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 탐구생활 ⑪ 글씨에 혼을 불어넣는 캘리그라퍼, '참아트' 대표 이화선 씨
직업 탐구생활 ⑪ 글씨에 혼을 불어넣는 캘리그라퍼, '참아트' 대표 이화선 씨
  • 김예은 기자
  • 승인 2011.09.27 21:17
  • 호수 1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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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의 아름다움을 알리고 싶어요"

직업 탐구생활 ⑪ 글씨에 혼을 불어넣는 캘리그라퍼, '참아트' 대표 이화선 씨

영화 포스터, 책 표지, 드라마 로고에서 음료수병에 이르기까지 최근 손 글씨가 주목받고 있다. 보기만 해도 편안하고 아름다운 이 손 글씨가 바로 ‘캘리그라피’이다. ‘아름다운 손 글씨’라는 그리스어에서 나온 캘리그라피는 개인의 감정을 표현하는 글씨로, 기존의 디지털 서체에 질린 사람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여기 글씨에 혼을 불어넣는 캘리그라퍼 이화선 씨가 있다. ‘참아트’(www.charmchalk.com) 대표이자 ‘한국 캘리그라피 디자인센터’의 심사위원이기도 한 그녀에게 캘리그라퍼에 대해 들어보자. <편집자 주>

 

"한글의 아름다움을 알리고 싶어요"
영화 ‘타짜’, 드라마 ‘황진이’ 등의 포스터에서 배우들만큼 주목받은 것이 있다. 바로 글씨다. 이처럼 서예에 기본을 두고 현대적 감각을 더한 글씨를 ‘캘리그라피’라 한다. 표현하고자 하는 대상뿐만 아니라 느낌까지 전달하는 글씨를 디자인하는 ‘캘리그라퍼’는 21세기 10대 유망직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기자가 만나본 ‘참아트’의 이화선 대표는 이 글씨를 통해 한글의 아름다움을 표현하고 있었다.

금산 인삼축제, 관공서 타이틀, 간판, 도서제목 등 그동안의 작품만도 수십 개. 이 대표는 의뢰를 받을 때마다 어감과 목적을 가장 신경 쓴다고 한다. 같은 뜻이라도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따라 상대방이 받아들이는 느낌이 다르고, 글씨가 아무리 좋아도 목적에 맞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삼(蔘)’이라는 한 자를 하루에도 수백 번씩 한 달 동안 쓴 적도 있다. 그만큼 고객이 원하는 느낌과 시각적인 디자인을 모두 충족시키기란 어려운 작업이다.

열심히 쓴 글씨에 대한 가치를 인정받지 못할 때도 있다. 이 대표는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 “이거 하나만 써줘. 쉬운 건데 뭘”이라는 소리를 들을 때 속상하다고 말했다. 반면에, 그동안 보람을 느꼈던 일도 많았다. 고객이 작품을 보고 만족스러워하거나 감사함을 표현할 때다. 최근에 열린 전시회에서 관람객들이 작품을 보고 우는 모습을 봤을 때도 기뻤다고 한다. 이 대표는 “내 글씨와 그림을 통해 사람들이 감동받는 모습을 보고 내 마음이 전달된 것 같아 나도 덩달아 감동받았다”고 회상했다.

그렇다면, 캘리그라퍼가 되려면 어떤 준비가 필요할까. 이 대표는 기존의 캘리그라퍼에게 개인적으로 배우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말한다. 이 대표가 심사위원으로 활동하는 한국 캘리그라피 디자인센터에서 주관하는 자격증도 필요하다. 시험에서는 카피문구, 그림과 같은 전체적인 구성과 필력 등을 평가한다. 이 외에도 자신만의 경쟁력을 갖추고 싶다면 수묵화, 디자인, 서예를 겸하는 것이 좋다. 이 대표는 특히, 유년시절 서예를 배웠던 경험이 필력에 많은 도움이 됐다고 강조했다.

캘리그라퍼의 중요한 자질로는 ‘다양한 간접경험’과 ‘감성’을 꼽았다. 같은 글자라도 경험에 따라 사람마다 떠올리는 것이 다르기 때문에, 간접적으로나마 다양한 경험을 쌓아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이 대표는 글씨를 잘 쓰는 것은 기술일 뿐이며 감성적인 글씨를 쓸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이 대표가 생각하는 캘리그라퍼의 장점 또한 감성과 일맥상통한다. 자신의 내면세계를 통찰하고, 나의 감정을 보는 이에게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편, 이 대표가 보는 캘리그라퍼의 전망은 매우 밝다. 이 대표가 처음 캘리그라피를 시작했을 때는 지금처럼 인기 있는 직종이 될 거라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금대로라면 앞으로도 더 발전할 가능성이 많다고 생각한다고. 이 대표는 “캘리그라피는 지극히 한국적이고, 세계적이며 상업적이기 때문에 앞으로 더욱 인기를 끌 것”이라며 “아직 완전한 체계를 갖추지 못했기 때문에 지금 시작해도 충분히 선구자의 반열에 오를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우리 대학 재학생들에게는 “좋은 회사에 입사하겠다는 태도는 지양해라. 좀 더 넓은 시각을 가지고 내가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부터 찾아라. 또한, 모험도 마다하지 않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예은 기자 eskyen@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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