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묵처방]대학생 품위유지비 40만원에 대한 단상
[백묵처방]대학생 품위유지비 40만원에 대한 단상
  • 배개화(교양학부)교육조교수
  • 승인 2011.09.07 09:09
  • 호수 13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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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에 대학신문에서 학생들 품위유지비가 40만원이라는 설문 조사가 나왔는데, 이에 대한 생각을 써달라는 청탁을 받았다. 이 품위유지비는 기숙사비, 차비, 식비 등과 같은 것을 빼고 학생들이 순수하게 용돈으로 쓰는 비용을 의미한다고 한다.

이 비용이 과연 적은 것인지 많은 것인지 솔직히 나는 판단할 수 없다. 때문에 나는 학생들에게 과소비 한다고 비난할 수도 없고, 반대로 근검절약 한다고 칭찬할 수도 없다. 하지만 이런 의문은 들었다. 모든 학생들이 40만원이라는 품위유지비를 부모님으로부터 받는 것일까? 그런 경우도 있겠지만, 많은 경우는 소위 알바를 해서 충당하는 것이다.

나는 학생들이 아르바이트 하는 것에 대해서 부정적이지 않다. 자기가 직접 돈을 벌어보고, 그것을 통해서 세상물정도 알고 대인관계도 익힌다면 인생의 큰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아르바이트를 즐기면서 하는 학생들은 그렇게 많지는 않을 거라고도 생각한다.

지난 학기 수업에서 자기소개서를 쓰게 했는데 한 학생이 고등학교 3학년 때부터 담배 판매, 주차 요원, 그리고 최근에는 택배회사 아르바이트 등 굉장히 많은 아르바이트를 했다고 적었다. 그런데 그런 경험을 하면서 학생의 마음속에 많은 분노와 기성세대에 대한 미움이 생겼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학생의 자기 소개서를 읽기 전에는 그가 늘 아르바이트에 시달리면서 고생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없었다. 옷도 항상 깔끔하고 가까이 가면 세제 냄새를 폴폴 풍기는데다, 늘 웃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얼굴은 시간이 지나면서 오랜 아르바이트 경험 때문에 생긴 한 개의 가면 같은 것이라는 인상을 주었다. 한마디로 내가 웃고 있지만 웃고 있는 것이 아니야!!! 뭐 이런 것?

아마 많은 학생들이 이 친구와 유사하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든다. 전 세계에서 2위와 9위를 하는 외모를 만들고 유지하기 위해서는 많은 돈이 필요하고, 그 돈은 부모님의 호주머니에서 나오기도 하지만 학생 본인이 조달해야 하기 때문이다.

학비와 몸치장, 유흥비 등으로 청춘의 많은 시간을 시급 4,000원짜리 아르바이트로 소모하는 것이다. 그와 함께 더 큰 미래를 위해 투자해야 할 시간까지도 낭비된다. 내가 종종 목격하는 것 중 하나는, 아르바이트 하느라 시간이 부족한 학생들이 종종 수업시간에 다른 시간 숙제를 한다는 것이다. 즉 국어 시간에 국어 공부를 하지 않고 수학 시간에는 수학 공부를 하지 않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취업 준비에 올인 하여 준비할 여유가 없다. 덕분에 안 그래도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불안과 체념이 커진다.

그러나 나는 학생들에게 아르바이트 시간 줄이고 공부하며 미래를 준비하라는 교과서적인 충고를 하고 싶지는 않다. 한두 명이 아닌 다수의 학생들이 이런 선택을 하였을 때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한 달 품위유지비 40만원 쓸 수 있다. 나도 대학 다닐 때 용돈으로 15만원(20년 전)은 쓴 것 같다. 그러나 많은 경우 그 돈이 쉽게 벌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집에 여유가 있지 않은 이상 남만큼 쓰기 위해서 자신의 귀한 시간을 소모해야 한다. 이런 부분이 내 마음을 무겁게 한다. 그리고 소심하게 말해본다. 학생들이여! 자신의 시간을 조금만 더 귀하게 사용하면 안 될까라고‥‥‥.

배개화(교양학부)교육조교수
배개화(교양학부)교육조교수

 gaenarie@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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