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기자석 - 서울 깍쟁이에서 벗어나자
주간기자석 - 서울 깍쟁이에서 벗어나자
  • 김상천 기자
  • 승인 2011.09.27 17:40
  • 호수 13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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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전에 새터를 다진 지도 벌써 4년이 지나가는데, 경기도 내에서 우리 대학은 아직도 이방인 같이 어정쩡한 느낌이다. 그간 경기도와 맺어온 교류협력 내용을 짚어보면 거의가 SW나 모바일 등 IT쪽에 몰려있다. 다른 분야에서는 주목할 만한 크기의 교류협력이 없다. 용인시, 성남시와도 협약 맺은 지는 오래됐으나 서로 번호만 땄지 만난 적은 거의 없다. 최근 용인시 도서관과 퇴계기념중앙도서관이 악수하면서 그나마 얼굴 잊어버리는 건 면한 정도다. 쌀·연탄 등의 기부와 봉사를 통해 오히려 재학생들이 용인시와 더 자주 만났다.

솔직한 얘기를 해보자. ‘인서울’ 한남동 캠퍼스에서 경기도 죽전캠퍼스로 이전한 뒤 우리 대학은 ‘서울깍쟁이’처럼 은근히 경기도를 무시해왔다. 지난 4월 ‘경기 단국-삼성 모바일 연구소’를 준비할 때 어떤 교수가 “‘경기’는 웬만하면 빼지 그러냐”며 남의 나라 소리를 한 게 단적인 예다. 그뿐인가. 우리 대학은 현재 인근 대학들과도 교류가 거의 없다. 명지대와 학점교류 하는 게 4년간 우리가 쌓은 인근 대학들과의 교류 내용 전부다.

이전 하며 대학 위상이 떨어진 마당에 자칫 ‘지방대’ 소리를 들을까봐 쉬쉬한 걸 모르는 건 아니다. 입시설명회를 어떻게든 서울 대학들과 같이 하려는 모습은 많은 것을 시사한다. 터놓고 말해서 경기권 대학들 낮게 본 건 우리 대학 학생이나 교수, 교직원이 다 비슷했을 것이다.

허나 이제는 경기권 대학들 무시하다간 큰 코 다칠 수 있다. 대학 구조조정 바람이 불며 경기권 대학들이 강력해졌다. 경원대와 가천의과대학이 통합한 가천대는 입학 정원만 3,984명으로 수도권을 통틀어 경희대와 한양대에 이은 3위 규모가 됐다. 든든한 재단을 둔 이 대학은 ‘2020년까지 10대 사학’이라는 목표를 내걸고 1,000억원을 투자하고 100억원 규모의 장학재단을 설립한다. 내년까지 교수도 120명 신규 채용한다. 경희대 국제캠퍼스도 서울캠퍼스와의 완전 통합에 성공함에 따라 힘이 집중됐다. 아주대 역시 결코 만만한 대학이 아니다.

우수한 대학들이 주위에 있으면 이들을 활용해 서로 윈윈할 수 있는 방법도 찾아볼 필요가 있다. 뭉쳐서 인서울 대학과 동등하거나 월등한 내실을 갖춘 ‘경기권 우수대학’ 이미지로 함께 가는 방법도 충분히 고려해볼만 하다. 이제라도 찾아보면 상호보완적인 그룹을 형성하는 길이 많이 있을 것이다.

아직도 서울에 미련을 둔다면 그건 오만이고 현실도피다. 깨끗이 미련을 털고 경기권 대학의 맹주로 자리 잡을 궁리를 해야 한다. IT쪽 뿐만 아니라 CT, 문화, 연구, 인력 등 더 다양한 분야에서 경기도와 협력해야 한다. 9개 광역도 중 유일하게 거점 국립대가 없는 경기도는, 반면 지자체 수출액이 전국 1위이며 기업체 수도 1위이다. 경쟁이 집중된 서울보다 더 비옥한 토양일 수 있는 것이다. 더불어 인근 대학들과의 협력도 이제는 진지하게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난항을 겪고 있긴 하지만 중앙대·이화여대·성균관대 등 여러 대학들이 경기로의 이전을 시도하고 있다. 여유 부릴 때는 지났다.

김상천 기자 firestarter@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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