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즐거운 나의 집』- 가족이라는 이름에 가장 어울리는 명사 ‘소통’과 ‘사랑’
<책>『즐거운 나의 집』- 가족이라는 이름에 가장 어울리는 명사 ‘소통’과 ‘사랑’
  • 조수진 기자
  • 승인 2011.10.12 03:20
  • 호수 131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문화人문화in 41

 

아빠, 엄마, 아이들로 이루어진 가족이 기준이 되었던 세상은 무너진 지 꽤 오래되었다. 초등학교 한 반에서 10/1에 해당하는 학생들이 한 부모 가정에서 살고 있을 정도다. 그러나 변한 시대에 비해 사람들의 시선은 아직도 미성숙하다. 여전히 이혼 가정의 아이들은 일탈 위험이 크다고 간주하고, 이혼 가정에 대해 좋지 못한 시선으로 바라본다. 공지영 작가의 『즐거운 나의 집』에서는 한 부모 가정을 통해 우리에게 진정한 가족은 무엇인지 그 의미에 대해 다시 한 번 인식시켜 준다.
주인공 위녕은 사람들이 말하는 가정의 기준에서 조금 벗어난 가족을 갖고 있다. 3번 이혼한 유명 작가인 엄마와 성이 다른 2명의 동생과 살고 있다. 또한 아빠와 새엄마도 있으며 그 사이의 동생도 있다. 소설에서는 다양한 관계가 얽혀 있는데, 그들 관계의 문제는 소통의 부재에서 시작된 단절이다. 모든 사건들의 근본적 원인은 무엇보다 위녕의 엄마와 아빠 사이 소통의 부재였다. 스물 둘에 위녕의 아빠와 결혼해 위녕을 낳았지만 그들의 사이는 점점 나빠졌다. 결국 어느 날 엄마는 “숨을 쉴 수가 없어, 숨을 쉴 수가 없어...날 여기서 내보내 줘! 제발 날 여기서 내보내줘!” 이건 위녕 부부의 육 개월 만의 대화였고, 마지막 대화였다.
또한 소설에서 가장 두드러진 단절 관계는 위녕과 아빠이다. 위녕은 언제나 새엄마의 말만 믿어주고 자유로운 자신의 삶을 이해해주지 않는 아빠에 대해 실망하면서 아빠를 떠나 엄마와 함께 살 결심을 한다. 위녕은 아빠와 대화하는 중 ‘아빠가 대답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단정 지으며 대화를 끝내는 경우가 많았다. 아빠도 위녕에 대해 자기 잣대만 내세울 뿐이었다.
그러나 우리는 단절뿐 아니라 이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는 위녕의 용기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위녕은 아빠와 새엄마에게 “나는 차라리 아빠가 그 모든 것을 아빠를 위해서 했다고 했다면 이해했을 거야...하지만 아빠는 나를 위해서라고 말했어”라며 새 가정을 꾸린 아빠에 대한 원망에 스스로 직면했다. 또 엄마에게도 “내가 위녕이라는 것을 먼저 알리고 나서 엄마를 알리고 싶어. 누구의 딸로 먼저 알려지는 건 싫어...”라며 솔직한 마음을 가감 없이 표현한다. 소통의 부재로 상처받은 위녕이 가족과 대화를 주도하며 상처를 치유하는 모습. 이런 위녕을 통해 가족이란 가장 솔직하게 직면해야 될 사람들임과 동시에 소통이 가장 필요한 사람들임을 보여준다.
위녕 가족들의 고민은 보통 가족들과 다르지 않다. 개그콘서트 ‘대화가 필요해’란 코너를 보면 철없는 아들 동민이 “아빠는 술값은 있으면서 우리 옷 살 돈은 없지?”라며 화를 낸다. 이에 가장 김대희는 그저 “밥 묵자”로 끝맺을 뿐이다. “아빠 심정도 모르면서! 불경기가 이어지면서 택시 손님도 끊기고 아빠도 아빠 나름대로 얼마나 힘든 줄 아니?”라는 속마음을 대신에. 이는 우리의 가정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다. 엄마가 무슨 노래를 좋아하는지, 아빠가 힘들어 하는 일은 무엇인지 잘 알고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형식적인 가족 구성원은 중요하지 않다. 우리 사회는 이혼 가정을 보고 손가락질 하지만 오히려 우리가 임의로 정의내린 보통 가족은 대화가 없는 온전하지 못한 가정이 더 많지 않은가. 다름을 탓하기 전 대화를 통해 소통하는 가족의 모습. 이것이 바로 진정한 가족의 모습이 아닐까.

조수진 기자 ejaqh2@dankook.ac.kr

조수진 기자
조수진 기자

 ejaqh2@dankook.ac.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