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문화터치 47. 애칭 지어주기
대중문화터치 47. 애칭 지어주기
  • 김상천 기자
  • 승인 2011.09.06 21:13
  • 호수 13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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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드로’ ‘김탁구’ ‘허병국’을 아시는지?
▲ ‘홍드로’ 홍수아가 두산베어스 측에서 선물한 유니폼을 입고 시구하고 있다.

‘홍드로’, ‘석호필’ 같은 유명인들 애칭이 낯설지 않게 통하는 요즘이다. 팬들이 지어주는 것인데 하나씩 들여다보면 재미있다. 탤런트 홍수아의 애칭 ‘홍드로’는 2005년 7월 8일 두산 대 삼성 경기 시구 때문에 생겼다. 여타 연예인들은 시구에서 공 던지는 시늉만 하거나 하이힐을 신는 등 설렁설렁하던 시절이었다. 홍수아는 완벽한 야구복장을 갖춰 입고 마운드에 올라 수준급의 투구 폼으로 시속 80km에 육박하는 공을 던져 관중들을 감동시켰다. 야구팬들은 홍수아의 투구 폼과 던질 때의 역동적인 얼굴 표정이 당시 뉴욕 메츠의 투수 페드로 마르티네즈와 흡사하다며 ‘홍드로’를 탄생시켰다.

‘석호필’은 미국 드라마 <프리즌브레이크>로 뜬 마이클 스코필드의 한국식 애칭이다. 처음엔 한국인2세로 오해하는 사람도 많았다. 일본 가수 기무라 타쿠야가 ‘김탁구’로 불리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사실 한국식 애칭 지어주기의 원로는 재즈리스너들이다. 쳇 베이커는 ‘최백호’ 마일즈 데이비스는 ‘마대수’로 통한다. “올 가을에 ‘허병국(허비행콕)’과 ‘박만식(펫 메시니)’ 내한 오는 거 아니?”하는 식이다.

애칭의 유쾌함과 편함은 친밀감으로 이어진다. 그래서 미국에선 애칭이 주는 친밀감을 전략적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존 F. 케네디 미전 대통령의 애칭은 ‘바비’였다. 지난해 세상을 떠난 동생 에드워드 케네디 미전 상원의원은 ‘테드’로 통했다. 애칭만 보면 그야말로 깜찍이들이 따로 없다. 우리나라에선 경기도 용인시 주민센터 직원들이 해리포터, 박찬호, 토끼소녀, 기린 등의 애칭을 사용해 화제가 됐었다. 권위적인 관공서 분위기를 버리고 시민들에게 다가가려는 시도였다. 직원들 얼굴과 닮은 캐릭터를 골랐다는데, 당시 보도에 의하면 시민들 반응이 좋았다고 한다.

애칭 지어주기에 가장 재미 들린 곳은 역시나 스포츠계다. 맨체스터유나이티드에서 박지성과 한솥밥을 먹고 있는 공격수 하비에르 에르난데스는 이름보다 ‘치차리토(작은 콩)’라는 애칭으로 더 많이 불린다. 역시 축구선수였던 그의 아버지 별명이 ‘콩’이었던 탓이다. 이름 스펠링이 긴 그는 에라 모르겠다, 아예 유니폼에도 이름 대신 ‘CHICHARITO’를 떡하니 새겼다.

온라인신문이 많아진 탓인지 언론도 애칭 사용에 거부감이 없다. 막강한 실력으로 팬들 사이에서 축구의 신 드록바, 줄여서 ‘드록신’이라 불리던 첼시의 간판 공격수 디디에 드록바가 부진한 모습을 보이자 ‘드록신 인간계로 내려오다’라는 제목의 기사가 등장했을 정도다.

안 좋은 사례도 적지 않다. 키가 작은 미국 배우 톰 크루즈를 두고 키 작은 ‘루저’라며 ‘톰크루저’라 난데없이 비난하기도 한다. 성적 비하가 특히 얄밉다. 글래머 여배우의 성(姓) 대신 가슴의 ‘슴’자를 집어넣어 ‘슴OO’라고 부르는 식이다. ‘슴OO’라 불리는 사람 중에는 십대도 많다. 역시 애정은 과하면 없느니만 못하다.

김상천 기자 firestarter@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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