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악한 환경에도 행복의 길은 있다
열악한 환경에도 행복의 길은 있다
  • 문성권 기자
  • 승인 2011.09.06 21:45
  • 호수 13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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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감독 양수겸장, 지도자상 코치에 양보

⑦ 창단 후 첫 우승 이끈

프로필△초·중·고·대학교 선수생활△1981년 단국대학교 입학△1990년 단국대학교 입사△1994년 농구부 감독 부임△2007년 전국대학농구연맹전 준우승△2011년 제66회 전국남녀종별농구선수권대회 우승

   농구부 장봉군 감독





우리 대학 농구부가 창단된 지 50년을 훌쩍 넘겼다. 짧지 않은 세월이지만 징크스와 같은 무관의 아픔을 갖고 있는 것이 종전의 농구부였다. 우승과는 인연이 없어 보였지만 어느 날 놀라운 소식이 들려왔다. 바로 농구부의 창단이래로 첫 우승 소식이다. 기나긴 시간동안 많은 일들이 있었을 터, 우승의 주역 장봉군 감독을 만났다. 우승 뒤에 얽힌 뒷이야기를 듣노라니 장봉군 감독과 학교 관계자들의 노고가 눈시울을 붉힐 만큼 뜨겁게 느껴졌다. 한데 더 놀라운 사실은 장봉군 감독의 감독직이 겸직이라는 사실이다. 본래의 업무는 행정사무원이다. 일반 직원으로 우리 대학에 입사해 근무를 하다 우연찮게 감독 제의를 받았다고 한다. 17년이 지난 지금까지 그는 감독일과 사무행정 일 모두 불평불만 없이 수행하고 있다. 일상과 시간에 쫓겨 살 수밖에 없는 그의 삶이지만 정작 본인은 매우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고 말했다. 일과 성공, 그리고 행복. 함께 공존할 수 없는 것 마냥 치부했던 그것들이 그에게는 왠지 사치스럽게 들렸을법 했다. 행복의 비밀은 현실을 이해하는데서 시작한다는 장봉군 감독. 기자는 어느새 그의 이야기에 빠져들고 말았다.

 

 

 
>> 일
▲창단 후 첫 번째 우승인데 우승 소감 부탁한다.
창단 후 첫 우승이라 아직 실감이 나지 않는다. 잘 알겠지만, 우리 대학은 농구 명문 팀들에 비해 우수한 선수를 보유하고 있지 않고, 선수 수도 턱 없이 부족하다. 이런 불리한 조건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선수들과 석승호 코치에게 고마운 마음을 갖고 있다.

▲쟁쟁한 팀들을 꺾고 우승을 차지하였다. 특별한 전략이 있었나?
우선, 농구는 손으로 하는 종목이기 때문에 감각이 매우 중요하다. 유소년 때 두각을 나타냈던 선수들이 그대로 프로에서 뛰어난 활약을 하게 된다. 그만큼 선수를 육성하기 힘들다는 말인데, 대학 감독인 나로서는 더욱 애를 먹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주문한 것이 체력훈련이다. 체력이 바탕이 돼야 상대팀 선수들을 끊임없이 압박하고 실수를 유도할 수 있다. 선수들이 쓰러지고 한계에 도달할 때까지 훈련시킨다. 그래서 운동을 그만두고 나가는 선수들이 많다.(웃음)

▲그렇게 선수들이 많이 빠져나가면 팀 운영에 지장이 있을 것 같은데 어떻게 대처하나?
매년 신입생이 들어오면 그 중에서 절반 정도가 팀을 떠난다. 그래서 다른 대학 팀들에 비해 선수 수가 부족하지만 우리 대학 농구팀이 살 길은 체력훈련 밖에 없으니 어쩔 수 없다. 힘들어서 그만두는 선수들에 대해선 제재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솔직히 좋은 선수들만 여럿 보유하고 있다면 힘든 체력훈련에 큰 공을 기울일 필요가 없지 않은가. 이럴 때 좋은 선수에 대한 욕심은 없는지?
물론 기량이 뛰어난 선수가 팀에 있는 것은 굉장히 큰 자산이다. 대학 팀에 있을 때는 우수한 실력으로 팀에 큰 보탬이 될 것이며, 프로에 보낼 때는 큰돈을 벌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선수들은 대학에 들어오기 전에 이미 만들어진 선수이기 때문에 지도자로서 큰 보람은 없을 것 같다. 우리 대학 농구팀 예산을 내가 책정해서 학교에 허가를 받는데, 그 돈을 선수 영입에 사용하지 않고 전지훈련이나 회식비용으로 사용한다. 그만큼 선수 영입에 큰 욕심이 없다.


▲이번 대회 최우수 지도자 상을 감독이 아닌 석승호 코치가 수상하였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
석 코치에게 양보했다. 나는 어디까지나 학교 직원이고 감독은 겸임으로 맡고 있는 상태다. 올해 나이도 벌써  50(세)이다. 나보다 지도자로서 더 큰 가능성을 갖고 있는 석 코치에게 양보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했다. 문제는 능력이 아니라 태도다.

>> 인연
▲언제부터 우리 대학 감독 생활을 했나?
정식으로 감독생활을 한 것은 1994년이다. 단국대학교에 처음 왔을 때 감독이 아닌 일반 직원으로 들어왔다. 그때 맡은 일이 운동부의 재무관리였다. 입사한 것이 1990년도인데, 4년 동안 사무 일을 하면서 원래 계시던 감독님 밑에서 코치 활동을 병행하였다. 그러다가 1994년도에 감독님이 학교를 떠나면서 감독직을 물려받게 되었다.

