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칼럼]‘아주머니, 하지만 저는 같은 실수는 다시 하지 않는 걸요!’
[학생칼럼]‘아주머니, 하지만 저는 같은 실수는 다시 하지 않는 걸요!’
  • 서준석 기자
  • 승인 2011.09.29 13:16
  • 호수 1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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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무슨 바람이 불어서 한참치즈를 사 모을 때가 있었다. 보통 사람들에게 익숙한 모짜렐라 치즈와 슬라이스치즈 등은 물론 좋아하고 제법 과감한 치즈도 잘 소화했다. 이마트에 장을 보러갔다. 며칠 전 인터넷으로 새벽에 치즈 칼럼을 한참 들여다보며 침을 흘렸던 터라 새로운 치즈를 시도해 보고자 하는 욕구가 이미 제어할 수 없는 상태였다. 마트에는 수많은 종류의 치즈들이 진열되어 있었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톰과 제리를 보며 항상 무슨 맛 인지 궁금해 했던 에멘탈치즈를 선택했다. 만화에서 쥐덫을 설치할 때 보통 그리는 그 노랗고 구멍이 숭숭 뚫린 치즈를 말이다. 그림만 보기엔 무슨 케이크같이 생기지 않았나. 나는 집에 도착해기대감에 부풀어 치즈 봉지를 뜯었다. 그리고 칼로 잘라 입으로 옮긴 순간 나는 무언가 잘못된 것임을 알고 있었지만 치즈를 씹는 것을 멈출 수 없었다. 나는 내가 실패한 것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나는 그 끔찍한 물체를 씹고 또 씹었다. 어떻게 먹어야 덜 끔찍할까 그 십초도 되지 않는 짧은 시간 동안 나는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잠깐 동안 샐러드에 갈아 올린 치즈나 녹인 치즈의 이미지가 스쳐지나갔지만 나는 단호하게 뱉고 치즈를 다시 포장에 담아 쓰레기통에 던져버렸다.


엄마랑 쇼핑을 하면 항상 싸운다. 엄마는 나에게 항상 넌 너무 겉포장에 현혹되는 경향이 있다고 말한다. 너 그거 다 못 먹으면 내가 억지로 다 퍼 먹일 줄 알아. 그치만 난 아직도 생각한다. 아니, 사보지 않으면, 그게 무슨 맛이 날지 도대체 어떻게 안단 말인가? 돈지랄 같기도 하지만, 사람이 맨날 밥만 먹다 죽으라는 법은 없다. 기괴하고 괴상천외한 것도 시도해 보고 열번 중에 한번이라도 나를 기쁘게 만드는 것을 만나는 것이다. 사람도 그렇다. 그 사람이랑 마주하고 목소리도 듣고 살아온 얘기도 좀 해보고, 나한테 닿을 때 기분도 생각해보고, 그러고 나서‘아, 이 사람이랑 있으면 나는 기쁘구나,’‘아, 이용가치는 좀 있겠구,’또는, ‘같이 있으면 여러모로 찜찜한게 많지만 그렇다고 내칠수도 없구나,’알 수 있는 것이다.


내 인생은 모든 선택의 기로에서 실패를 하고 또 하고 매일하고도 다시 한다. 실패담이야 많고 많지만 소중한 실패담은 아무리 머리를 싸매도 도무지 떠오르는 게 없다. 항상 아무 의미 없어 보이는, 그러니까 맛없는 젤리 땅콩버터를 선택하는 것 같은 실패를 거듭할 때, 나는 빨간머리 앤을 떠올린다. 앤은 항상 어처구니없는 실수들을 연달 아하지만 마릴라 아주머니께 변명처럼 수줍게, 하지만 당돌하게 말한다. ‘아주머니, 하지만 저는 같은 실수는 다시 하지 않는 걸요!’변명처럼 내 머릿속에서 그 장면을 떠올릴 때면 한숨이 나온다. 똑같은 실수가 아니면 뭘 하나. 나는 절대로 다시는 에멘탈치즈를 사려들지 않겠지만 다음번에 브릭치즈나 고다치즈를 사려고 들지 않을 것이라는 보장은 하지 못한다. 인생을 살면서 아직도 실패할 일은 수십 번이 남아있고 매번 또 다른 실패를 거듭하고 다시는‘똑같은’실수는 하지 않으면서 나는 나이를 먹어가고 수많은 실패 데이터를 쌓아갈 것이다. 나중에 육체가 미약하고 스스로의 지친 몸이 가여워지는 나이가 되면, 나는 누구보다 건강한 정신과 결단력을 갖게 될 것이고 수많은 실패를 경험한 나에게는 실수할 횟수도 줄어드는 것이다. 그날을 생각하면 가끔 하는 어처구니없는 실수들도 나는 웃을 수 있어진다. 앤도 아주 쓸데없는 소리만 하는 건 아니겠지. 그 날이 기다려지는 것이다.

신현경(영어영문·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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