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족해도 딸에게 좋은 모습 보여 주고 싶어요”
“부족해도 딸에게 좋은 모습 보여 주고 싶어요”
  • 이샤론
  • 승인 2011.09.29 09:38
  • 호수 13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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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아로 자라 교도소에서 출산 “아픈 과거는 안녕”

 

⑨가은이 엄마, 정소향 양
  (MBC <휴먼다큐 사랑·엄마의 고백>편의 주인공)

▲엄마의 직장에 놀러온 가은이와

MBC <휴먼다큐 사랑·엄마의 고백> 편에 출연해 많은 시청자를 울렸던 ‘가은이 엄마’ 정소향(23) 씨. 중학교 때 집을 나와 열 곳이 넘는 청소년 보호시설과 고시원 등을 전전하며 생활했고, 온갖 아르바이트를 하며 하루하루를 살던 중 절도로 실형을 선고 받았다. 이후 그녀는 임신한 상태에서 교도소에 수감됐다. 그리고 2009년 7월 28일 청주교도소에서 딸 가은이를 낳았다.
방송에선 엄마가 된 그녀의 고백과 함께 딸 가은이와의 교도소 생활이 그려졌다. 방송 당시 교도소 감옥 배식구에 고개를 내민 돌쟁이 가은이의 모습은 많은 시청자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한때 입양아였던 자신의 아픔을 딸에게 물려주고 싶지 않다는 이유로 입양을 포기한 그녀의 선택에 많은 사람이 응원을 보냈다. 방송 후 소향씨는 던킨도너츠에서 정식 직원으로도 채용이 되었다. 한편 후원 계좌도 개설됐지만 “생활이 달라질 정도는 아니었다”고 한다.
그녀는 출소 후 미혼모 보호시설인 ‘경기도 천사의 집’에서 생활하다 얼마전 가은이와 둘만의 보금자리를 만들어 이사를 했다.
혈혈단신 세상에 홀로서야 하는 스물세 살 어린 엄마의 딸을 지키기 위한 눈물겹지만 행복한 인생을 담아 본다.
 

▲ 근무중 환하게 미소를 지어보이는 소향 양.

근황 >>

▲자신에 대해 소개해 달라.
안녕하세요. 저는 현재 던킨도너츠 동두천터미널점에서 일을 하고있는 스물세 살 가은이 엄마 정소향입니다.

▲방송 후 소향씨의 근황은.
던킨도너츠 아르바이트직에서 정식 사원으로 채용 된 좋은 일이 있는가 하면 월급이 일정액이 넘는다는 이유로 이젠 나라에서 받던 지원도 끊겨버려 생활하기는 조금 부족합니다. 월급의 반은 가은이 놀이방에 나머지는 가은이와 살고 있는 작은 방의 월세를 냅니다. 열심히 살고 열심히 모으다 보면 저도 전셋집, 우리집에 사는 날이 오겠죠?

▲가은이는 어떻게 지내나.
가은이는 현재 놀이방에 다니고 있어요. 교도소에서 나온 뒤로는 감기만 달고 사네요. 여름 내내 병원에서 입퇴원을 반복하고 지금도 콧물 때문에 고생을 하고 있어요. 알레르기가 있는 체질이라네요. 어느 알레르긴지 원인을 알 수 없다고 합니다. 그저 약을 꾸준이 먹어야 된데요. 면역력도 없고 몸이 약하대요. 제가 교도소 안에서 잘 못 먹여서 그런가 하는 생각이 들어 마음이 무겁네요.

▲방송에 나왔던 천사의 집을 나와 이사한 것으로 안다. 왜 그랬나.
아이도 많이 컸고 엄마와 살기 적절한 시설이 아니라는 것을 인식한 제 판단이에요. 그렇게 결정하긴 했지만 현실은 재정적인 부분 때문에 좀 힘이 드네요.


엄마, 정소향씨 >>

▲소향씨에게 가은이는 어떤 딸인지.
내 전부. 가은이가 아프면 저도 아파요. 
가은이는 그냥 ‘저’에요.

