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동적 소통, 적극적 소통
수동적 소통, 적극적 소통
  • 서준석 기자
  • 승인 2011.09.07 14:28
  • 호수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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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여름은 태풍과 비가 유난히도 극성을 부린 까닭에 꿉꿉하고 찝찝한 계절로 기억된다. 잦은 비가 기자의 여름휴가를 망쳤기 때문에 이런 생각이 드는지도 모르겠다. 구멍 뚫린 듯한 하늘을 바라보며 원망을 해봐야 소용이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못내 아쉬운 마음이 든다. 하늘에게도 대화와 타협이라는 것이 가능하다면 얼마나 좋을까? 허황된 생각을 해본다.

한반도를 여러 차례 강타한 태풍만큼 대학가에도 큰 태풍이 몰아쳤다. 현재까지도 그 잔해들이 치워지지 않은채 방치되어 악취를 내고 있는 듯하다. 그중 가장 큰 태풍은‘대학 반값 등록금’이 아닐까 생각된다. 정치드라마니 포퓰리즘이니 말만 많았지 결국 합의점을 찾지 못해 누군가는 원망의 소리를 높이고, 또 누군가는 그 피해를 온몸으로 맞아야만 한다.

또 하나는‘대학교 통폐합’이다. 이 또한 반값 등록금만큼이나 뜨거운 화젯거리로 대학가를 뜨겁게 달궜다. 물론, 지금까지도 진행형이기 때문에 해당 대학교 학생들의 시위와 반발이 끊이지 않고 있다. 그러나 뉴스를 꾸준히 보다보면 학생들의 이러한 투쟁에도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일사천리로 일이 진행된다는것을 알 수 있다.

세 번째 태풍으로는‘서울대 법인화’를 꼽아본다. 기자가 서울대 법인화 문제에 대해 심도 있게 관찰하게된 것은 서울대 학생들의 총장실 점거사건 이후부터였다. 기자의 인성으로는 도저히 이해가 가질 않는 배은 망덕한 행동이라고 생각되어 기사를 읽게 되었는데, 다 읽은 후에는‘오죽하면 저랬을까’라는 안타까운 마음만 남았다.

기자가 군대에서 기독교 군종병으로 복무할 때에 불교, 천주교 군종병이 함께 모여 각 종교에 대해 열띤 토론을 벌인 적이 있다. 우리가 결론에 도달한 3가지 종교의 공통점은 바로‘조화’였다. 나의 것만을 고집스럽게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남의 것을 생각해서 나의 것을 조금은 포기하는 것, 단순하면서도 행하기는 어려운 이 논리가 서로 다른 세 종교를 하나로 묶어준 공통의 교리인 것이다. 지금 대학가에 가장 필요한 것이 이것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현재 대학가의 모습은 K방송국 개그프로그램의 한 코너를 연상케 한다. 남녀 한 쌍의 코미디언이 남자와 여자의 편에서 극단적이고 대비되는 주장만을 내세워 웃음을 자아내는 이 코너가 바로 대학가의 모습인 것이다. 이런 모습을 우리 대학도 피해가지는 못했다.

‘ 학과 통폐합’이 시발점이되어 그 동안에 숨겨져 있던 학생과 학교 측의 커다란 담장을 드러나게 한 것이다. 학생들이 원하는 것은 너무나도 간단하다. ‘사전 협의’, 그것이 학생들이 바라는 전부이다. 올해의 슬로건으로‘소통과 친절’을 내세운 우리 대학은 학생들과 좀 더 적극적으로 소통하려 했다면 결과도 달라지지 않았을까. 대학 측에 학생들의 의견이 반영되는 것은 하늘에게 비가 오지 않을 것을 타협하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것일까?

서준석 기자 seojs05@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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