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을 좇는 사람들(3) “마음의 빚”
행복을 좇는 사람들(3) “마음의 빚”
  • 김은실
  • 승인 2011.09.27 14:52
  • 호수 13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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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을 좇는 사람들(3)
- “마음의 빚”


대학교 3학년인 동현이는 친구들에게 ‘친절 맨, 동네반장’이라는 별명으로 불립니다. 축제나 MT와 같은 행사에 자신이 가장 힘들 일들을 자진해서 솔선수범 합니다.  동현이는 오랫동안 사귄 친구가 없습니다. 관계가 깊어지면 어느 순간, 항상 동현이가 먼저 절교를 선언하기 때문입니다. 최근에도 6개월 동안 사귄 여자 친구와 헤어졌습니다. 처음에 동현이는 여자 친구에게 자상하고 헌신적인 남자친구였습니다. 그런데 며칠 전 동현이가 자기 과제도 미룬 채, 여친의 과제를 도와주느라 밤을 새다가 깜빡 졸아서 만나기로 한 약속시간에 조금 늦었습니다. 여친이 늦었다고 화를 냈고, 동현이는 잘못했다고 사과를 하고 여친의 기분을 풀어주기 위해 맛있는 것과 옷을 사주면서 여친의 기분을 풀어주려 하였습니다. 그런데 그날 집으로 돌아온 동현이는 여친에게 헤어지자는 문자를 남겼습니다. 동현이는 자신의 마음을 몰라준 여친에게 화가 나고 섭섭한 마음이 들었던 것입니다. 자신의 것을 포기하고 여친을 위해서 배려하고 헌신했는데, 여친은 고맙다는 말보다는 화를 냈던 것입니다. 그런 여친과는 다시는 만나고 싶지 않았습니다. 동현이는 이런 대인관계를 예전에도 많이 경험했습니다. 고등학교 절친인 범수, 군대동기 진욱, 첫사랑 미숙 등등. 모두 처음에는 좋은 관계를 맺다가 동현이가 절교를 한 사람들입니다.   


우리 주변에는 동현이와 같은 친구들이 많습니다. 다른 사람에게 배려와 친절이 몸에 배어있는 사람들. 이들을 만나면, 우리는 너무 편하고 즐겁습니다. 이들은 우리에게 필요한 것들을 주고, 우리가 해야 할 수고들을 덜어주기 때문입니다. 우리들은 남에게 받을 때 더 행복할까요? 아니면 남에게 베풀 때 더 행복할까요? 심리학적으로 우리는 남에게 받을 때 더 행복을 느끼는 존재라고 합니다. 남에게 무언가를 받는다는 의미는 우리가 그 사람에게 중요한 존재이며, 사랑받고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다른 사람에게 베풀면서 행복을 느끼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이들의 마음 깊은 곳에는 ‘진정한 배려’와 ‘환심사기’ 중 한 가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진정한 배려는 이타적인 마음으로 순수하게 타인의 행복을 바라는 마음입니다. 하지만 환심사기는 이기적인 마음으로, 배려와 친절에 뭔가 바라는 것이 있는 마음입니다. 이들은 다른 사람에게 베풀면서 자신이 가치 있고 사랑받는 존재라는 것을 확인하는 것이 목적입니다. 즉, 우리는 이들에게 친절과 배려를 받으면 배려와 친절에 보답하기 위해 그들을 사랑해야한다는 ‘마음의 빚’을 진 것입니다. 동현이도 다른 사람들이 자신에게 고마워하고 감사해 하는 것을 바랬습니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이 자신에게 더 이상 고마워하지 않으면 그 관계를 더 이상 유지할 이유가 없습니다. 그래서 “내가 너를 위해서 얼마나 많은 일들을 했는데”, “넌 너무 당연하게 받아드린다”라는 말과 함께 절교를 하는 것입니다.


나에게 과하게 친절을 베푸는 사람이 있습니까? 당신에게 원치 않는 ‘마음의 빚’을 주는 것입니다. 그러나 공짜는 없습니다. 물론 사람들에게 친절을 베푸는 것이 모두 마음의 빚을 주는 것은 아닙니다. 테레사 수녀나 사회의 많은 순수한 기부자들과 같은 진정한 배려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진정한 배려와 환심 사기는 어떻게 구분해야 좋을까요? 모 개그 프로그램의 ‘애정남’처럼, 저도 이런 애매한 것을 정해드리겠습니다. 누군가에게 뭔가를 해 주었는데 돌아오지 않아 섭섭한 느낌을 가지고 있습니까? 이건 ‘환심사기’입니다. 누군가의 친절이 부담스럽게 느껴지십니까? 그럼 이것도 ‘환심사기’ 입니다. 진정한 배려는 자신의 행동에 대가를 바라지 않습니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이 자신에게 “고맙다”, “감사하다”라는 말을 하지 않아도 행복을 느낀다면 그건 ‘진정한 배려’입니다.   


 김은실(특수교육) 강사

김은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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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kdds@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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