⑪ 대학생들의 사회적 무관심 - 전문가 의견 [2]
⑪ 대학생들의 사회적 무관심 - 전문가 의견 [2]
  • 박항주 경제학과 강사
  • 승인 2011.10.12 17:53
  • 호수 13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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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을 시도하는 대학생들

“ 만지지마세요 엉덩이, 이 성폭력범” 성폭력범 이란다. 나보고... ^^;
“ 성폭력범은 대부분 주변 사람들이래요”
“엉덩이 만지지 못하게 하래요. 엄마, 아빠래도” 어이가 없었다. 어떻게 교육을 했기에, 아이가 저렇게 반응을 보일까. 신기했다. 웃으며 다시 아이의 엉덩이를 툭 쳤다.
“ 치지 말라니까요, 엉덩이. 신고 할 거예요”

지난 3월 어느 날의 충격을 난 잊지 못한다‘. 성폭력’이라는 단어를 내 생활의 언어로 처음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솔직히 우리 아이가 아들이라는 이유로 8년 동안 성폭력에 대해 한 번도 걱정하지 않았다. 난 이날 이후 성폭력이라는 단어를 잊을 수 없게 되었으며, 아동 성폭력을나의문제로받아들였다.

<도가니>라는 영화가 사회에 충격을 주고 있지만, 그 충격은 아이가 나에게 한말에 비하면 덜(?) 충격적이다. 어떤 사실이 각인되는 순간 새로운 세계가 열린다는것을 아이를 통해 배웠다.

나는 한때 지금의 대학생들이 사회에 무관심하다고 비난했다. 왜 그렇게 자기중심적이냐고, 힘을 모아 부조리한 것에 대해 저항하라고 쌍팔년도 식의 이야기를 했다. 하지만 지금은 쌍팔년도식의 이야기가 기성세대가 되어버린 나의 이야기라는 것을 알고, 더 이상‘무관심하다’라는말을하지않는다.

20년 전과 지금의 사회적 조건은 너무 다르다. 20여 년 전 대학생활은 3년 내내 딴 짓 하다가 1년만 준비하면 취업을 할 수 있었다. 취업이 어려워 걱정이었지, 그걱정이 실업에 대한 공포감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실업, 그것은 소외이며 사회적 폭력이다. ‘직장을 가지지 못 하면 돈을 못 벌고, 돈을 못 버니 데이트비용도 없고, 데이트 비용이 없으니 연애도 못하고, 연애도 못하니 결혼도 못하게 되는 게 실업’이다. 실업 그건 존재 자체에 대한 불안감이며 공포이다.


비공식적으로 두 명 중 한 명은 실업자가 되는 청년실업의 암울함이, 취업을 하더라도 3명 중에 1명은 비정규직이 되어 정규직의 임금 60 여퍼센트 밖에 받지 못하는 현실이, 2011년학생들의 어깨를 짓누른다. 그들에게 있어서 우선적인 과제는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는 취업이다.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하는 취업보다 우선이 될 수 있는 것이 얼마나 있겠는가.


대학생들은 실업이라는 사회적 현실과 온몸으로 저항하고 있다. 대학생들은 느끼고 있다. 실업이 대학생에 의해서 만들어지지 않았다는 것을, 실업을 만든 기성세대에게 분노하고 있음을, 이 실업의 문제가 사회구조적이라는 것을, 언제 터질지 모르는 불길이라는 것을. 실업의 공포에서 벗어나기 위해 무한질주 해야 하는 현실에 그들이 사회에 무관심하다고!

 

2대 8사회에서 80%는 노동자가 될 수밖에 없는 엄연한 현실 속에서, 기성세대는 학생들에게 노동자의 권리가 어떻게 보장되어야 하며, 그 보장을 얻기 위해서 함께 해야 한다는 것을, 경제시민권자로서 의무와 권리가 무엇인지를 가르치지 않으면서 학생들이 무관심하다고, 누가 누구에게 무관심한 것인지 되묻지 않을수없다.


'모든 이들이 모든 사회현상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은 환상이며, 무관심이라는 용어로 자신의 기득권을 유지하고 자신들의 무기력함을 숨기려는 기성세대의 이데올로기일 뿐이다.


20여년이라는 시간의 간극만큼 강단에서 보는 후배들의 모습은 다르게 보인다. 엄지족인 학생들은 아이폰과 스마트폰으로 끊임없이 누군가와 소통을 한다. 그리고 축제의 촛불을 들어‘반값등록금’문제를 풀어가는 대학생들의 소통방식에서 희망을 본다. 실업의 공포가 무기력과 좌절로 이어지지 않은 것만이라도 희망적이지않은가? 국가, 민족, 성장, 분배 등의 거대한 담론에 갇혀 버린 기성세대와는 달리, 그들은 소소한 것에 웃고 즐기며, 거대한 담론도 축제로 녹여낸다. 그리고 대운동장에서, 강의실에서, 야외의자에서 옹기종기 모여 이야기하며 활기를 불어 넣는다.


엉덩이를 까 보이며, 짱구를 흉내 내는 아들 모습에 허탈하게 웃으며 언제 나를 성폭력범으로 몰아 세웠는지 까마득하게 잊어버린 것처럼, 실업이라는 존재의 불안감과 기성세대의 무관심이라는 이데올로기를 ‘짧은다리의 역습처럼’하이킥하기를.


박항주 경제학과 강사
박항주 경제학과 강사

 dkdds@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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