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를 웃게 하는 힘, 미스터리 쇼퍼 눈에 달렸다”
“소비자를 웃게 하는 힘, 미스터리 쇼퍼 눈에 달렸다”
  • 이진호 기자
  • 승인 2011.09.21 01:46
  • 호수 13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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⑩ 현대판 암행어사 조귀순 미스터리 쇼퍼

  
무협지에 등장할 법한 직업인데? 암시장에서 물건을 구입하는 고객?
미스터리 쇼퍼의 첫 느낌이었다. 감시가 생활화 된 현대사회에서 소비자의 서비스의 질적 향상을 위해 발로 뛰는 ‘미스터리 쇼퍼’. 단대신문에서 조선시대 암행어사와 같은 그들의 날카로운 눈길을 따라나서 미스터리 쇼퍼의 세계에 대해 들어봤다.  <편집자 주>

“매장 관리 7점, 위생 관리 3점, 평점 5점.” 아르바이트 도중 매서운 눈초리, 다소 어이없는 행동, 귀찮을 정도의 주문을 요구하는 사람이 있지 않은가? 있다면 밝은 미소와 친절한 행동으로 대해주길 바란다. ‘미스터리 쇼퍼(Mytery Shopper)’일 수 있기 때문이다.

‘미스터리 쇼퍼’는 손님으로 가장해 매장을 방문하여, 해당 매장의 서비스 수준을 평가하고 개선할 점을 기업에 제안하는 신종 직업이다. 현대판 암행어사의 성격을 띤 미스터리 쇼퍼 대해 더 자세히 알아보고자 (주)리스피아르 조사연구소의 조귀순(44) 쇼퍼를 만나보았다.

▲현대판 암행어사 조귀순 미스터리 쇼퍼

“모든 매장에서 체크해야하는 공통 체크리스트와 조사 대상별 체크리스트가 따로 있어요.” 조 쇼퍼는 인터뷰에 앞서 ‘체크리스트’와 ‘미스터리 쇼핑보고서’를 꺼냈다. 체크리스트에는 돌발 행동 시 종업원의 태도부터 제휴카드나 이벤트에 관한 지식 수준까지 상세한 항목들이 기재되어 있었다. 이 많은 항목들을 언제 다 확인하냐는 기자의 질문에 조 쇼퍼는 “소비자들이 좀 더 질 높은 서비스를 받게 될 수 있을 거란 신념으로 임하면 다 할 수 있다”고 웃으며 말했다.

미스터리 쇼퍼는 1946년 미국의 ‘Wilmark’가 고객서비스평가에 미스터리 쇼핑이라는 용어를 사용한 것을 기점으로 미국 사회에 뿌리내렸다. 조 쇼퍼는 “우리나라도 1990년대 초부터 기업들이 고객서비스 수준을 향상시키기 위해 도입하기 시작하였으며, 현재 2천여명이 넘는 쇼퍼들이 활동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쟁업체에 대한 정보를 얻고자 하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 미스터리 쇼퍼의 수요가 급증하면서 미스터리 쇼퍼 전문 교육업체도 생겨났다고 한다.

미스터리 쇼퍼의 활동범위는 레스토랑, 병원, 관공서, 호텔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조 쇼퍼는 그 중에서도 “병원이나 관공서 미스터리 쇼핑이 어렵다”고 말했다. “한번은 같은 의사에게 3번 미스터리 쇼핑을 시도한 적이 있어요. 비뇨기과 의사에게 민망한 질문을 돌려가며 한 적도 있었죠.” 조 쇼퍼는 한두 번 낯이 익은 의사나 직원에게 상담 받을 때는 미스터리 쇼퍼임을 속이기 위해 나름대로의 애드리브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활동 범위가 다양하다 보니 체계적인 교육은 필수라고 했다. 미스터리 쇼퍼는 5등급으로 구성된 단계적인 커리큘럼에 맞추어 육성된다. 주니어, 시니어, 마스터단계를 거치며 2등급 미스터리 쇼퍼부터는 ‘전문 쇼퍼’의 직책이 부여된다. 회사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상황에 대한 분석력과 표현력, 자신감, 감정이 배제된 관찰력 교육이 중점적으로 이루어진다. 무엇보다 조 쇼퍼는 “미스터리 쇼퍼는 비디오로 촬영하듯이 서비스 상황을 머릿속에 기록해야 한다”며 “감정 없는 비디오와 같이 관찰 과정에 감정이 개입되어서는 안 된다”고 감정 조절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편 신분을 속이는 직업이라 우여곡절도 많다. “직업상 일부러 그릇을 깨거나 물을 엎지르는 행위를 해야 할 때가 있어요.” 머그컵을 깨고 난 뒤 종업원의 태도를 관찰하다 서로 언쟁이 벌어진 적도 있고, 결제 수단을 번복했을 때 태도를 기록하다가 식당 주인에게 기분 나쁜 말을 들을 때도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조 쇼퍼는 이 직업이 즐겁다고 말한다. “미스터리 쇼퍼는 대한민국 소비자를 웃게 하는 힘인 것 같다”며 “경쟁사회로 치닫는 21세기 대한민국 사회에서 경영컨설턴트, 금융자산관리사처럼 화려하진 않지만 실속 있고,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유망 직업”이라고 조 쇼퍼는 말했다.

이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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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inho6724@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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