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학생들 옥죄는 스펙강박증
■ 대학생들 옥죄는 스펙강박증
  • 김상천 기자
  • 승인 2011.09.20 13:39
  • 호수 13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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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학년들도 “스펙에 도움 안 되면 좀…”

취업 한파가 대학생들의 생각과 행동의 폭을 ‘스펙’이라는 프레임 안에 가두고 있다. 영어·취업 스터디나 자격증 등은 몰라도 동아리와 봉사활동, 강좌 선택까지 ‘스펙에 도움이 되느냐’를 먼저 생각하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지난 4월 취업정보 커뮤니티 ‘취업뽀개기’가 대학생 77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0명 중 8명(79.6%)이 ‘스펙강박증에 시달리고 있다’고 답했다. 4학년(88.6%)과 3학년(71.1%)은 몰라도 1~2학년들(62.3%)까지 스펙걱정을 하고 있었다. 이들 중 90.4%가 ‘스펙이 취업과 비례한다’고 답했다. 25.9%는 ‘친구들이 스펙 쌓는 모습을 보면 자신이 뒤처지는 것 같아 불안하다’고도 했다.

요즘 대학생 커뮤니티에 가보면 스터디나 공모전 모집 광고가 눈에 띄게 늘어난 모습을 볼 수 있다. 반면 취미·흥미를 위한 활동은 점차 줄고 있다. 동아리연합회 서기석(토목환경·4) 회장에 따르면, 정치적 이슈를 다루는 동아리는 매년 사라지는 추세지만 봉사 및 취업 동아리는 강세를 보인다고 한다. 올해 신규 등록된 2개 동아리도 봉사동아리다. 서 회장은 또 기존 동아리들도 과거엔 해당 분야에 대한 연구에 몰두했던 것에 반해 최근에는 공모전 참가 등 대외활동에 더 신경 쓴다고 했다.

락 음악 연주동아리 뮤즈의 홍석준(토목공·2) 회장도 “많은 신입생들이 취업준비나 전공 공부 때문에 도중에 빠져 나간다”고 말했다. 학기마다 30명 모집에 100명이 넘는 지원자가 몰리는 탓에 지난 15일 공개세미나까지 가진 취업동아리 티핑포인트와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학생들의 스펙강박증은 강좌 선택에도 영향을 준다. 평점이 낮을까봐 우려하는 것이다. 토익 고득점을 받고 영어특기자 전형으로 입학한 이모(문과대·1) 양은 지난 학기 고득점자임을 숨기고 ‘토익LC기초’ 과목을 들어 A+를 받았다. 이 양은 “과 선배들이 점수 따기 쉬운 과목들을 알려줬다”며 “토익점수를 제출하고 기초영어교양과목을 패스하려 했더니 그러지 말라고 말리더라”고 했다. 또 “교양합창 과목은 ‘가서 입만 벌리면 A+’이라고 말하는 등 학점 잘 주는 특정 과목과 교수를 짚어주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런 일은 드물지 않다. 닉 이아코비노(Nick Iacovino) 외국어교육전담 전임강사는 “외국에서 몇 년간 살다 왔음에도 기초영어과목을 듣는 학생들이 있다”며 “그런 학생들은 수업 내용을 지루해하지만 결국 A학점을 받아간다”고 말했다. 켄트 페리스(Kent Ferris) 전임강사도 “영어 실력이 월등한(totally overqualified) 학생도 기초영어수업을 듣지만 그 학생들에게 새로 배울 것이 없다는 이유로 낮은 점수를 줄 수는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김상천 기자 firestarter@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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