▲가은이가 어떻게 자랐으면 좋겠는지.
가은이가 자신을 사랑하며 다른 사람도 사랑 할 수 있는 심적 여유가 있는 아이로 성장했으면 좋겠어요. 나이에 맞게 살아가며 사랑받고 사랑을 주는 딸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도너츠를 먹고 있는 가은이

▲가은이를 키우면서 가장 힘든 점.
세상에 의지 할 곳, 오갈 데 없는 제가 아이를 양육하는 가장 역할을 한다는 것이 쉽지 않네요.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가은이를 낳아 육아를 즐길 수 없다는 점, 가은이가 엄마 외에 의지하고 부를 수 있는 가족이 없다는 점이 가장 힘들어요.
또 아이에게 맛있고 영양있는 음식만 해주겠다던 다짐과는 달리 밥 짓는 것조차 제대로 못해 못 먹이고 사먹이게 되어버렸습니다. 아이에게 외로움과 인스턴트만큼은 절대 주지 않겠다는 제 다짐이 점점 무너지는 것 같아 요즘은 전보다 저 자신을 더 쪼며 빠듯하게 지냅니다.

▲가은이게 해주고 싶은 것이 있다면.
요즘 전 가은이에게 아빠를 만들어주고 싶습니다.


삶과 행복 >>


▲가장 행복할 때는?
가은이와 웃고 있을 때요. 가은이 얼굴에 환한 미소가 있을 때, 이때가 제일 행복하죠. 건강하고 아프지 않고 환하게 웃는 얼굴만 보여줬으면 좋겠어요.

▲인생에서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언제였나. 또 아픔은 어떻게 극복했나.
가출했던 중3시절 그리고 초등학교 2학년 때 엄마 아빠가 이혼 했을 때 가장 힘들었어요. 그냥 생각 하지 않으려고 노력했어요. 연연하지 않고 냉정하게.

▲현재의 삶에 만족하는가. 만족한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가. 또 만족하지 않는다면 어떤 점 때문인가.
사람 욕심은 끝이 없어 만족하다고 할 수 는 없네요. 가은이를 재정적인 부분이나 시간적인 부분에서 여유있게 양육 할 수 없다는 점이 마음이 아파요.

▲소향씨의 ‘꿈’.
워킹맘으로써 완벽한 사람이 되는 것이 꿈이에요. 양육에서도, 내 분야에서도 멋진 커리어우먼이 되고 싶어요. 또 카페나 북카페 같이 내가 잘 경영 할 수 있는 가게 하나를 차리고 싶어요.

▲인생의 좌우명 또는 가장 좋아하는 말.
자승자강, ‘자신을 이기는 사람이 진정으로 강한 사람’이라는 뜻이다.

▲하고 싶은 공부가 있다면 무엇인가. 특별한 이유가 있나.
영어와 미술. 영어는 살면서 꼭 해야 할 것 같아요. 미술은 어렸을 적에 배웠는데 참 좋아했었어요. 다시 배워보고 싶어요.

▲요즘 대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나이에 맞게 사는 것이 최고인 것 같아요. 대학에 다니는 것이 옳은 것인지 고민하는 사람이 많은데 공부도 때가 있는 것 같아요. 시간이 지나도 할 수 는 있지만 젊음은 없다는 것을 알고 자기가 선택한 것에 후회 없이 살았으면 좋겠어요. 대학생활을 어떻게 하는지에 따라 남은 인생이 결정된다는데 열심히 공부하면서 다가올 미래를 준비하고 즐길 줄 아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더불어 자신을 가장 소중하게 여기라는 말을 보태고 싶네요.

▲소향씨가 생각하는 ‘행복’이란.
글쎄요. 내가 진정 행복할 때가 ‘행복’아닐까요.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제가 관심 가져주셔서 고맙습니다. 누군가 저를 생각한다는 건 그것이 좋은 생각이든 나쁜 생각이든 저를 생각하는 것이니 기분이 좋네요. 가은이와 행복하게 살겠습니다.

“나는 어쩔 수 없이 미혼모가 됐지만, 내 딸에게만큼은 ‘미혼모의 딸’이라는 수식어를 물려주고 싶지 않다”면서 좋은 것만 주고 싶고, 좋은 말만 듣고 자라게 해 주고 싶은 가은이 엄마의 마음처럼 사회도 우리 모녀를 따뜻한 눈으로 지켜봐 줬으면 좋겠다.


이샤론 기자 sksms93@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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