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색볼펜]향수
[백색볼펜]향수
  • 권예은 기자
  • 승인 2011.09.20 14:19
  • 호수 13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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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으로 기억하는 향기

 

◇ 캠퍼스를 걷다보면 화장을 곱게 하고서, 여신 이미지를 풍기며 언제나 샤랄라한 여학생들이 있다. 그리고 그녀들이 잠깐 스쳐지나간 자리에는 언제나 흔적이 남는다. 기분 좋게 만드는 향수향이다. 가끔 너무 진하면 불쾌하기도 하지만. 향기는 이제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방법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상대방에게 아름답게, 가장 짙은 인상을 남기는 것은 역시 향기가 아닐까. 시각적인 기억보다도 후각의 기억이 훨씬 오래 남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들이 향수 선물도 하는 것이다. ‘나를 잊지 말아 달라’는 의미로.


◇ 향수는 오랜 역사 속에서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 미국의 저널리스트가 마릴린 먼로에게 잠자리에 무엇을 입느냐고 물었을 때, 그녀가 거침없이 샤넬 NO.5 두 방울이라고 대답한 에피소드는 유명하다. 또 향수 이전에 향료가 본격적으로 세상에 알려지게 된 것은 이집트의 여왕 클레오파트라에 의해서였다. 클레오파트라는 향료를 좋아해 자신만의 향을 만들어 즐겨 사용했으며, 그녀의 유람선 돛대에 수많은 장미향을 수놓아 바다 저 멀리서도 그 향기를 맡을 수 있도록 하였다고 전해진다. 팜므 파탈 클레오파트라가 권력의 최정상에 앉은 사내들을 유혹할 수 있었던 것은 외모뿐만 아니라 이런 향기에 대한 애착도 한몫 했을 것이다.


◇ ‘낯선 여자에게서 내 남자의 향기가 난다’는 유명한 광고 카피가 있다. 향기가 사람의 추억을 자극하는 좋은 매개체라는 것을 보여준다. 이처럼 향기는 단순한 기호품이 아니라 인간의 감정을 드러내는 마음의 창이라고 여겨지기도 한다. 다른 사람에게 기억되는 ‘나만의 향’, 다른 사람을 기억하는 그들만의 향이 있을 것이다. 어떤 친구는 여자의 향수 냄새보다 샴푸 냄새가 좋다고도 하고, 아는 친구 중 한 명은 옷에서 섬유유연제 냄새가 나는 남자에게 호감을 느낀다면서 일명 ‘피죤남’을 찾아다니기도 했다.


◇ 지난 추석, 고향에서 고등학교 친구 한 명을 만났다. 졸업하고 처음 만난 친구였던 터라 반가움은 이로 말할 수 없었다. 오랜만에 졸업한 고등학교 앞에서 만나 맨날 사먹던 떡볶이도 사먹고, 학교 앞을 거닐었다. 이런저런 추억에 잠겨 끊임없이 수다를 떨었다. 화장하고 구두신은 친구의 겉모습은 많이 달라졌는데, 어쩜 그렇게 한결같이 느껴지던지. 변함없는 말투와 목소리로 말하는 친구와 이야기를 하다 보니 고등학생 시절이 한눈에 그려졌다. 그동안 잊고 지냈던 다른 친구들 생각도 더 나고 말이다.
  좋은 향기는 먼저 뿌리는 사람의 기분을 좋게 하고, 주변 사람들에게도 호감을 불러일으킨다. 그런데 문득 정말 가장 좋은 향기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병에 담을 수도 없고, 코로 맡을 수도 없지만 마음으로 맡을 수 있는 그런 향기. 바로 우리 주변 사람에게 있다. 아마도 향수(香水)가 아닌 향수(鄕愁)에 젖어 오랜만에 만난 그 친구의 향기가 마음에 오래 남은 것 같다. 

<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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