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독려와 위로의 상호관계
[사설]독려와 위로의 상호관계
  • 단대신문
  • 승인 2011.09.27 17:47
  • 호수 1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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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릇 세상은 음양(陰陽)이 조화를 이루면서 흘러가는 법이다. 이는 단지 자연현상에 국한되지 않는다. 사회 변화는 물론이고 조직 행동과 인간관계도 그러하다. 맺힌 것이 있으면 풀어야 하고, 힘껏 내달린 뒤에는 천천히 걸어야하며, 무엇보다 피로가 쌓이면 휴식을 취해야 한다. 당장에야 쉬지 않고 움직이는 편이 다소간의 성과를 거두겠지만, 길게 보면 적당한 휴식을 취하지 않고서는 멀리 갈 수 없다.


잘 노는 사람이 일도 잘 한다는 말은 허튼 소리가 아니다. 문화학자 하위징하(Johan Huizinga)의 지적처럼, 인간은 “유희를 즐기는 존재” 즉 ‘호모 루덴스(homo ludens)’이다. 놀이와 휴식을 통해 창의력이 발휘되고 문화가 만들어진다. 산업사회가 ‘일’에 집중했다면, 21세기 문화예술사회는 ‘놀이’가 가치를 창출한다. 낭비에 불과하다고 치부되던 행동이 이제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각광받고 있다. 영화, 방송, 애니메이션, 게임 등 엔터테인먼트 분야의 가치가 제조업을 뛰어넘었다는 사실은 이미 오래 전에 확인되었다. 그 근간에 ‘놀이’와 ‘휴식’이 있다.


대한민국은 피곤한 사회이다. 입시지옥의 악명이야 새삼스러울 것 없고, 생존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대학이 처한 현실 또한 별반 다르지 않다. 성장을 위한 변화를 강요받고, 연구와 교육의 질을 높이라는 요구에 부응해야 하며, 취업률도 향상시켜야 한다. 한국의 대학은 지금 각종 평가 지표에 맞춰 변모하는 중이다. 그것도 숨 가쁘게 빠른 속도로.


물론 변화가 잘못된 것만은 아니다. 그를 통해 대학의 경쟁력이 강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로 인해 구성원들에게 부과되는 피로가 결코 만만치 않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이를 증명하는 것이 대학생 대상 강연들의 변화이다. 얼마 전까지 학생들의 관심은 스펙 향상과 취업방법론 등 ‘성공’을 위한 담론에 집중되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위로’가 주목받고 있다. 인기를 모으고 있는 김난도의 『아프니까 청춘이다』, 안철수와 박경철이 주도하는 <희망공감 청춘콘서트>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의 성과와 한계를 따지기 전에 먼저 공감의 이유에 주목해야 한다. 성공 담론이 시들해진 까닭은 경기가 회복되었거나, 취업 사정이 좋아졌기 때문이 아니다. 견디기 힘들만큼 피로가 누적되었기 때문이다. 이들의 요구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


우리 대학의 사정 또한 마찬가지이다. 물론 이미 시작된 변화를 멈출 수야 없는 일이다. 시작한 이상,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마땅히 견디고 힘을 모아 목표를 달성해야 한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피로를 이완시킬 방안 또한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독려와 위로는 함께 이루어져야 효과가 발휘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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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kdds@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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