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만을 강요하는 대학사회
취업만을 강요하는 대학사회
  • 서준석 기자
  • 승인 2011.10.12 12:33
  • 호수 131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며칠 전 또 한 번의 안타까운 일이 벌어졌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재학생 4명의 연이은 자살 소식. 카이스트에 이어 이번엔 한예종이다. 왜 대학생들은 이러한 극단적 선택을 해야만 했을까? 자살의 원인이 정확히 밝혀지진 않았지만, 불분명한 예술인으로서의 미래와 과도한 경쟁으로부터의 도태쪽으로 무게가 실리고 있다. 같은 대학생으로서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OECD가입국 중 자살률 1위’의 오명은 언제쯤 털어버릴 수 있는 것인지, 그냥 인정하고 시도조차 하지 않는 것인지…. 자살관련 뉴스가 보도될 때마다 자랑인 것 마냥 내뱉는 언론과 미디어가 괜스레 미워진다.


본보는 지난 5월경 카이스트 학생들의 연이은 자살소식에 우리 대학 학생들도 한 번 점검해 보자는 취지로 자살에 관한 설문조사를 했었다.(본보1303호) 조사 결과, 자살에 대해 고민하는 가장 큰 이유는‘취업’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생이 아닌 다른 사람들도 자살하는 사람은 부지기수인데 왜 굳이 대학생들에게서 더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 걸까. 그것은 아마도 자살을 막아낼 수 있는 기회와 방법이 대학에 더 많고, 그만큼 허점도 많기 때문이리라.


이 과도한 취업의 스트레스를 대학에서 덜어줄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걸까? 물론 100%의 취업률을 만드는 것이 가장 이상적으로 보일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실현 불가능할 뿐더러 오직 대학의 노력만으로는 이루어질 수 없다. 그렇다면 자구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얼마 전 이제 4학년 2학기가 된 동기 녀석이 씩씩대면서 강의실에 들어왔다. 이유를 묻자 교수와 상담을 하는데 교수가 자신의 의견을 무시하고 졸업 논문에 대해서도 평가절하 했다는 것이다. 뭔가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그 친구와 얘기를 하다가 이런 결론에 도달했다.‘ 우리가 서울대 학생들이라도 교수들이 이렇게 무시했을까?’그에 대한 대답은 결코‘아니다’였다. 왜냐하면 서울대 학생들은 졸업 후 어떤인물이 될지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이 말은 서울대 학생들은 다 잘났으니 잘될게 분명하고 단국대 학생들은 다못났으니 못될게 분명하다는 결론인가? 그것이 결론이라면 지금 학생들은 모두 취업을 위해 몸부림칠 게 아니라 서울대에 편입하기 위해 몸부림쳐야한다.


대학은 이런 단순한 오류부터 수정해야 하지 않나하는 생각이 든다. 취업이문제라고 가능성도 희박한 취업률 올리기 경쟁을 하는 것이 아니라, 진정한 교육이 무엇인가, 진정한 대학이 무엇인가를 학생들로 하여금 경험하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어떤 교수처럼 기자의 친구를 무시하는 것 대신에 말이다.


이러한 문제를 야기한 데에는 대학의 행정에도 원인이 있다. 우리 대학의 어떤 과들은 교수 한 명이 제자 20명 이상을 상담하고 돌봐야 한다. 이런 대학 시스템은 뭐가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됐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이런 부분들부터 해결하려 하지 않고, 오직 취업률만을 높이려는 대학들의 노력은 오히려 취업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 일으켜 학생들을 불안하게하고 몸서리치게 하는 것이다.


서준석 기자 seojs05@dankook.ac.kr

서준석 기자
서준석 기자 다른기사 보기

 seojs05@dankook.ac.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