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L 지구탐방 6. 해외학술문화탐방-미국
REAL 지구탐방 6. 해외학술문화탐방-미국
  • 문성권 기자
  • 승인 2011.10.25 11:27
  • 호수 131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하버드의 모순, 미국의 모순

우리는 미국에 대해 참으로 복잡한 감정을 가지고 있다. 그 특징은 친미(讚美) 혹은 반미(反美)로 드러나며, 이는 미국을 객관적 시각으로 바로보기 어렵게 만든다. 문제는 그 어느 쪽도 미국에 대해 정확한 지식을 갖고 있는 경우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전자는(찬미) 유럽과 아시아를 충분히 겪지 못한 채 우리가 후진국일 때 세계 최강 미국을 주관적으로 경험했기 때문일 것이고, 후자는 민족주의를 바탕으로 한 외세배척 차원에서일 것이다. 이와 같은 이유로 미국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노력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것이 오늘날의 현실이다. 이런 연유에서 기자는 미국을 직접 보고 느끼고 싶어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드넓은 미국을 모두 경험하기엔 시간이 촉박하여 미국동부에 있는 보스턴을 중심으로 탐방하였다. 미국의 200년 역사를 탄생시킨 이곳은 찬란했던 과거의 역사가 현재의 모습으로 투영돼 미래를 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문화와 예술의 열정이 묻어있고 돈보다는 학문과 지성을 더 중요시 하는 보스톤. 자동차 번호판에도 미국의 정신이라고 쓸 정도로 자부심이 강한 곳이었다.

기자는 그 자부심의 근원지인 하버드 대학으로 먼저 발길을 돌렸다. 푸름이 가득한 하버드 캠퍼스, 나무 그늘 아래에서 낭만적이고 여유롭게 책을 읽는 모습은 왠지 모르게 한국의 그것과는 다르게 느껴졌다. 하버드 관광의 특징은 교정 투어가 따로 있다는 것이다. 하버드 대학 학생들은 관광객들에게 자신의 학교를 소개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모교를 열정적으로 알리고 소개하는 모습을 보노라니 학교에 대한 자부심이 무엇인지 깨달음과 동시에 이 학생들만큼 학교를 사랑하지 못한 내 모습이 부끄럽게 느껴졌다.

그런데 하버드대학교에 세 가지 거짓이 있다고 한다. 첫째, 하버드 대학이 1638년에 설립되었다고 하는데 실제로 하버드대학은 1636년에 처음 설립되었다는 것. 둘째, 존 하버드가 학교를 설립했다고 되어 있지만 그는 학교 설립자가 아닌 단지 주요 기부자 중 한 명이었다는 것. 마지막으로 하버드 대학 내 있는 하버드 동상이 실제 존 하버드의 모습이 아니라는 점이다. '하버드의 세가지 거짓’처럼, 미국땅을 직접 밟고 서서 봐야만 비로소 와닿는 것들이‘기회의 땅’이 가진 이면이다.

누구나 알겠지만 미국은 다민족 국가다. 특히 남북전쟁 이후 노예제도 및 인종차별이 확연히 사라졌을 줄 알았지만 인종차별은 여전히 존재하고 있었다. 기자는 버스요금이 비싸서 인원이 다수일 경우 상대적으로 값이 저렴한 택시를 자주 이용하였다. 그런데 택시 기사들이 모두 흑인이었다. 직접 물어볼 수 없어 별 생각을 하지 않고 넘어 갔는데, 길 가는 곳 마다 힘든 일은 모두 흑인들이 하고 있는 것이 눈에 띄었다. 또 대형 할인 매장을 가더라도 말단 직원은 모두 흑인이었고, 직속상관, 매니저급부터는 모두 백인이었다. 사태가 눈에 들어오니 물어보지 않을 수 없었다. 알아보니 미국 내 경제 위축 원인도 있지만 흑인들의 일자리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정규직은 하늘의 별따기라는 말을 하며 관광객인 나에게 푸념 하는 모습까지 보였다.

미국여행을 준비하면서 알고 있었던 부분이지만 가장 받아들이기 힘들었던 다른 하나는 팁 문화였다. 그 이유는 매뉴얼이 확실하게 정립 되어 있지 않은 것이었다. 규정되어 있는 사실은 ‘주간엔 전체금액의 10%, 야간엔 15%를 지불하면 된다는 것’ 뿐이었다. 보통 식당이나 술집, 호텔 등에서는 이 규정이 통용되나, 교통편을 이용하거나 공연을 관람하는 등 일종의 서비스를 받을 때는 어찌할지 몰라 당황하기 일쑤였다. 이런 내 마음을 알아차렸는지 그들은 당당히 팁을 요구했다. 요구하면서도 금액에 대한 구체적 언급은 하지 않는다. 적은 액수를 건네면 차분하면서 장황하게 자신의 대가를 다시 요구한다. 식사 전과 후에 전혀 다른 모습이다. 기자는 이런 미국 문화를 포용했다. 그러면서 한편으론 이런 생각이 들었다. 식사 전과 후에 이렇게 상반되는 모습을 보이는데, 거대한 미국이라는 나라를 과연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 세계 최강국으로 올라서는 과정에서 버릴 수밖에 없었던 슬픈 자화상이기도 하지만 미국을 보며 느낀 것이 단지 이뿐이라면 정말 속상한 일 아니겠는가. 미국을 보는 우리 시각처럼 그들도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복잡한 감정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았다.

 문성권 기자 sigigrabner@dankook.ac.kr

문성권 기자
문성권 기자 다른기사 보기

 sigigrabner@naver.com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