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의견 1 - 신하영 한국대학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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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하영
  • 승인 2011.09.06 20:57
  • 호수 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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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통폐합 등 구조조정 본격화

정원감축 등 평소 지표관리 해온 대학은 생존
노력 안한 대학은 수요자 선택에 의해 구조조정

신하영 한국대학신문 기자
반값 등록금에 쏠렸던 사회적 이목이 대학 구조조정으로 향하고 있다. 부실 대학에 국민세금을 지원할 수 없다는 논리가 강하다보니, 구조조정이 핵심이슈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대학 구조조정은 대학 간 통폐합과 부실대학을 퇴출시키는 게 핵심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대입 학령인구는 2010년 현재 68만2,000명을 기록한 뒤 꾸준한 하락세에 접어든다. 2020년엔 49만3,000명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전국 대학의 모집정원 60만 명에 비해 무려 11만 명이 부족해지는 것이다. 정부에서도 이를 의식해 2,000년대 들어 대학 통폐합을 본격 추진했다. 그 결과 지난해 기준 18개 국립대(일반·산업·전문대학)를 9개 대학으로 통합하는 데 성공했다. 이 과정에서 입학정원은 7,263명 감축됐고, 93개 학과·부가 줄어들었다.

정부가 국립대 간 통합에 먼저 손을 댄 이유는 사립보다는 정부 통제가 용이하기 때문이다. 또 대학 통합으로 국립대가 경쟁력을 갖추면 사립대도 따라올 것으로 봤다. 그러나 사립대 통폐합은 기대만큼 진전을 보이지 못했다. 경원대-경원전문대학 등 극히 일부의 4년제 대학과 전문대학 간 통합만 성공했을 뿐이다.

사립대 간 통폐합이 어려운 이유는 통합의 필요성에 합의해도, 양 교간 유사·중복학과를 통폐합하거나 정원감축을 하는 부분에서 타협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통합 교명을 무엇으로 하느냐, 대학본부를 어디에 두느냐를 놓고도 갈등이 빚어지지 일쑤다. 지금도 대학 간 통합은 구조조정의 한 가지 방식으로 유효하다. 올해도 가천의과학대-경원대, 탐라대-제주산업정보대학이 통합에 성공했다. 그러나 이들 대학은 법인이 같아 통합이 쉬웠거나, ‘부실대학’으로 정부 컨설팅에 따라 통합을 선택한 측면이 크다.

전국적으로 348개(4년제 202, 전문대학 146개교)에 달하는 사립대는 우리나라 고등교육의 80% 이상을 담당하고 있지만, 부실한 대학도 적지 않다. 대학 준칙주의로 무려 94개 대학이 1996년 이후 생겨나면서 대학이 난립하는 계기가 됐고, 이 가운데 일부 부실한 대학도 생겨났다. 그 동안 정부의 통제로 대학 수를 줄여나간 국립대는 정원감축이 과제다. 하지만 대학 통합이 미진한 사립대는 대학 수 자체를 줄이는 게 핵심 과제가 됐다. 이미 정부에서는 2009년 말 한계에 직면한 사립대 12곳을 ‘경영부실대학’으로 지정한 바 있다. 수요자의 선택에 의한 자연스런 퇴출을 염두에 둔 조치였지만, 법적 근거가 없어 대학 명단을 공개하지 못했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학자금대출제한 대학이다. 국고로 학자금을 대출하는 만큼 정부가 해당 대학의 재정·교육 여건을 점검할 수 있다는 취지였다. 사실상 학자금 대출을 명분으로 한 ‘부실 대학 판별’인 셈이다. 제도 시행 첫해인 지난해는 대출제한을 받는 대학이 23개교(하위10%)였다. 올해는 새로 하위 15% 대학 43개교를 선정, 정부재정지원을 차단한다. 부실한 대학이 정부 재정지원으로 연명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실제로 기존 이들 43개 대학에 지원된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재정지원액이 무려 1,300억원에 달했다. 부실대학에 지원되던 국고지원을 차단함으로써 정부 재정지출의 효율화를 꾀하고, 이들 대학에 대한 간접적 구조조정도 병행하겠다는 취지다.  

또 이 가운데 17개교에 대해선 학자금 대출도 제한된다. 부실 정도에 따라 등록금의 30%~70%까지만 학자금 대출이 허용된다. ‘대출제한 대학에 입학하면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시그널을 줘 자연스럽게 학생(수요자) 선택에서 멀어지게 하는 것이다. 이는 수요자 선택에 의한 대학 구조조정 방식이다.  

결과적으로 우리나라 대학사에서 올해는 정부에 의한 대학 구조조정이 본격화 한 시기로 기록될 전망이다. ‘반값 등록금’으로 촉발된 여론이 대학 구조조정에 집중됐기 때문이다. 국민 세금을 부실대학에 투입할 수 없다는 여론은 정부와 여당이 대학 구조조정을 심각하게 고민하게 만드는 계기가 됐다. 그래서 출범한 것이 대학구조개혁위원회(이하 대학개혁위)다.

대학개혁위는 대학 구조조정을 논의하는 민간 기구다. 현재는 자문기구의 위상이지만, 사립대학 구조개혁 법률안(2010년 김선동 의원 발의)이 통과되면 법적 심의기구로 격상된다. 이곳에서는 현재 부실대학을 판단하는 기준과 지표를 만들고, 세분화 해 나가는 작업을 하고 있다. 학생 충원 등에서 불리한 지방대의 사정 등을 감안해 세부 지표를 어떻게 고안해 나갈지를 논의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지표가 어떻게 선정되더라도 전체 대학 중 하위 15%에 대한 정부의 구조조정 압박은 계속될 전망이다. 그간 학자금대출제한 대학 평가 등을 염두에 두고 지표관리를 해 온 대학은 부실 판정이나 퇴출을 면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대학은 여러 가지 불이익을 받게 된다. 정부 재정지원을 받지 못하거나 학생들이 학자금 대출에서 피해를 보게 된다.

대학들은 이제 설립만 하면 장사가 되던 시절을 지나 꾸준히 교육 여건·성과를 관리할 때가 왔다. 교육 여건 등이 안 좋은 대학은 타 대학과 통폐합을 통해 ‘규모의 경제’를 꾀하거나, 자체 정원감축을 위해 재학생충원률·교원확보율 등의 지표를 끌어올려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학령인구 감소가 본격화되기도 전에 수요자(학생·학부모) 선택에 의해 고등교육 시장에서 영원히 퇴출될 수 있다.

신하영 한국대학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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