▲감독일과 행정업무 두 가지 일을 한다고 들었는데 힘들지 않은가?
사실 내가 감독으로 부임되기 전에 우리 대학 농구부가 다시 해체될 상황이었다. 전에 계시던 감독님이 팀을 떠나면서 감독직이 공석이 됐고, 어차피 새 감독을 영입해봤자 좋은 성적을 기대하기 힘들었기 때문에 학교 측에서는 여러모로 해체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었다. 그러던 중 내가 선수출신이라는 것을 알고 학교에서 감독직을 제의한 것이다. 그런데 기존에 하던 일을 대신 해줄 직원은 충당해줄 수 없다고 하더라. 직원으로 일해 봤기 때문에 학교사정도 잘 알고 있었고 그전부터 해보고 싶었던 감독직이라 흔쾌히 수락하였다. 바쁘긴 하지만 내가 조금 더 부지런하면 되는 거 아닌가(웃음).

▲감독으로 부임한 이후에도 우리 대학 농구부가 여러 차례 해체 위기를 겪었다고 들었다. 어떻게 위기를 극복했나?
물론 이유는 성적부진이었다. “선수가 곧 좋은 성적이다”는 말은 농구계의 불문율이다. 그만큼 농구 자체가 선수 의존성이 큰 종목이다. 팀의 해체위기 때마다 학교의 높으신 분들을 찾아뵙고 농구부를 왜 존속시켜야 되는지 설득하였다. 본격적으로 농구팀이 학교 운동부에 정착한 것은 장호성 총장님이 취임하신 뒤다. 총장님은 농구의 존속은 물론, 대학 농구의 상품화에도 큰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않으셨다. 한 번은 우리 선수들의 인상착의를 보고 “머리 염색도 하고 유니폼도 멋진 스타일도 바꾸라”고 말씀하셨다. 미국에서 유학생활을 하셔서 그런지 팬 서비스 문화에 익숙하신 것 같다.

>> 철학
▲선수들을 어떻게 관리하는지 궁금하다. 남다른 지도 철학을 갖고 있는지?
앞서 말했다시피 체력훈련을 정말 고되게 시킨다. 선수들이 토하고 쓰러지기를 반복한다. 나도 사람인 이상 이렇게 선수들을 훈련시키는 것이 괴롭다. 그래서 훈련 시간 외에는 대부분 자유 시간을 허락한다. 오히려 휴식시간에 숙소에 있지 말라고 권유한다. 이성 친구를 사귀는 것에 대한 제재나 간섭도 하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 농구팀 회식은 조금 특별하다. 선수들의 여자 친구들이 항상 함께 자리하기 때문이다. 분위기가 정말 화기애애하다. 선수들도 이런 당근과 채찍을 눈치 채고 능동적인 자세로 훈련에 임한다. 자율 속에서 동기부여가 생기는 것 같다.

▲우리 대학 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는가?
사자성어로 말하면 驕兵必敗(교병필패)다. 자신의 힘만 믿고 교만하면 반드시 적에게 패한다는 말이다. 항상 준비하는 마음을 가지라고 강조하는 말이다. 내가 지금까지 큰 굴곡 없이 평탄한 삶을 살 수 있었던 것은 오늘이 마지막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항상 준비했기 때문이다. 내 밑에 있던 제자들 중 프로에 입단하지 못해 농구를 그만둔 경우가 많지만 선수시절 겪었던 고생을 생각하며 절치부심한 끝에 각자 새로운 분야에서 성공한 케이스들이 많다.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한다면 우리 대학 학생들도 각자 원하는 분야에서 좋은 결실 맺을 것이라 생각된다.

>> 행복
▲장봉군 감독의 인생 목표는?
젊은 시절을 돌이켜보면 오기와 인내로 얼룩져 있는 것 같다. 운동선수출신이라 머리 나쁘고 일 못한다는 말이 듣기 싫어 정말 성실하게 일했다. 일에 집착하다보니 가정에 신경을 많이 쓰지 못한 것이 너무 미안하다. 내 딸이 스무 살이다. 올해 우리 대학 무용과에 입학했는데, 어떻게 키웠는지 모르겠다. 앞으로는 지금까지의 노력을 여유로 보상받고 싶다. 가족과도 많은 시간을 보내고 말이다. 그렇지만 지금은 그럴 시간이 없다. 이번 우승으로 우리 농구팀은 대학 농구 주류 팀으로 편승하는 계기를 마련하였다. 지금의 성과에 자만하지 않고 더욱 박차를 가한다면 연세대나 고려대처럼 우승 후보 반열에 오를 날도 머지않았다고 생각한다. 우리 대학 농구팀의 위상을 널리 알리기 위해서 최선을 다할 것이다.

▲장봉군 감독에게 행복이란?
개인적으로 가장 큰 행복은 성취감이라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농구팀을 이끌면서 모든 것이 순탄치 않았다. 어느 것 하나 내 마음대로 되는 일이 없었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 최선을 찾기 위해 그저 노력하였다. 이번 우승은 그래서 뜻 깊다. 지난 노력들이 헛된 시간이 아니었음을 나 스스로에게 증명했다. 성취감이 곧 행복인 것 같다.

문성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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