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을 좇는 사람들(4) - 담배는 내 절친
행복을 좇는 사람들(4) - 담배는 내 절친
  • 김은실(특수교육) 강사
  • 승인 2011.10.04 14:22
  • 호수 13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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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를 대신하는 심리적 위안물

행복을 좇는 사람들(4)
- 담배는 내 절친


어머니를 대신하는 심리적 위안물

회사에서 몰래 담배를 피우다가 3회 적발되어 금연 프로그램에 참가한 S씨. S씨가 이렇게 금연 프로그램에 참가한 것만도 벌써 네 번째입니다. 네 번째 금연프로그램 중에 쉬는 시간마다 함께 담배를 피웠던 동료가 금연을 하겠다는 이야기를 하자, S도 모르게 눈물을 흘렸습니다. 갑자기 세상에 혼자 남은 듯한 외로움과 동료에 대한 섭섭함이 다가왔기 때문입니다. S씨는 부인과 동료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결국 회사를 그만두었습니다.  


우리는 누구나 심리적으로 힘들거나 외로울 때 위로를 받을 수 있는 대상을 찾습니다. 부모님, 친구, 선배, 연인 등이 그 대상이 될 수도 있습니다. 또는 음악, 산책, 그림, 사색, 음식, 때로는 곰 인형이나 오래된 베개나 이불과 같이 사람이 아닌 경우도 있습니다. 무엇이든지 자신이 속상할 때 찾게 되고 그걸 만나면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들이 ‘심리적 위안물’입니다.


심리학에서는 ‘심리적 위안물’을 어린 시절의 ‘어머니 대용물’이라고 합니다. 어릴 때에 우리는 다치거나 속상하거나 슬플 때면 어머니에게로 다가가 위로를 받습니다. 하지만 점차 성장하면서, 스스로의 인생을 살면서 더 이상 물리적으로 어머니의 품에 머물 수는 없게 됩니다. 안타깝지만 우리는 어머니로부터 독립되어서 ‘나’로써 살아가야 합니다. 이런 과정을 심리적인 분리과정이라고 합니다. 분리는 무엇으로부터 떨어져 나온다는 의미로 우리에게 상실감과 슬픔을 가져다줍니다. 하지만 나로써의 삶이 있기에 기꺼이 많은 사람들은 이런 분리로부터 오는 슬픔과 상실감을 견딥니다. 어머니와 분리과정에서 사람들은 ‘어머니 대용물’을 하나씩 가집니다. 이전의 어머니가 해주었던 위로와 위안을 해줄 수 있는 대상들을 가지게 됩니다. 많은 경우는 그 대상이 친구, 연인, 배우자와 같은 사람인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사람관계에서 이런 대상을 찾지 못하면 곰 인형, 담요, 레고와 같은 특정한 물건이 되기도 하고 수집이나 여행, 운동과 같은 행위가 되기도 합니다. 때로는 술이나 담배, 마약과 같이 몸에 해로운 것들이 될 수도 있습니다.


S씨의 경우에는 담배가 그 대상입니다. 담배는 속상할 때마다 언제나 찾을 수 있는 친구이자 어머니였습니다. S씨는 성장하면서 여러 친구를 사귀기는 했지만 깊은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친구를 사귀지 못했습니다. 자신의 이야기를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할지 두려워서 자신의 이야기를 마음껏 꺼낼 수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결혼 후에도 자신에게 기대하고 있는 부인과 자식들에게 자신이 외롭고 힘들 때 기댈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재수 때 배운 담배는 S씨가 어려울 때마다 언제나 함께 해 주었습니다. 냄새가 나고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가 가는 것이 싫어서 몇 번을 끊어야겠다고 결심도 했지만 다시 자신도 모르게 담배를 피우게 되었습니다. 그럴 때면 마음이 편안해졌습니다. 몸에 해로운 줄 너무나 잘 알고, 직장을 그만두면서 까지도 S씨에게 담배는 심리적으로 중요한 것이었던 것입니다.


누군가가 무언가에 집착하거나 이해할 수 없는 습관들은 그들의 삶에서 ‘어머니 대용품’으로 위로의 대상인 경우가 많습니다. ‘무조건 이해할 수 없다’라는 생각보다는 그들이 그것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삶을 이해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김은실(특수교육) 강사

김은실(특수교육) 강사
김은실(특수교육) 강사

 dkdds@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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