의 경우는 지난달 18일 중앙대와 적십자간호대의 통합승인이 나면서 총 10곳이 됐다.

본·분교 체제를 운영 중인 사립대학 11곳은 이제 통폐합과 독립화의 갈림길에 섰다. 본교와 분교의 유사·중복 학과를 통폐합하면 분교도 본교로 인정받게 된다. 성균관대나 가톨릭대처럼 전공 특성에 따른 캠퍼스화 체제로 전환하는 것이다. 독립화를 선택하면 분교가 인사권과 재정권을 넘겨받아 독립채산제(self financing, 산하기관의 재정을 모기관의 재정으로부터 분리해 운영하는 제도) 형태로 운영하게 된다.

우리 대학은 8월 18일자로 학문단위 조정 이사회 승인을 받아 사실상 통폐합을 바라보고 있다. <한국대학신문> 보도에 따르면 중앙·경희·상명·한국외대도 통폐합을 택했다. 물리적 거리가 멀거나 캠퍼스 간 격차가 큰 고려·연세·동국·한양대는 독립화로 마음을 굳혔다. 일찌감치 준비한 동국대 경주캠퍼스는 올해 학부교육선진화선도대학(ACE)과 교육역량강화사업대학으로 선정돼 실속을 챙기기도 했다. 건국·홍익대는 아직 내부 논의 중인 것으로 보인다.

대학들은 그러면서 안으로는 유사 학과를 통폐합해 힘을 한데 모으고, 교직원 수 감축을 통해 덩치를 줄이고 있다. 또 부실대학들도 대학구조개혁위원회의 ‘부실 대학 밀어내기’에 버티기 위한 자구책으로 통합을 ‘방주’삼아 변화의 물살에 동승했다. 거의 ‘대학 지각변동’ 수준이다.




가장 큰 원인은 역시나 학령인구감소다. 전문가들은 저출산으로 인한 고등교육 시장의 수요자 부족 때문에 2017년부터 대학 입학대상자 수가 입학정원에 못 미칠 거라 예측한다. 10년 후에는 대학 입학대상자가 47만명밖에 안 된다고 한다. 대학의 현재 모집정원인 60만명에 한참 모자라게 되는 것이다. 대학들은 생존을 위해 경쟁력을 강화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오래 준비했어도 막상 바꾸려니까 문제가 많이 생긴다. 본·분교를 통합하려는 사립대들의 학생과 대학 간 내부 분쟁이 특히 심하다. 통폐합을 대다수 학생들이 환영하는 곳은 경희대뿐이다. 학생들은 “대학이 학생의 의사도 묻지 않고 벌써 통폐합을 다 결정한 뒤에 일방적으로 통보했다”며 황당해한다. 대학들은 ‘살아남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김상천 기자 firestarter@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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