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을 좇는 사람들(3) - 마음의‘119 구급신고’
행복을 좇는 사람들(3) - 마음의‘119 구급신고’
  • 김은실(특수교육) 강사
  • 승인 2011.09.20 16:37
  • 호수 13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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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과 보살핌이 필요하다는 신호

 

 

 

 

 

 

행복을 좇는 사람들(3) - 마음의‘119 구급신고’

관심과 보살핌이 필요하다는 신호


필자는 얼마 전 『서울 쌍문동에 사는 김 모(78) 할머니는 1주일에 한번씩 119에 전화를 건다. 특별히 몸이 아프지 않을 때도 “배가 아프다”, “다리가 아프다”는 이유로 구급대원들을 부른다. 아들이 셋이 있지만 연락이 두절된 지 10년이 넘어 김 할머니는 119 구급대원들만이 자신의 건강을 걱정해주고 외로움을 덜어주는 유일한 존재라서 “구급대원들에게 미안하지만 어찌할 도리 없이 119 버튼을 누른다”고 말하였다. 서울 도봉구에 사는 박 모(80) 할머니도 2주일에 한번씩 119에 전화를 한다. 할머니는 수년 전 미국에서 유학하던 아들을 교통사고로 잃고, 그 때의 충격으로 심장질환에 걸려 집에 누워서 지내는 남편과 살고 있다. 간헐적으로 심장발작을 일으키는 남편 때문에 119 신고를 했던 박 할머니는 친절한 구급대원들이 보고 싶어 거짓 신고도 서슴치 않는다고 이야기를 하였다.』라는 인터넷 기사를 본 적이 있습니다.

요즘은 김 할머니처럼 119에 아프다는 거짓 신고를 하고 출동한 구급대원들을 만나 위안을 얻는 외로운 노인들이 늘고 있다고 합니다. 배우자를 잃고, 자식과도 인연이 끊어져 대화 상대가 없는 이들은 아프지 않아도 구급대원을 불러서 관심과 보살핌을 받고 싶은 것입니다. 

‘119 구급신고’는 외로운 사람들의 응급구조신호입니다. 즉 자신에게 관심과 보살핌이 필요하다는 신호입니다. 우리들은 다른 사람에게 관심과 보살핌을 받기 위해서 다양한 행동을 합니다. 어린 아이들 경우는 다른 사람들 앞에서 노래와 춤을 추기도 하고, 때로는 다른 사람과 다른 행동을 해서 관심과 보살핌을 얻기도 합니다. 또는 힘없고 아파서 다른 사람의 관심과 보살핌을 받기도 합니다. 필자가 알던 대학교 3학년인 P양도 자주 아파서 학교에 결석하는 날이 많습니다. 결석하여 강의를 듣지 못하고 몸이 아파서 속상하기도 하지만 결석한 날은 친구들이 강의내용을 복사해서 가져다주기도 하고 전화도 자주 해줘서 왠지 사랑받는 기분이 듭니다. P양은 어린 시절에도 자주 아팠습니다. P양의 부모님은 두 분 다 직장에 다녔습니다. 그래서 어린 시절부터 P양은 혼자서 학교에 가고 놀면서 부모님이 없는 시간들을 혼자서 보냈습니다. 하지만 자신이 아픈 날은 부모님이 직장에 나가지 않으시고 자신의 옆에서 함께 시간을 보냅니다. P양은 자신도 모르게 자주 아파서 힘들지만 부모님과 주위 사람들의 관심이 싫지는 않습니다. P양에게 ‘아픔’은 몸이 아프다는 불편함을 넘어서 다른 심리적 의미가 있습니다. ‘아픔’은 P양이 다른 사람들에 관심 받고 보살핌을 받을 수 유일한 방법입니다. 그리고 다른 사람과 소통하고 관계를 맺는 유일한 수단입니다.

우리 주변에는 ‘아픔’을 다른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관심과 보살핌을 받기 위한 유일한 방법으로 사용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물론 자신이 ‘아픔’을 통하여 다른 사람의 관심과 보살핌을 원하고 있다는 것을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또한 ‘아픔’은 실제로 신체적으로 정신적으로 많이 힘들고 불편합니다. 하지만 이들에겐 ‘아픔’만이 다른 사람의 관심을 받을 수 있는 유일한 통로입니다.

‘아픔’은 ‘나는 지금 외롭고 힘들다. 당신의 관심과 보살핌이 필요하다’라는 일종의 심리적 119 구조신호입니다. 지금도 우리 주변에는 끊임없이 당신에게 119구조요청을 보내고 있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지금 이 순간, 당신의 작은 관심이 그들에게 필요합니다.  

김은실(특수교육) 강사

김은실(특수교육) 강사
김은실(특수교육) 강사

 dkdds@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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