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L 지구탐방 5. 국민은행 樂star Challenge 네팔(下편)
REAL 지구탐방 5. 국민은행 樂star Challenge 네팔(下편)
  • 이진호 기자
  • 승인 2011.10.06 00:39
  • 호수 13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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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비안 나이트의 신비로움을 그려보다

REAL 지구탐방 5. 국민은행 樂star Challenge 네팔(下편)
아라비안 나이트의 신비로움을 그려보다
어색함으로 시작해 뜨거운 눈물로 끝맺은 여행


오랜만에 맛본 컵라면과 고추참치의 매운 맛에 나도 모르게 기분 좋게 시작한 7월 6일. 네팔 일정 중 가장 한국적인 하루였다. 버스를 타고 5시간 만에 도착한 고타마 싯타르타의 탄생지 ‘룸비니’. 그 곳에서 마주한 한국식 사찰 ‘대성석가사’의 모습은 모든 관광객을 압도할 만큼 웅장했다. 기둥 하나의 두께가 마치 200년 된 고목과 같았다. 기자의 큰 키도 ‘대성석가사’ 앞에선 몽땅 연필에 불과했다. 식사, 숙소 등 대부분의 환경이 대원 모두에게 낯설었다. 에어컨은커녕 온전한 선풍기 한 대조차 없었던 사찰숙소. 후덥지근했던 밤공기 탓에 을인 지금도 선풍기를 애용한다는 김지현(20·부경대) 양의 말마따나 대성석가사의 밤은 더위와의 진검승부였다.

“축구한판?” “좋지!” 네팔 아이들과 축구시합 할 생각에 들떴던 다음날 아침. 운동화 끈을 조여매고 버스에 탑승했다. 30분 만에 도착한 티르케둥가시의 린손 부디스트 스쿨. 공격수니 수비수니 포메이션을 갖출 시간도 없이 시작된 축구 한 판. 진흙 범벅이 된 아이들의 얼굴엔 미소가 가득했다. 축구가 끝나고 학교 부속 고아원을 방문해 정수기와 한국에서 가져온 교양서적을 선물했다. 짧은 시간 아이들과 금방 정이 든 양혜정(24·전북대) 양은 “고사리 같은 손으로 배웅하는 모습에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며 아이들과의 헤어짐을 아쉬워했다.

이튿날 새벽 5시. 천근만근인 눈꺼풀을 간신히 뜨고 담푸스로 향하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 대원들의 표정은 소금물에 절인 배춧잎처럼 쳐져있었다. 얼굴뿐만 아니라 팔다리도 천근만근이었다. 간단한 스트레칭 후 시작된 2시간 반의 트레킹.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헥헥’ 거리는 숨소리와 선크림이 땀에 녹아 광대 분장한 듯이 하얗게 뜬 대원들의 얼굴은 진정한 트레킹이 무엇인가를 여실히 보여주는 듯 했다. 마침내 도달한 해발 1800m의 담푸스. 온몸을 적신 땀과 시원하게 불어오는 바람, 그리고 윈도우 배경화면에서나 볼법한 장엄한 산자락의 풍경은 “내가 바로 산이다”라고 메아리치는 것 같았다. 저녁식사로 먹었던 삼계탕이 ‘꿀계탕’이라고 느껴질 정도로 고단했던 트레킹이었다.

다음날, 고지대의 쌀쌀한 아침바람에 저절로 똬리를 틀었다. 육안으로 볼 확률 10%. 운이 좋았다. 새벽안개가 드리워진 설산 안나푸르나는 가히 네팔여행의 화룡점정(畵龍點睛)이었다. 기분 좋게 시작한 오늘의 목적지는 ‘Devi's Fall’이라 불리는 지하폭포. 1961년 스위스의 한 여성이 캠핑 도중 물살에 휩쓸려 실종된 사건을 계기로 붙여진 이름이다. 이름에서 느껴지는 어두운 이미지와 달리 무지개가 드리워진 폭포는 푸르른 나무들과 어우러져 동화 속의 한 장면 같았다. 데비폭포와 패키지 관광장소인 ‘굽테스와르 마하데브 동굴’ 또한 인상적이었다. 단순한 동굴이 아닌 사원의 모습이었다. 동굴 속 지하수의 수위가 높아져 깊게 들어가지 못했지만, 돌기둥에 새겨진 알 수 없는 표식과 시바신의 불상 앞 비문(碑文) 등은 아라비안 나이트의 신비로움을 간직한 듯했다.

네팔의 여신 ‘꾸마리’를 볼 수 있다는 가이드의 말에 남자 대원들의 버스 탑승이 늦어졌던 7월 13일의 아침. 네팔 최대의 화장터가 위치한 파슈파티나트 힌두사원에 도착했다. 입구부터 진동했던 역한 냄새에 헛구역질이 났다. 타다 남은 시체가 강물에 떠내려가는 모습, 그 더러운 물에 목욕을 하고 있는 아이들. 저절로 인상이 찌푸려졌다.

네팔의 국왕도 무릎을 꿇었다는 꾸마리 여신을 보기위해 기다리는 동안 우리는 쉴 새 없이 떨어지는 비둘기 똥을 피해야만 했다. 마침내 모습을 보인 꾸마리의 모습은 아름다운 여신의 느낌보단 초경을 하기 전 약 14년간이나 땅을 밟지 못하고, 사원 밖의 외출도 허용되지 않아 고독해하는 어린아이의 느낌이 강했다. 결국 꾸마리 여신을 보고 눈을 정화시키고자했던 대원들의 계획도 무산되고 말았다.

꾸마리 사원을 끝으로 10박 11일간의 일정이 모두 끝났다. 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대원들은 페이스북, 싸이월드 등의 개인 SNS를 교환하며 인연의 끈을 놓지 않았다. 어색함으로 시작해 헤어짐의 눈물로 끝맺은 ‘KB 樂star Challenge 네팔 1기’. 여행 후 둘도 없는 친구, 사랑하는 연인 사이가 되어버린 대원들도 있다. 오는 11월 2기도 모집한다고 하니 여행과 더불어 무언가를 얻고 싶은 2기 후배들의 많은 관심이 있었으면 한다.

이진호 기자 jinho6724@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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